“거대 손실 해결” 국민연금 인사는 현대판 기우제?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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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손실 해결” 국민연금 인사는 현대판 기우제?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3.03.2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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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연금 개혁은 윤석열정부 대표 공약이다. 지난해 7월 국회에 연금개혁 특별위원회가 설치돼 활동 중인데 진행이 쉽지 않고 시끄럽다. 마침 연금 수령을 2년 늦춘 프랑스 에마뉘엘 마카롱 대통령의 연금 개혁안이 최근 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윤석열정부는 연금을 포함한 다양한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으나 국민 지지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이라, 프랑스에서 날아든 연금 개혁으로 더욱 초조할 것임이 틀림없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일 ‘2022년 국민연금 기금 결산’ 의결이 있었는데,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 운용 결과 때문에 왈가불가 말이 많다. 여기에 국민연금 기금 운용조직에 인적 변화가 이어지고 있어 구설에 오르고 있다. 기금운용위원회 비상근 위원 3인을 민간 금융 전문가로 대체한 것까지는 그런대로 봐줄 만한데, 상근 위원에 검사 출신 인사가 지명된 것을 두고 시선이 곱지 않다. 게다가 지난 15일 있었던 인사도 필자가 보기에 어설퍼 보인다.

자료1(출처=2022년 12월 말 국민연금 기금 운용현황)
자료1(출처=2022년 12월 말 국민연금 기금 운용현황)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운용 중인 기금자산은 890조원에 이른다(참고로 ‘운용’은 수익이나 손실 방어를 목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금 규모는 전년도 949조원과 비교해 58조원이나 감소했다. 국민연금 기금 투자 현황을 보면 지역적으로 국내에 55.7%, 해외에 43.6% 투자하고 있다. 금융상품별로는 주식 44.6%, 채권 42.9%, 대체투자 12.6% 등으로 투자하고 있다. 기금 감소는 국내 투자에서 68조원, 해외투자에서 16조원 발생했으나, 대체투자 증가로 총감소를 27조원 상쇄했다. 대체투자란 금융상품 이외에 부동산, 인프라(도로 등 사회 간접시설 투자) 사모투자, 헤지펀드 투자 등에 투자하는 것이다.

자료2(출처=2022년 12월 말 국민연금 기금 운용현황)
자료2(출처=2022년 12월 말 국민연금 기금 운용현황)

기금 감소의 원인은 투자 손실의 발생이다. 지난해 기금운용에서 발생한 손실은 약 80조원이다. 국민연금 연간 급여지급액 34조원을 고려하면 손실은 3.3년 치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이 손실은 (시간 가중)수익률로는 마이너스 8.3%이며 국내 주식(마이너스 22.8%)은 해외주식(마이너스 12.5%)보다 10% 이상 손실 격차가 컸다. 또한 채권은 국내외 마이너스 5~마이너스 5.5% 수준이며 대체투자는 9.4% 수익률을 보였다. 통상 운용성과는 대표시장 지수(벤치마크)와 비교 평가하는 데 주식, 채권 모두 미세하나 비교 성과는 우세를 보였다. 손실 발생이 시장의 추세적인 하락으로 어쩔 수 없이 발생했으나 펀드매니저는 하락 추세에 지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자료3(출처=3월 2일 국민연금공단 보도자료)
자료3(출처=3월 2일 국민연금공단 보도자료)

국민연금 자료에 따르면 막대한 손실을 발생시킨 금융시장 추세 하락 원인은 인플레이션 급등과 미국 연준의 급격한 정책금리 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였다. 이러한 배경으로 국내와 해외 모두 주식과 채권 수익률이 하락하는 이례적 현상이 발생했다. 국내는 약 20여 년 만에, 미국은 50여 년 만에 주식·채권 수익률이 동반 하락했다.

자료4(출처=3월 2일 국민연금공단 보도자료)
자료4(출처=3월 2일 국민연금공단 보도자료)

주요국 연기금의 수익률도 모두 악화했다. 일본과 캐나다는 국민연금 손실이 적었는데, 일본은 지난해 주식시장(한국 마이너스 24% vs 일본 마이너스 5%)과 채권시장(한국 +193bp vs 일본 +35bp) 시장성과가 한국보다 양호했으며, 캐나다는 대체투자 비중이 59%로 높았다. 수익률 1%포인트 차이는 약 8조원 손실에 해당하므로 수익률을 3%포인트만큼 개선했으면 약 24조원만큼 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 이 금액은 2022년 급여지급액 34조원의 70%에 상당하는 금액이다. 국민연금 자료는 이러한 글로벌 투자 여건의 악화는 기관투자가가 회피할 수 없는 위험이었으며, 어려운 여건에서 국민연금은 중간은 했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으로 보인다.

자료5(출처=3월 2일 국민연금공단 보도자료)
자료5(출처=3월 2일 국민연금공단 보도자료)

자료5에서 국민연금은 일본, 캐나다, 노르웨이, 네덜란드 등 연기금과 과거 성과를 비교했다. 이 자료를 보면 국민연금의 운용 수익률은 연기금 선진국에 뒤처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는 것은 국민연금의 평균 수익률이 2022년까지 15년간 5.1%였고, 최근 3년간 3.7%로 추세적으로 하락했으나 다른 국가들에 비해 평균 수익률의 변동성은 안정적이었다. 변동성을 줄이면서 수익률을 높이는 것은 과학적 투자 방법론에서 동일 위험에서 최대 수익률의 포트폴리오를 선택하는 펀드매니저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민연금 역량이 상당히 우수하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투자성과 피평가자에게는 흔히들 자기주장을 위해 데이터를 유리하게 편집할 유혹이 있다. 국민연금의 주장은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자료6(출처=globalswf.com)
자료6(출처=globalswf.com)

국민연금 주장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검토해보자. 전 세계의 국부펀드를 비교 분석하는 SWF의 2023년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말 기준 국민연금은 성과 비교에서 10위권이다. SWF는 전 세계 455개 연기금을 분석 대상으로 하니 10위권은 대단한 성적이다.(국민연금 앞 순위에는 캐나다 연기금이 4개 처나 자리한 것이 주목된다)

자료7(출처=globalswf.com)
자료7(출처=globalswf.com)

운용 규모는 수익률에 영향을 미친다. 규모가 작으면 수익률을 높이기 상대적으로 쉬울 수 있다. 연기금 규모 국가별 비교에서 한국은 쿠웨이트에 이어 11위이고 개별 연기금 규모로 국민연금은 10위이다. 미국 연기금 총액은 약 11조달러로 전 세계 연기금 31조달러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개별 연기금으로는 중국 CIC, 일본 GPIF, 노르웨이 NBIM이 1조달러를 넘는다(SWF는 국민연금이 2030년까지 1조1250억 달러 규모, 세계 7위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자료6과 자료7을 비교해보면 국민연금보다 규모가 큰 연기금 중 수익률이 국민연금보다 앞선 것은 일본 GPIF뿐이다.

자료8(출처=globalswf.com)
자료8(출처=globalswf.com)

자료8은 SWF가 2022년 글로벌 금융시장 벤치마크의 성과다. 이 성과표에 따르면 세계 금융시장 전반적으로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특히 대체투자 중 부동산과 사모펀드 성적이 안 좋았고 인프라 분야와 헤지펀드 투자 성적이 개중 나았다.

자료9
자료9

SWF 조사에 따르면 국내외투자가 허용된 글로벌 연기금은 해외투자 비중이 85%로 투자 포트폴리오의 국제 분산 추세가 두드러진다. 반면 국민연금은 국내 투자와 국내 주식 비중이 압도적이며 대체투자 비중도 크게 미치지 못한다. 특히 국내 주식은 24% 하락했으나 글로벌 벤치마크 S&PGL1200은 18.7% 하락해 결과적인 얘기지만 글로벌 분산 투자 중요성이 아쉬웠다. 이상 SWF 자료와의 비교를 통해 국민연금 성과는 2022년 큰 손실이 없었으면 좋았겠지만, 정부가 선호하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국민연금이 부족하지 않다고 필자는 평가하고 싶다.

국민연금이라는 최고 전문가가 모인 집단이 ‘시장이 좋지 않았는데, 당연히 위험 자산 투자를 줄이고 현금 비중을 늘려 포트폴리오를 지키지 않았는지’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투자자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그럴 수 없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첫 번째는 보유 포트폴리오 증권 비중을 줄이는 시장 충격 비용이다. 만약 보유한 국내 주식을 매도할 때 시장 충격으로 개미 투자자의 원성이 자자할 것이고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정치적으로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두 번째는 국민연금의 시스템 운용의 경직성이다. 기금운용은 법률에 정한 바에 의해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금 운용계획을 수립하고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 승인을 받아 실시한다. 국민연금 운용 전문가가 시장 상황이 나빠졌다고 투자 비중을 극도로 줄이는 등 시의적절하게 운용하기는 극히 어려울 것이다. 세 번째, 시장이 악화했을 때 현금 비중을 높였다가 시장이 다시 반등할 때 책임 문제이다. 2020년 코로나19 때 시장 상황이 대표적인데 주식시장에는 시장이 빠질 때 손실 보는 펀드매니저 보다 시장이 상승할 때 수익률을 따라잡지 못하는 펀드매니저가 더 용서받지 못한다는 시장에 회자하는 속담이 있다(검사 출신 상근 위원이 등장하는 마당에 펀드매니저는 고발할 공포가 있을지 모른다). 자기 개인 재산의 손실이 발생하지 않고 직업적 성과 평가만이 문제가 되는 펀드매니저가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서 현금 비중을 늘리는 것은 개인 처세에 가장 나쁜 전략이다. 국민 이해와 국민연금 운용자의 이해가 상충하는 바로 국민연금의 대리인 비용 문제다. 이러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국민연금 펀드 운용에는 국부펀드 고유한 작동 구조와 역학이 있다.

자료 10
자료 10

글로벌 연기금과 단편적으로 비교할 때 국민연금의 글로벌 배분 전략과 국민연금 펀드 운용 작동 구조에 대한 검토도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검사 출신을 전문위원으로 발탁하는 정부 시각으로 미루어 국민연금 시스템의 문제가 좋아지거나 국민연금 고유한 펀드매니저 대리인 비용 문제 제거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 이달 초 국민연금 기금 운용실적을 보고받은 윤석열 대통령은 특단의 대책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급기야 지난 15일 기금운용본부 경질성 인사를 단행했다. 인사는 전략부문장 등을 내부 교체하는 내용에 불과했는데, 보도자료 제목은 “기금운용 수익률 제고를 위한 인사”였다. 기존 전략부문장을 인사 제물로 바치면 기금 수익률이 오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연금 구조 역학을 개선하기 쉽지 않거나 개선 의지가 없다는 방증일지 모른다. 왠지 이러한 국민연금의 대응 행태가 과학적이고 합리적 해결 태도보다는 제물을 바치고 비를 간절히 바라는 ‘기우제’를 연상케 하는 것은 필자의 편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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