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 불평등’ 숨어있는 한은 보고서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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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R 불평등’ 숨어있는 한은 보고서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3.03.2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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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3월 23일 한국은행은 금융안정회의를 열고 최근의 금융 상황의 안정성을 점검했다. 3월 들어 미국 실버게이트캐피탈과 SVB 파산에서 시작한 금융회사 불안은 미국 국경을 넘어 크레디트스위스 은행으로 번졌고, 급기야 지난주에는 독일 글로벌은행인 도이체방크마저 흔들었다. 국내에서도 부동산 시장 침체가 부동산 금융 상황을 악화하는 가운데, 국내외 불안 요인이 결합하면 금융시스템이 급속하게 붕괴할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이번 한국은행의 금융안정 상황 점검은 주목받았다.

자료1(출처=한국은행)
자료1(출처=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금융 상황을 판단하는 지표인 금융 불안 지수(FSI)는 위기 단계에 수개월째 머무르고 있으며, 금융산업 취약성을 보이는 금융 취약성 지수(FVI)는 하향 안정 추세이나 아직 장기평균 위에 자리하고 있다. 또한 신용시장, 자산시장 모두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를 견딜 금융회사 건전성은 양호한 상황으로 한은은 판단하고 있다. 다만 금융시장에 앞으로 닥칠 대내외 불확실성의 면밀한 모니터링과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한은은 덧붙였다.

자료2(출처=한국은행)
자료2(출처=한국은행)

아울러 한국은행은 시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이슈들을 조목조목 점검했다. 최근 가장 시끄러운 이슈인 부동산 시장 침체에서 파급한 건설업종 재무위험, 비은행 금융기관 PF 리스크, 금융기관의 외화 유동성 등 이슈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으나 한은이 금융안정 상황 점검에서 무엇보다 공을 들인 것은 가계의 부채 상황이었다. 이전 정권부터 한은과 금융당국은 한국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가계부채를 지목했고 일찌감치 가계부채 억제에 총력을 기울였다.

자료2-1(출처=금융위원회)
자료2-1(출처=금융위원회)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마련한 첨단 무기가 바로 2021년 7월에 본격 도입한 차주 단위 DSR(Debt-Service Ratio,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다. 차입자의 전체 부채로부터 발생하는 연간 이자와 상환 원금 총액의 연간 소득에 대한 비율인데, 금융당국은 DSR 40%를 개인의 건전성 기준으로 하고 이 기준을 초과하는 가계대출을 규제하고 있다. 이번 금융안정 상황 이슈 분석에서도 역시 한국은행은 DSR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문제를 다루고 있다.

자료3(출처=한국은행)
자료3(출처=한국은행)

DSR 정책이 본격 시행한 2021년 1분기에 GDP 대비 가계부채(=가계신용)는 100%를 넘은 이후 최근까지 정체 상태다(자료3에서 부채는 차입자 처지의 표현이고 신용은 대출 공급자인 금융회사 처지의 표현이다). 같은 기간 잔액 기준 가계부채 증가율은 2021년 1분기 약 10%까지 상승했으나 이후 2022년 4분기 0.2%로 급락했다. 따라서 DSR 정책이 가계부채 총량 규제에는 효과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자료3에서 눈여겨볼 것은 가계와 기업을 합계한 민간부채(=민간신용)는 더 증가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가계에 고통을 안기며 가계부채를 억제하는 데 성공했으나 예기치 않게 기업부채가 증가하는 풍선효과가 있었고 민간부채 차원에서 한국경제는 부채 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자료4(출처=한국은행)
자료4(출처=한국은행)

양적 가계부채 통제에 성공한 DSR 규제는 질적으로 가계부채 개선에 얼마나 효과적이었을까? 이대로 놔둬도 좋은 것일까? 자료4는 가계부채 보유 가구의 DSR과 DTA(Debt To Asset, 자산 대비 부채 비율)를 2차원 평면에 시간대별 변화를 표시한 것이다. 평면상의 한 점은 특정 시점 가계부채의 질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한은은 DSR이 40%를 초과하고 동시에 DTA도 100%를 초과하는 가계를 고위험 가구로 분류했다. 이 기준에 해당하는 고위험 가구는 매월 소득에서 부채로 소진하는 몫이 과다하고 만약 원리금 상환 한계에 도달했을 때 자산을 처분해도 부채를 갚을 수 없는 가구라는 뜻이다. 자료4에 따르면 고위험 가구 부채의 질은 2020년과 비교하여 2021년 개선했으나 2023년 2월 기준 DSR과 DTA가 모두 크게 악화했다. 이러한 추세는 고위험이 아닌 가구도 유사하다. 결국 2020년 DSR 정책을 시행한 이후 금융당국은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지 못했다.

자료5(출처=한국은행)
자료5(출처=한국은행)

여기에 가계부채의 연체율도 난기류를 만났다. 연체율은 2020년 말 0.65%였던 금융권 연체는 2021년 일시 하락했다가 2022년 말 다시 상승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아직 장기평균 상당 수준 이하에 있지만, 가계부채가 GDP 대비 100%를 넘어, 이를 통제하기 위한 DSR 정책 시행 시점 이전으로 연체율이 돌아갔다는 점이 중요하다. 필자가 보기에 DSR 정책이 가계부채 질 개선에 큰 도움을 주지 않았다.

자료6(출처=한국은행)
자료6(출처=한국은행)

한은은 간과하고 있지만, DSR 분석 결과에서 심각한 사회 불평등의 단면을 읽을 수 있다. 2022년 2월 말 가계대출 차주의 평균 DSR은 40.6%로 DSR 정책 시행 이후 점차 악화했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이 43.6%로 가장 높았고 증가 속도는 30대 이하와 40대가 가파르다. 소득수준 하위 30%인 저소득자의 DSR은 64.7%로 규제 기준을 한참 넘어섰고 증가 속도도 눈에 띄게 빨랐다. 전반적으로 청년, 고령자,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의 금융부채 상황이 악화했으며, 부채 상황 악화는 약자의 경제 여건을 훼손하여 연쇄적으로 이들 가족의 교육, 보건위생, 사회적 신분 상승, 문화 여건 등을 악화할 것이다. 결국 DSR 정책은 약자에게 가혹한 효과를 초래했고 불평등 확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료7(출처=한국은행)
자료7(출처=한국은행)

또한 금융부채가 있는 가구의 DSR 분포를 확인하면 더 우려스럽다. 자료7에서 보듯이 DSR 40% 이하 가구 수 비중은 75%였으나 분포도의 오른쪽 끝인 DSR 100% 초과 비중은 7.4%로 기형적으로 돌출하는 분포를 보인다. 국민 상당수가 포함된 자영업자의 DSR 중 100% 초과 비중은 9.1%로 더 높다. 한편 DTA도 오른쪽 끝 200% 이상 비중이 돌출한다. 금융부채 분포의 불평등과 꼬리 위험이 크다는 뜻이다. 한편 차입자 개인별 측정보다 가구 단위 측정 지표는 불평등도를 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금융부채 상황은 더 심각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겠다.

자료8(출처=한국은행)
자료8(출처=한국은행)

DSR의 사회적 불평등 악화는 고위험 가구 비중이 급증하는 추세에서 추가로 확인할 수 있다. 2023년 2월 현재 가구 고위험 가구 수 비중은 5%로 2021년 말 2.7% 대비 1.85배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가구별 평균 부채 규모는 더 심각한데, 2021년 말 대비 2.3배로 증가했다. 고위험 가구는 코로나19의 경제적 부작용 정점에 생계를 위해 부채를 늘였거나, 해고 등으로 소득이 감소했을 수 있다. 고위험 가구는 이미 신용불량 상태에 있거나 곧 신용불량에 진입할 가구로 볼 수 있고, 고위험 가구로 분류하면 그 가구에 왕왕 사회면 뉴스에 등장할 극단적인 사회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가계는 국민경제의 소비 수준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주체이고 국민경제의 각 주체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다. 고위험 가구의 붕괴는 다시 심리적으로 또는 경제적으로 비(非) 고위험 가구와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파급하고, 어느 시점에 가속하며 순식간에 경제는 공황 상태에 들어갈 수 있다.

자료9(출처=한국은행)
자료9(출처=한국은행)

자료9에서 한은이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금융업별로 고위험 가구의 금융부채 비중은 미미하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은 가계 전반의 부실 위험은 제한적이며, 금융시스템 전반의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것으로 결론을 맺었다. 한은은 (경제 모델의 가정처럼) 스스로 개념적으로 분류한 고위험 가구를 다른 가구나 기업과 격리된 특별한 사회로 가정하는 것 같다. 또한 한국은행 보고서는 철저하게 금융시스템과 금융산업 보호 시각에서 가계부채 문제를 다루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스템 보호를 위해 고위험 가구 금융 상황 악화와 확대를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한국은행은 조언하지만, 정작 중요한 가계부채가 왜 발생하고 국민 생활에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별로 관심이 없다.

이러한 국민 삶을 배제한 시각은 금융시스템을 관리하고 평가받는 금융당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효율을 무기로 하는 대부분 주류 경제학자는 경제적 지표 분석에 불평등이라는 사회적 감정적 요소의 배제가 전문가 차원에서 미덕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한은을 포함한 많은 금융당국 지침, 계획, 보고서에는 금융시스템의 효과적 보호를 위해 가계는 통제 대상이다. 단지 경제·금융정책 시행 결과 불가피 나타나는 (금융시스템 폭력의 그늘에 있는) 신용불량자, 파산자 등 피해 국민을 사후적으로 구제하는 구휼 금융시스템이 정치적 시혜 목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보통이다.

DSR은 국민 전체에게 영향을 끼치는 정책이지만, 경제 전문가만 알 수 있는 표현으로 기술한 금융안정보고서를 읽고 그 속에 숨겨진 국민에 미치는 영향을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국은행 보고서 내용을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시각을 달리해 보면 곤란에 빠진 국민 모습이 보인다. 어쩌면 이번 분석 결과로 금융당국은 악화한 DSR을 개선한다며 가계부채를 더욱 조이려고 할 수도 있다. 2014년 DSR이 처음 등장할 때는 부채 관리보다는 소득 관리 정책 도구의 의미가 컸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지속 가능한 DSR 정책은 분자인 부채 감축도 중요하지만, 분모인 소득 증대가 더욱 필요하다는 점이다. 특히 고위험 가구 비중을 줄여 사회적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소득 정책 관점에서 DSR 정책의 시각 교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국민은 자본재가 아니고 인간이므로 한번 훼손하면 복원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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