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은행 파산 나비효과, 미소 짓는 대한민국 금융당국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상태바
글로벌 은행 파산 나비효과, 미소 짓는 대한민국 금융당국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3.03.20 14: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이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지난주 세계는 은행 관련 이슈로 떠들썩했다. 바로 정책금리 인상이 시발점이었다. 금리 인상 여파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가격이 폭락했고, 바이낸스·FTX 등 암호화폐 거래소가 거래하던 비트코인 전문은행 실버게이트캐피털 인출 사태가 발생했을 때만 해도 시장은 찻잔 속 태풍으로 여기며 곧 잠잠해지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곧이어 실리콘밸리 벤처기업들이 주 거래처인 실리콘밸리은행의 뱅크런이 발생하자, 미국 금융당국은 즉각 나섰고 금융시장이 크게 동요하기 시작했다.

자료1(출처=SPGLOBAL.COM)
자료1(출처=SPGLOBAL.COM)

정책금리 인상은 국채, 회사채, 주택담보대출, 예금 등 경제 의사결정에 적용하는 다양한 금리의 상승을 초래하고 경제활동 위축을 가져왔다. 특히 실리콘밸리은행의 주요 고객인 실리콘밸리 소재 모험산업에 금리 인상 피해가 커지자, 실리콘밸리은행의 예금이 줄어들었고, 인출 예금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채권 가격 하락으로 큰 손실이 발생하고 말았다. 실리콘밸리은행의 어려운 상황이 알려지자 예금자는 앞다투어 예금을 인출했다. 은행 산업의 아킬레스건인 뱅크런이 일어나자 결국 금융당국이 은행을 인수하고 예금자 보호에 나섰다. 금융시장은 크게 동요했다. 뱅크런 공포는 중소 은행으로 번졌다. 부유층 대상 영업을 하던 시그니처은행으로 확산했고, 이어서 대서양 건너 스위스의 크레디트스위스은행도 흔들렸다. 은행 산업에 대한 신뢰가 극도로 흔들리는 가운데, 이번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퍼스트리퍼블릭으로 뱅크런이 번졌다. 실리콘밸리은행과 비슷한 규모로 미국 10위권 이내이며 주로 주택 관련 대출을 취급한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파산 구제를 위하여 이번에는 JP모건체이스 등 11개 은행이 연합하여 300억달러의 자금을 예금 형태로 공급했다. 지금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S&P500 은행 산업지수는 이달 들어 지난주까지 26% 이상 폭락했다.

자료2
자료2

약 2주 정도가 소요된 복잡해 보이는 일련의 과정을 정리하면 자료2와 같다. 전체 과정은 지역적, 국소적인 단계에서 점점 복잡하고 광범위한 영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열역학 물리법칙처럼 정책금리 인상이 가져온 엔트로피 증가 현상이 관찰된다. 엔트로피 증가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걷잡을 수 없는 불가역적 단계로 들어서므로 금융 시스템의 위험으로 확산하기 전에 금융당국과 대형은행이 이를 차단하기 위해 재빠르게 나섰다. 미국은 25만달러 이내 예금에 대해 예금자 보호를 하는데, 이를 초과하는 예금자 비중이 지난해 말 기준 실리콘밸리은행은 97%, 시그니처은행은 90%, 가장 최근 문제가 된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68%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은 거래 은행 불안을 감지한 예금자의 뱅크런 발생을 재촉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자료3
자료3

그러나 금융 시스템 안정을 위한 은행 구제 과정이 진행하는 가운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도덕적 해이 관련 외신도 전해졌다. CNN에 따르면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 직원에게 관례대로 45일 치 임금을 관례대로 지급했는데, 실리콘밸리은행은 FDIC 인수 몇 시간 전에 직원에게 연간 보너스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월스트리트저널은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CEO, 위험성 관리인(CRO)을 비롯한 경영진이 파산 직전 두 달 동안 1200만달러의 보유 주식을 내다 팔았다고 보도했다. 금융위기 이후에도 금융회사 경영진의 탐욕은 질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근거들이다.

자료4
자료4

이번 미국 은행 산업의 분란은 엉뚱하게 우리나라 은행 산업에 나비효과로 나타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은행 산업을 공공재로 규정하자 금융당국은 은행 산업에 대한 규제 강도를 높여왔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민간 전문가, 금융 관련 협회와 연구기관을 소집해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TF’(이하 은행 산업 TF)를 최근 4차까지 개최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은행 산업이 주도하는 금융지주 인사, 금리 정책에 구체적으로 개입하고, 검사 출신 금융감독원장은 연일 현장 방문 지도에 나서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으로 언론은 전한다. 그러나 느닷없는 은행 산업 규제가 정권 차원의 금융산업 길들이기로 비치며, 정치 이슈에는 번번이 정권 편을 들던 언론들조차도 은행 공공재 발언에는 반론을 제기하는 분위기다. 구조적으로 금융산업, 특히 은행은 언론의 밥줄을 쥐고 있는 가장 중요한 광고주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 은행 산업 동요는 운 좋게도 윤석열정부의 은행 산업 규제의 명분을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1차 은행 산업 TF의 금융위 부원장 모두발언에서는 은행의 공공성이 주요 이슈였다. 그러나 이달 3차 은행 산업 TF 실무작업반에서는 ‘은행권 손실 흡수능력 제고를 위한 건전성 제도 정비’라는 이슈가 전면에 등장했다. 지난해 9월 기준 국내 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2.3%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7%를 충분히 넘어섰으나, EU 14.7%, 영국 15.7%에는 크게 미흡하다. 이번 동요로 미국 은행은 우리나라와 유사한 12.4% 수준이다. CET1이 안전 기준이라는 7%를 넘어서도 안심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밖에 SVB 파산 영향으로 지난주 스위스중앙은행이 구제금융을 제공하기로 하며 위기를 넘긴 크레디트스위스(Credit Suisse)은행은 CET1이 지난해 말 기준 14.1%였다. CET1 기준으로 우리나라 은행 산업의 안전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뜻인데, 당국은 경기대응완충자본(CCyb)과 스트레스 완충 자본 도입, 특별대손준비금 적립 요구 등 자본 건전성 제도 정비 방향을 발표했다.

자료5.(출처=금융위원회)
자료5.(출처=금융위원회)

아울러 3차 은행 산업 TF 실무작업반 논의 결과에서는 그동안 파악하기 어려웠던 은행 산업의 성과 보수체계 전반을 분석하고 상세히 공개했다. 이러한 자료 공개는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개 은행의 성과급은 무려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잠정 집계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성과급 상당 부분이 임직원 노력보다는 코로나19와 저금리 상황에서 대출이 급증하고, 이후 금리가 상승하며 이자 수익을 늘린 외부적 요인에 기인한다는 시각이다(여기에 더해 필자는 은행 수익 상당분이 신용창조라는 법으로 보호된 매직박스가 창출한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금융당국은 수익 배분 시 주주환원을 넘어 은행 이해관계자를 폭넓게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실무작업반 논의 결과에 따르면 정확한 임직원의 실질성과 기여 측정과 반영, 자산 건전성·자본 건전성·소비자 보호 등 장기 성과 반영, 경영진 성과체계와 성과의 투명한 공개 및 경영진 보수 결정에 주주 참여(Say-on-pay) 등이 도입 추진될 전망이다.

모두가 하나같이 은행 경영에는 불편한 내용인데, 이러한 규제가 쓰나미로 닥친 것이다. 이에 대한 은행 산업의 앞으로 대응이 주목된다. 결국 미국 은행 산업에서 시작한 나비 날갯짓은 태평양을 넘어서서 대한민국 은행 산업을 금융당국과 정권의 거대한 통제 그물에 밀어 넣는 돌풍으로 증폭하는 나비효과가 구체화하고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