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선하게 바꾼다는 카카오, ‘김범수의 위선’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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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선하게 바꾼다는 카카오, ‘김범수의 위선’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3.04.25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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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카카오는 그룹 홈페이지 메인 카테고리에 눈에 띄는 아주 특별한 내용을 게시하고 있다. 바로 카카오 그룹의 기업 윤리를 담은 ‘카카오의 다짐’이라는 항목이다. 2022년 10월 15일 토요일 오후 3시 19분, 카카오에는 역사적 오점으로 기록될 사건이 벌어졌다.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하며 카카오톡 서비스가 약 10시간 동안 먹통이 된 것이다. 서비스 완전 정상화에는 닷새가 걸렸다고 한다. 이 사건으로 카카오톡은 국민 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많은 돈을 벌고 있으나 공공성은 안중에 없고 안이한 데이터센터 관리로 국가 통신망을 마비시켰다는 국민적 비난을 받았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국정 감사에 출석해 머리를 조아리는 수모를 겪었다.

카카오의 수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소송과 불법 의혹으로 이어졌다. 카카오 그룹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벌인 시세 조정 혐의로 금융당국과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M&A를 위해 공개 매수를 동원한 하이브와의 인수전은 극적 합의로 끝났으나, 지난 6일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은 주가조작 및 대량보유보고의무 위반 혐의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판교 사옥과 종로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다. 금감원은 신속하게 사건을 서울남부지검에 이첩했고 검찰은 사건을 금융조사2부에 배당했다. 시세 조정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내지 이익 또는 손실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는 중대 범죄이다.

카카오 소유 지분도. /출처=공정거래위원회
카카오 소유 지분도. /출처=공정거래위원회

한편 카카오 그룹은 총체적인 도덕적 해이에 노출될 위기에 직면했다. 카카오는 2023년 3월 1일 기준 126개 소속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고 공시했는데, 지배구조 상위층 기업이 연루된 문제 외에도 최근에는 카카오 자회사들의 특허 침해 사례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신생 기업의 불공정 피해사례 증언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2015년 태블릿PC로 골프 경기 점수를 기록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판매하는 스타트업 기업 스마트스코어는 카카오 손자회사인 카카오VX가 심각한 기술 침해를 했다고 주장했다. 스마트스코어는 지난 10일 수원지방검찰청에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카카오VX를 형사 고발했다. 스마트스코어는 카카오VX가 최근 2년간 자사 홈페이지를 801회 무단 접속하고 관리자 페이지를 577회 무단 침입했으며 해킹으로 얻은 기밀자료를 카카오VX 솔루션 개발에 참고하고 영업에 활용했다는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스마트스코어는 형사 고발에 앞서 지난 2월에는 카카오VX가 자신들 서비스를 모방했다며 부정경쟁행위 등 금지 청구 소송과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었다. 그러나 카카오VX의 특허권 침해는 스마트스코어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12일 특허법원은 카카오VX가 골프존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했고 19억2000만원을 골프존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카카오VX 문태식 대표는 김범수 의장과 한게임 시절부터 인연이 깊으며 의리를 지키기 위해 카카오VX 경영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카카오 그룹의 스타트업 특허 침해 의혹은 카카오VX에 국한한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간편 결제 시스템 모방 혐의로 올아이티탑은 카카오뱅크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또 다른 신생 기업 닥터다이어리는 카카오 계열회사에 대한 IR과 협업 그리고 닥터다이어리 투자자가 카카오헬스케어에 입사하는 등의 과정에서 자사 서비스 정보가 누출됐으며 결국 카카오헬스케어가 ‘부착식 혈당 측정 서비스’ 아이디어를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카카오 측은 이러한 사실을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은 공개적으로 카카오·네이버 관련 피해 신고를 받고 있다. 인터넷 생태계에 공룡 포털 기업이 생산하는 부작용과 불법이 심각하다고 정치권에서도 공감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빅테크기업은 ‘네트워크 효과’ 덕에 광범위한 고객망을 가질수록 독점력이 더 강해진다. 또한 플랫폼 구조는 산업 범위를 넓힐수록 고객을 가두는 힘도 강해지므로 빅테크는 과거 자본주의 팽창기 제국주의 시대처럼 산업과 국가의 경계를 파괴하며 확장하려는 원심력을 키워간다. 한편 서구열강의 제국주의적 확장 과정은 무자비하고 비도덕적이며 초법적인 것을 역사에서 관찰할 수 있다.

카카오는 홈페이지에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카카오’를 목표로 ‘세상을 선하게 바꾸려고 노력합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카카오가 건강한 기업 생태계를 만들고 사회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표현은 필자가 보기에 너무 구체적이고 선명해서 좋다. 다만 카카오가 최근 차곡차곡 쌓고 있는 도덕적 해이의 발자취도 너무 선명해서 본래 희망하는 기업 문화로 돌아가기가 쉬워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더 늦기 전에 자신의 모습을 돌아다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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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프로 2023-04-25 12:42:38
정말 좋은 글이고 와 닿는 부분이 많네요,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계신분들이 많아져야, 세상이 조금이라도 바뀌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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