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우보’ 20대가 꼭 알아둘 복리 투자의 교훈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상태바
‘호시우보’ 20대가 꼭 알아둘 복리 투자의 교훈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3.05.09 09: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1988년, 필자는 지금은 사라진 펀드 전업회사(대한투자신탁)를 통해 금융 현장에 발을 디뎠다. 그때 나이가 20대 후반이었다. 이후 약 30년 금융투자 산업에 종사하는 동안 수많은 남녀노소, 고액 또는 소액 금융소비자의 자산관리를 맡았다. 그 과정에서 자산관리에 대한 의사결정이 사람의 생애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며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그리고 무엇이 최선이며 최악인지 많은 관찰을 할 수 있었다. 그 경험담에는 평생을 봉급쟁이로 살아온 필자의 뼈아픈 자산관리 실패도 포함하고 있다.

그 결과로 얻은, 필자가 주장하는 자산관리론은 ①하루라도 일찍, 보다 긴 시간 동안 ②고수익·고위험의 유혹에서 벗어나, 낮더라도 안정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금융상품으로 ③누구도 금융소비자를 등치지 못할 방법으로 평생 자산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20대 사회 초년 시절부터 스스로 금융 역량을 키워 장기적 안목으로 안전하게 자산 형성과 자산관리를 하는 것이 성공 확률이 높은 ‘생애 자산관리법’이라는 것이다. ‘생애 자산관리’(asset management for life)는 필자 개인의 정의로, 생애 전체 생활을 목적으로 재산을 형성하고 부를 소비하며 증식하는 행위이다. 자산관리를 흔히 금융소비자가 하는 것처럼 금융상품 만기에 한정하지 않고 생애 동안 연속적 관점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관점의 변화로 투자 기간, 투자 방법, 대상 금융상품이 바뀐다.

자료1(출처=nasdaq.com)
자료1(출처=nasdaq.com)

①번은 복리 수익률의 마술, ②번은 경제학의 에르고성(ergoditiy) 불성립 문제 회피, ③번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과거 경험했던 어떤 위험 위험보다 큰 거래 상대방(금융회사) 위험 제거에 근거를 두고 있다. ②번과 ③번은 필자가 발견한 금융 원리로 금융계에서 생소한 주장에 불과하다. 특히 ③번은 금융산업에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는 ②와 ③의 주장을 설파하기 위한 재미없는 해설은 생략한다. 대신에 필자와 같은 취지의 아주 유익한 투자법을 소개하려 한다.

코스닥의 원조 격인 미국 나스닥(Nasdaq)은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다양한 투자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데, 특히 ‘스마트 인베스팅’(smart investing) 코너는 투자자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인사이트를 소개하고 있다. 이 코너에 지난달 게시한 한 칼럼이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제목은 ‘20대에 부를 형성하기 : 젊은이의 투자 가이드’였다.

자료2
자료2

글쓴이는 28세의 외벌이로 한 자녀를 키우는 결혼한 청년이다. 비슷한 처지의 청년에게 절실한 재테크 정보를 제공한 점이 눈길을 끈다. 칼럼에서 20대에 시작하는 투자 가이드 단계별 내용은 자료2와 같다. 이 표에서 정리한 0~5단계는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생애 자산관리’를 아주 명쾌하게 정의한다. 경제적 측면에서 인생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모르는 청년은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많은 경우 성공은 작은 공감과 실천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자료3
자료3

나스닥의 칼럼에 ‘0순위’가 있다는 것에 주목하자. 칼럼을 쓴 청년이 최우선으로 젊은이에게 호소하는 것은 바로 ‘복리(複利)의 이해’다. 복리 개념은 OECD 산하 국제 금융교육기구, INFE의 금융이해력 조사의 주요 설문 항목이기도 하다. 복리의 중요성은 장기적인 복리 효과의 비교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자료3은 28세부터 2년 차이로 36세까지 각각 매년 말 600만원(월 50만원)을 적금 방식으로 적립할 때 65세 정년을 기준으로 복리 후(나스닥 칼럼의 가정인 연 10% 가정) 금액을 비교 측정한 시뮬레이션 도표이다.

나스닥 기고자는 원래 최초 적립 개시 시점을 20세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복리 효과를 보여주려 했지만, 이러한 가정은 우리나라 청년의 취업 현실에 맞지 않고 과도하게 복리 효과를 과장하는 측면이 있어 필자가 다시 시뮬레이션했다. 도표 오른쪽 위 곡선이 28세에 입사하자마자 퇴직연금을 납부한 김사원의 것이고, 맨 하단이 김사원보다 8년 늦게 차장 때부터 퇴직연금을 납부한 정차장의 사례인데, 두 사람의 65세 수령 금액 차이는 배 이상(약 10억원) 어마어마한 격차를 보인다. 특히 복리 효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 속도가 가속되므로 하루라도 빨리 자산관리에 눈을 뜨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이 표에서 알 수 있다.

자료4
자료4

사실 요즘과 같은 저금리 시기에 10% 투자수익률로 앞으로 30~40년 동안 복리 투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깝다. 세계적인 인구감소, 저성장, 탈세계화, 신냉전, 기후변화와 탈탄소 산업구조 이행 등은 과거와 같은 고 투자수익 시대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 또한 장기적 저수익 환경과 아울러 예측 불가능한 위험이 빈번한 블랙스완 또는 꼬리 위험(tail risk)의 세계가 계속될 전망이다. 이러한 경제적 여건에서 무리한 고수익 추구는 위험을 초래할 확률이 높고, 전문가급 트레이더도 왕왕 투자 손실을 본다.

자료4는 이러한 상황을 반영한 시뮬레이션이다. 도표에 A는 투자수익률을 현실적으로 5%로 하향 조정한 후, 매년 말 600만원씩 적립 후 복리가 초래하는 미래 가치 곡선이다. B는 초기에 10% 기대 수익률을 얻기 위해 무리한 위험투자를 선택하다가 30, 35, 38세에 각각 30% 손실을 본 이후에 다시 5% 기대 수익률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을 가정한 복리 투자의 미래 가치 곡선이다. 필자가 시행한 시뮬레이션 결과 28세에 시작해서 65세 정년까지 37년을 5%로 투자한 A의 만기 수령액은 약 6억5000만원 수준이지만, 초기 무리한 투자를 한 B는 5억1000만원으로 B/A는 79%인 약 1억3000만원 수준이다.

나스닥 칼럼이 제시하는 ‘젊은이를 위한 투자 가이드’가 추천하는 영순위 복리 효과에 관한 이상의 시뮬레이션이 시사하는 것은 바로 ‘젊은이 투자 가이드’가 필요한 근거를 충분히 설명한다. 복리 투자는 단순 무식하고 직접적 효과를 보여준다. 복리 투자가 장기로 누적할 때 미래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복리 효과는 금융 세계의 엔트로피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금융소지자의 미래에 복잡다단한 영향을 미친다. 이자가 이자를 낳아 돌려준다는 기원도 알 수 없는 금융 도구인 복리 효과는 인간에게 고진감래(苦盡甘來)의 생생한 교훈을 남긴다. 유의할 것은 복리 효과의 마술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반복하는 투자수익률이라는 점이다.

복리에 적용하는 투자수익률은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안정적이고 변동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인생 초기에 손실이 발생하면 인생 후반까지 누적할 복리의 씨앗이 제거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바람직한 복리 투자의 자세는 ‘호시우보’(虎視牛步)라 할 것이다. 변동성이 늘어나지 않도록 감시하고 우직하게 나아가야 한다. 이상은 은퇴한 자산관리 전문가인 필자가 인생을 돌아보고 아쉬워서 젊은이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얘기다. 너무 길어지면 소화 불량이 우려되므로 ‘젊은이를 위한 투자 가이드 다음 단계’는 다음 기회에 해설을 이어가려 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