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줄타기’ 신한금융 진옥동 회장 앞에 놓인 ‘피델리스 외줄’ [조수연의 그래픽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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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줄타기’ 신한금융 진옥동 회장 앞에 놓인 ‘피델리스 외줄’ [조수연의 그래픽 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3.05.15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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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병 낙마’로 내부 출신 은행장 적격 평가… 펀드 의혹 수사로 또 한 번 위기 내몰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지난해 말만 해도 금융계는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회장의 3연임이 유력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가 ‘아름다운 은퇴’를 선택할 때도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조용병 회장 퇴장 이후 우리금융과 농협금융까지 금융지주 회장의 줄사퇴가 이어지자 금융계가 긴장했고, 금융감독원장은 상반기 내내 금융지주 투어를 이어가며 ‘상생 금융’을 독려하며 감독권의 기치를 세웠다. 이전 정부 11대 최흥식 전 원장 이후 금융 개혁을 주창하던 역대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지주 회장과 맞섰다가 곤욕을 치른 것과 비교하면 지금 금융지주의 포복 자세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굵직한 사건을 다룬 특수통 검사 출신답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 현장에서도 사건의 핵심을 짚을 줄 알았다.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회장부터 금융감독원이 금융지주 지배구조 물갈이의 명분으로 삼은 것은 바로 ‘사모펀드 사태’인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 사태가 2018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이전 정권의 직접적인 ‘금융 실정’으로 정치 이슈화할 수 있고, 금융권 전체가 불공정·부당 행위로 연루돼 금융산업 지배구조 조정에 금융당국이 명분으로 활용하기 제격이었다. 이러한 배경에 조용병 회장은 차기 회장 면접 과정에서 “사모펀드 사태의 총괄적인 책임을 지고 정리하겠다”라며 은퇴를 선언, 금융지주 구조조정 서곡의 첫 음계를 두드렸다.

이러한 정치적 배경에서 최대의 수혜자는 당시 진옥동 신한은행장이었다. 갑작스러운 전임 회장의 퇴장에 술렁이는 신한금융그룹을 안정화할 적임자로 내부 출신이면서 현 은행장인 진옥동은 적격이라는 평가를 받기 유리한 위치였다. 결국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시대가 열렸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에 이어 세 번째 상고 출신 회장이 주요 금융지주 지배구조 최상위에 등장했다. 약 10년 전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과정에서 정치적 소음과 내부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김승유 회장 등 차기 회장 후보군이 일괄 사퇴하자 뜻하지 않게 김정태 하나은행장이 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꿰찬 때처럼 정치적 소용돌이는 신한금융그룹에도 또 하나 어부지리의 역사를 썼다.

/출처=금융정의연대
/출처=금융정의연대

그러나 최근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앞날에 불길한 조짐이 엿보이는 사건이 일어났다. 5월 11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피델리스 펀드 의혹’ 수사를 본격화하며 신한은행 본사를 압수 수색한 것이다. 지난해 9월 금융정의연대가 사모펀드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이유로 검찰을 피해 경찰에 고발한 지 9개월 만의 경찰 수사 개시였다. 고발 내용에 따르면 신한은행이 2019년 7월에서 2020년 1월 판매한 피델리스 펀드는 2021년 1월과 6월 만기가 예정됐으나, 현재까지 원리금 상환이 이뤄지지 않았고 총피해 규모는 1800억원에 이른다. 또한 피델리스 자산운용은 신한은행 부행장을 지낸 장명기 대표가 2016년 설립했다는 사실도 신한은행의 피델리스 펀드의 부정 판매 의사결정과 관련하여 구설을 넘어 의혹을 낳기 충분해 보인다. 당시 신한은행장이었던 진옥동 회장은 ‘내부통제 리더십 부재’라는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앞서 진옥동 회장의 신한은행장 재임 시절인 2019년에도 라임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졌던 터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부통제 부실 논란이 커져 버렸다. 라임 펀드 사태 당시 여의도 금융가에선 금융당국이 중징계를 내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2021년 경징계에 그쳤고, 오늘날 진옥동 회장이 있을 수 있었다. 그런데 라임 펀드도 무역금융 관련 상품에 투자했고, 이번 문제가 된 피델리스 펀드도 무역금융에 투자한 점은 신한금융의 독특한 투자 취향을 보는 것 같아 눈길을 끈다.

2020년 당시 진옥동 은행장은 라임 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고 조사·제재가 한창 진행되던 가운데서도 라임 펀드와 유사한 피델리스 펀드를 부정 판매했다는 점에서 금융회사 경영자로서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게 의심된다. 당시 진옥동 은행장의 극단적인 이익 중심 경영 덕분인지 그의 재임 기간에 적어도 영업이익은 괄목 성장했고 훗날 회장 선임에도 중요한 평가 기반으로 작용했다.

/자료=국민연금
/자료=국민연금

진옥동 은행장 시절인 2022년 신한은행은 횡령, 이상 외환거래 등으로 시끄러웠고 10월에는 다른 주요 은행장과 같이 국정감사에 출석해 내부통제 부실에 관한 사과를 하기도 했다. 이러한 내용을 참고했는지 국민연금은 지난 3월 신한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의안 번호 3-1호 진옥동 사내이사 선임을 반대했다. 반대 사유는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의 침해 이력이 있는 자에 해당’으로 공시하고 있다. 경찰까지 개입한 피델리스 펀드 금융 사건에 금융당국은 과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진옥동 회장은 2017년 신한은행장으로 취임했다. 그의 은행장 근무는 전임 정부 존속기간 그리고 사모펀드 사태 발발 기간과 완전히 겹친다. 그래서 최근 금융당국 구조조정 공식에 대입하면 그는 신한금융 회장직을 지탱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어쩌면 경찰 수사가 오히려 명분으로 작용하며 조용병 퇴진 과정에서 신한금융 지배구조가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내부 인사에서 친정부 인사로 다시 교체할 수 있는 구조조정 흐름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진옥동 회장에게는 사모펀드 사태를 타개할 결정적인 카드가 있어 보이는데, 그것은 현 정권과 잘 어울릴 그의 성장 배경에서 찾을 수 있다. 그가 신한금융그룹 내 대표적인 일본 전문가여서다. 진옥동 회장은 재일교포 신한금융 주주와 유대가 깊고, 다양한 일본 현지 근무 경험과 일본 금융청, 일본중앙은행, 미즈호 금융그룹과의 인맥을 가지고 있다. 진옥동 회장이 취임 후 첫 IR을 일본에서 한 것도 현 정부의 친일본 경향과 무관하지 않으며, 그는 정치적 가치를 충분히 어필했을 것이다. 진옥동 회장의 ‘친일 강점’이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사태 명분을 뒤집을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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