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이동채 회장의 명암, 그리고 도덕적 해이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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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 이동채 회장의 명암, 그리고 도덕적 해이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3.04.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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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에코(ECO)’라는 접두어를 사용하는 기업은 흔히 생태계(Ecosystem)에 이바지한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기대한다. 메아리를 의미하는 동음이의어 에코(echo)의 청정 이미지도 기업에는 큰 덤이다. 그러나 ‘에코’라는 단어는 인문학적으로 녹록지 않은 비극적 의미가 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에코는 슬프고 애틋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데 에코는 그리스 신화의 고대 여신 중 하나였다. 그녀는 제우스의 바람을 덮어 주는 오지랖을 부리다가 헤라의 저주를 받고 자신의 목소리를 잃었다. 그런 몸으로 나르키소스를 사랑하다 아사(餓死)하자 몸은 사라지고 목소리만 남았다. 어쩌면 ‘에코’에는 명암이 교차할 운명이 담겨있는지 모르겠다. 최근 에코를 접두어로 사용하는 코스닥 상장 기업에도 이러한 극명한 대비의 명암이 확인된다.

자료1(출처-네이버 증권)
자료1(출처-네이버 증권)

그 주인공은 바로 에코프로 그룹이다. 지난 14일 기준 에코프로비엠은 코스닥 시장의 시가총액 1위, 에코프로는 시가총액 2위로 종전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을 단숨에 넘어섰다. 자료에서 보는 것처럼 에코프로 그룹 상장사들 주가는 2023년 검은 토끼해에 기록적인 상승세로 뛰어오른 후 지난주 변덕을 부렸다. 대표적으로 그룹의 지주사인 에코프로는 2022년 12월 29일 10만2700원에서 올해 4월 11일 76만9000원으로 648.8% 폭등했다. 이후 4월 14일까지 20.5% 하락하며 61만1000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그룹의 주요 수익원인 에코프로비엠은 220% 상승했다가 지난 금요일까지 5.8% 하락 조정했다. 그러자 지난주 에코 그룹 대표 주식 가격의 미래를 놓고 시장은 갑론을박 시끄러웠다.

자료2(출처-네이버 증권)
자료2(출처-네이버 증권)

지난주 에코프로 그룹 주가 조정 원인은 연이은 증권사의 목표주가 하향이었다. 자료에서 보는 것처럼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투자의견 취합 결과(컨센서스)에 따르면 에코프로 주식 평가는 ‘매도’이며, 에코프로비엠은 애널리스트 평가가 아직 ‘매수’ 수준에 위치하지만, 한 달 전에 비해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증권사들은 에코프로 그룹의 사업구조가 세계적인 이차전지 수요에 부응하여 성장성을 인정할 수 있으나 현재의 주가 수준은 4~5년 치의 성장 전망을 이미 반영하고도 넘는 수준이며 과대평가 상태라고 공통적으로 주장한다.

자료3
자료3

먼저 에코프로 그룹에 관해 조금 알아보자. 최근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에코프로 그룹은 1998년 환경사업과 이차전지용 소재 제조사업으로 기업활동을 시작했다. 20년 전에 벌써 환경과 이차전지에 대한 메가 트렌드를 읽었으니 창업자 이동채 전 대표이사는 대단한 인물임이 틀림없다. 최초 회사 이름은 코리아제오륨이었으나 2001년 에코프로로 개명했고, 2006년 제일모직(현 삼성물산)으로부터 양극재 기술과 설비를 인수한 후 2007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에코프로 그룹의 핵심 기업은 자료에서 보는 것처럼 그룹 매출 95%를 차지하는 에코프로비엠이다. 에코프로비엠 사업실적이 지주사 에코프로 그룹의 성장과 수익성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자료4
자료4

에코프로비엠은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활물질을 제조한다, 양극재는 이차전지 배터리 내에서 가장 높은 원가 비중을 차지하는 소재이며, 에코프로비엠은 니켈 함량을 높이고 제품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하이 니켈’ 기술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 하이 니켈 양극재 분야에서 에코프로비엠은 일본 스미토모 금속광업에 이어 2021년 기준 26.7%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자료5(출처-에코프로 ‘Eco-Friendly Day’)
자료5(출처-에코프로 ‘Eco-Friendly Day’)

탄소 중립을 위한 전기차 비중 확대 정책 등에 따른 이차전지 글로벌 수요 증가 전망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 등 지경학적(Geo-economic) 여건도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제조하는 에코프로 그룹에는 확실한 성장의 근거로 계산에 넣을 수 있다는 평가다.

자료6(출처-에코프로 ‘Eco-Friendly Day’)
자료6(출처-에코프로 ‘Eco-Friendly Day’)

에코프로 그룹의 능력과 주변 경영 환경을 미루어 볼 때, 에코프로 그룹의 성장 비전은 신뢰할 만하고 미래 현금 흐름도 실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기업의 주가를 평가하는 애널리스트는 기업이 벌어들일 다양한 형태의 미래 소득(또는 현금흐름)과 매출에 확률을 부여하고, 나름의 고유 평가척도로 현재 가치화하여 적정가격을 추정한다. 이를 밸류에이션(valuation) 과정이라고 한다. 다만 애널리스트 각각의 추정 방법은 십인십색이고 또 다른 영역이니 타당성 논의는 제외하자. 어쨌든 애널리스트는 고유의 방법으로 추정한 밸류에이션 결과와 비교하여 현재 시장가격이 높으면 고평가, 낮으면 저평가라고 판단한다.

자료7(출처-하이투자증권)
자료7(출처-하이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은 에코프로비엠의 적정가치를 산출하고 이 회사 주식의 현재 가격이 기준을 한참 초과한 과대평가 상태라고 평가했다. 에코프로비엠의 장밋빛 청사진을 받아들여 2027년까지 5년간 발생한 미래 소득을 현재가치화해도 현재 주가는 그 이상이라는 평가다. 하이투자증권뿐만 아니라 자료2의 투자의견 컨센서스를 보면 에코프로비엠에 관해 이미 전반적인 목표주가 하향 조정 추세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8(출처-하나증권)
자료8(출처-하나증권)

여기에 에코프로 그룹의 전체 사업구조 성장성과 수익성을 반영하는 지주사 에코프로의 시장가격도 고평가됐다는 게 증권사의 판단이다. 4월 14일 기준 에코프로 시가총액은 15조8000억원인데, 하나증권이 추정한 적정 시가총액은 11조8000억원이다. 즉, 에코프로 주식을 거래하는 투자자는 33% 이상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평가하고 있다. 필자는 애널리스트가 맞고 투자자가 틀렸다고 주장하고 싶지 않다. 애널리스트의 주가 적정성 평가가 전문적이기는 하지만, 수많은 가정을 전제하기 때문에 반드시 객관성과 절대성을 담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과학적으로도 주가의 예측은 얼마든지 이견이 있을 수 있는 영역이다. 다만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는 증권 산업의 바이 사이드(금융상품 판매자)에 소속돼 있어 평가 의견 보고서를 작성할 때 (일반 투자자의 거래를 유도하거나, 증권사에 대량 위탁 주문을 주는 평가 대상 종목 보유 기관투자자의 반발 때문에) 매수 일변도의 편향성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환경에서 매도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는 것은 이례적이다.

자료9
자료9

애널리스트의 매도의견은 기관투자가의 투자를 중심으로 주식 수급에 영향을 미친다. 기관투자가에 속한 펀드매니저는 시장 전문가의 평가에서 크게 벗어나는 투자를 하기 어렵다. 그럴 때 투자 성과가 안 좋으면 비난을 면하기 어려우므로 애널리스트가 부정적으로 평가한 종목의 매수 수요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애널리스트의 부정적 평가는 개인투자자가 가장 싫어하는 기관투자가의 공매도를 유도한다. 당연히 애널리스트 매도 보고서는 시장 수급에서 에코프로 그룹 주가에 악영향을 초래한다. 결국 에코프로 그룹 비전에 열광하는 투자자에 매도 리포트는 불쾌함을 넘어 현실적인 문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에 투자하는 헤지펀드가 활동하는 홍콩·싱가포르의 펀드매니저가 에코프로 그룹에 공매도 베팅을 지속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이에 대응해 개인투자자는 에코프로 그룹 매수를 늘린 것으로 알려진다.

자료10(출처-investing.com)
자료10(출처-investing.com)

이러한 에코프로 그룹 주식의 상황은 2020년 이후 미국에서 벌어진 몇 가지 사건을 소환한다. 먼저 테슬라 주식의 폭등과 급락 과정이다. 테슬라 주식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주당 30달러에 불과했으나 2021년 11월 400달러까지 1200% 상승했다가 2022년 12월 말 123달러까지 고점 대비 70% 하락했다. 2020년 주가 급등 과정에서 테슬라도 시장가격이 목표주가를 초과하는 상황이 계속됐고, 공매도가 쌓이며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정당성 논란도 이어졌다. 2021년에는 공매도에 대항하는 개인투자자의 테슬라 매수가 이어졌고, 2021년 고점 이전까지는 공매도를 주도한 헤지펀드가 패배했으나 2022년 저점까지는 다시 공매도 세력의 보복으로 테슬라 주가가 목표가 이하로 조정됐다. 이 전체 과정에 고평가에도 불구하고 공매도에 대응한 개인투자자의 매수를 놓고 ‘FOMO(Fear of Missing Out)’, 저가 매수(Buy the deep)라는 해석이 보편화했다.

자료11
자료11

에코프로 그룹 주가 변동 상황에서 관찰되는 또 하나 미국 시장의 유사 사례는 SNS에 의한 매수 심리 조장이다. 2021년 미국 개인투자자는 레딧(Reddit)이라는 투자 카페에서 기초 가치가 의심되는 게임스탑과 AMC 주식을 선동적으로 매수 추천했다. 레딧 카페에서 추천하는 주식은 근거 없이 심리적 선동으로 거래가 이뤄진다고 해서 ‘밈 주식(meme stock)’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에코프로 그룹 주식의 단기적 폭등에도 범람하는 유튜브 주식 추천 영향이 컸던 것으로 알려진다. 물론 에코프로의 기업 가치는 미국 밈 주식과는 다른 상황이지만 단기적 급등에는 분명 밈 현상이 상당 부분 작동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자료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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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의 저명한 칼럼니스트 제이슨 츠바이크(Jason Zweig)는 신경경제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관점에서 금융 시장을 분석하는데 지난해 한 칼럼에서 '확실성 환각(illusion of certainty)'이라는 현상을 설명한다. 시장은 설사 내일 일어날 뉴스를 알더라도 투자자는 결코 확실하게 돈 버는 거래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통화정책, 재정정책, 금리정책 등에 관한 확실한 뉴스가 있어도 시장가격의 변화는 알 수 없는데, 미래 가격은 미래 그 시점 결정된 환경으로 결정될 뿐이다. 투자자가 가진 정보가 확실하다는 생각은 신념이지 미래 사실이 아니므로 확실하다고 믿는 뉴스에 반응한 부화뇌동 매매보다는 장기적으로 일관성 있는 플랜을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에코프로 그룹이 보여주는 펀더멘털은 훌륭하고 신뢰할 수 있지만, 5년 후 경영 환경은 항상 변한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과연 전문가가 평가하는 목표치를 시장 주가가 초과하는 경우에 투자자는 자신이 확실성 환각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보고 일단 신중할 필요가 있다.

신흥 기업의 가치는 성장과 수익 실현 가능성 등 눈에 보이는 명목 가치도 중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무형(intangible) 가치와 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무형 가치로 영업권, 지식재산권, 브랜드 가치가 대표적이지만 무엇보다도 기업 지배구조의 도덕성이 신흥 기업에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즉 자금 횡령, 일감 몰아주기, 조세 포탈 등이 기업 가치를 갉아 먹고 투자자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 에코프로 그룹도 이러한 지배구조의 도덕성을 의심할 수 있는 사건들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19일 금융위원회 특별사법경찰과 서울남부지검은 에코프로 본사를 압수 수색했다. 2020~2021년 에코프로 전·현직 임직원이 미공개 정보 등을 이용한 주식거래를 통해 부당이득을 얻은 정황을 검찰과 금융당국이 포착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10월 창업자인 이동채 회장과 전·현직 임직원은 공시 전 공급계약을 활용해 주식거래를 하고 시세차익 약 11억원을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서울남부지법은 이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35억원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200시간을 명령했다. 재판은 2심으로 이어졌는데, 1심 내용대로라면 이 회장의 행위는 상당히 치사한 수준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최근 에코프로 그룹의 성장과 수익성을 고려할 때 이해하기 어렵다.

이 회장은 오랫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며 양극재 기술개발에 헌신했으나 결실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직전 사소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사법 리스크가 문제가 되자 2022년 이 회장은 창업 때부터 지키던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전문 경영인 체제를 갖췄고 현재는 대주주로 남아있다. 많은 사례에서 신흥 기업은 견리사의(見利思義)의 교훈을 저버리는 경우가 많다. 사주나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가 나타나는 기업의 경우 투자자는 그 회사가 장기 투자 대상으로 마땅한지 일단 경계해볼 필요가 있다. 적은 돈을 탐하는 기업과 구성원에게 큰돈이 맡겨졌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 투자자는 불안하다. 에코프로는 지금은 대단한 비전과 성장 전략을 뽐내지만, 도덕적 해이가 계속된다면 언제 메아리만 남을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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