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덴버그의 저주’ 김동관 한화 부회장, ‘아버지’ 못 넘는 이유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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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덴버그의 저주’ 김동관 한화 부회장, ‘아버지’ 못 넘는 이유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3.04.1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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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남이자 경영후계자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는 김동관 부회장. 재계 10대 그룹 오너 경영인이 모이는 2023년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 한화를 대표해 참석하는가 하면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방한 때도 동행했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방문 때 직접 방위산업 제품을 설명하는 등 실질적인 한화그룹 오너 경영인으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자료1 (출처- 공정거래위)
자료1 (출처- 공정거래위)

그러나 한화그룹에 따르면 아직까지는 김승연 회장이 책임 경영을 하고 있으며 김동관 부회장은 경영 수업을 지속하는 중이다. 현재 한화그룹 총수인 김승연 회장은 ㈜한화/건설, 한화솔루션, 한화비전, 한화시스템에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하며, 자료에서 보는 것처럼 한화그룹 지배구조의 상위 회사 군에서 경영 참여 범위를 넓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경영 수업을 마치고 김동관 부회장이 명실상부하게 승계구도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노심초사할 시간이 남았다는 얘기다.

그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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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갈 길 바쁜 김동관 부회장에게는 잊고 싶으나 진행형인 사건이 있다. 바로 ‘힌덴버그’와의 악연이다. 김동관 부회장과 힌덴버그의 인연은 2020년에 시작됐다. 힌덴버그는 1936년 취항한 비행선으로 독일의 자랑거리였다. 유럽과 미국의 부자들을 태우고 대서양을 35회나 횡단했으나 1937년 미국 뉴저지주 레이크 허스트에서 착륙 직전 폭발하는 참사를 맞았다. 이 사건을 빗댄 증시 폭락 예고 지표가 '힌덴버그 저주'(Hindenburg Omen)다. 짐작해보건대 김동관 부회장과 힌덴버그는 결코 즐거운 인연은 아니다.

그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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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힌덴버그라는 단어가 한화솔루션 김동관 부회장에게는 징글징글한 저주에 가깝다. 2010년 한화그룹에 입사한 후 태양광 부문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에 근무하던 김동관 부회장은 2012년 김승연 회장의 법정 구속으로 위태로울 것으로 평가되던 태양광 사업을 키워내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내친김에 태양광 산업에서 생산한 전기로 수분해 처리한 수소를 활용하려는 계획으로 2018년 수소 트럭 개발 벤처기업인 ‘니콜라’에 1억달러를 투자하는 모험을 진두지휘했다. 김동관은 직접 니콜라 창업자 겸 회장 트레버 밀턴을 만나 담판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한화는 2213만주를 평균 단가 4.5달러에 매입했는데, 니콜라 주식은 2020년 상장 첫날 1주당 33.75달러, 다시 5일 후 79.73달러로 폭등했다. 이로써 한화는 1771%의 투자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당시 2분기 한화그룹은 엄청난 지분법 이익을 반영하며, 당시 한화큐셀 전무였던 김동관은 일약 스타로 등극했다.

자료2(출처-investing.com)
자료2(출처-investing.com)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인지 여기서 김동관 앞에 예기치 않았던 ‘힌덴버그’가 등장한다. 공매도를 전문으로 하는 헤지펀드인 힌덴버그 리서치가 니콜라의 수소 트럭이 사기극이라고 폭로했고, 니콜라 주가는 폭락했으며 한화의 니콜라 투자는 한단지몽에 그치고 말았다. 한화는 니콜라 주식 50%를 2021년까지 순차적으로 정리했고 잔여 주식 50%를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현지 시각 4월 10일 니콜라 주가는 1.19달러다. 최초 매입가 4.5달러 대비 74% 하락한 수준이다. 지난달 30일 니콜라가 1억달러 규모 신주를 발행하자 주가는 더욱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한화그룹에 따르면 2021년까지 매도한 니콜라 주식 50%는 주당 10달러 이상 매매 차익을 확보했고, 최초 니콜라 매입분의 총이익(Total Return)은 상당한 이익을 확보한 상태다. 2021년 12월 말 기준 니콜라 주가는 9.87 달러였다. 한화가 주가 급락에도 니콜라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니콜라가 아직 활동 중이고, 미래 수소 산업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화그룹 관계자는 설명한다.

그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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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일부 언론은 잔여 니콜라 주식 보유분의 가치하락을 놓고 니콜라와 힌덴버그 그리고 김동관 부회장의 악연을 소환하고 있다. 사실 2021년에 한화가 니콜라 지분을 모두 정리했다면 이런 불편한 기억 소환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김동관 부회장을 비롯한 한화그룹 재무전략팀의 판단이 보유를 선택한 결과이므로 보유 손실에 대한 언론의 지적은 감수해야 할 몫이다.

니콜라 사기극 폭로로 명성을 얻은 후 힌덴버그 리서치는 세계 각국에서 유사한 공매도 전략의 투자 성과를 올리고 있으며, 수소 트럭회사 니콜라도 아직 활동 중이다. 이들 기사가 나올 때마다 언론은 김동관 부회장과 힌덴버그, 니콜라를 소환할 것이다. 사실 김동관 부회장의 여타 경영 성과는 니콜라 실패를 덮고 남을 만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그는 여전히 추락한 비행선 힌덴버그호에서 내리지 못하고 갇힌 꼴이어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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