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방천 징계’ 금감원 “공매도 엄벌”에도 개미들 폭발한 이유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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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방천 징계’ 금감원 “공매도 엄벌”에도 개미들 폭발한 이유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9.1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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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입 공매도 문책” 이복현 원장에 누리꾼 “도둑 안 들게 출입문 시스템 개선하랬더니 개를…”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금융감독원이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전 회장(사진)의 차명 투자 의혹에 대해 직무정지 조치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에셋플러스자산운용
금융감독원이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전 회장(사진)의 차명 투자 의혹에 대해 직무정지 조치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에셋플러스자산운용

“대단한 중징계네요. 너무 무거워서 허리를 펼 수가 없네.”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이틀째 동반 하락한 어제(15일),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전 회장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직무 정지’ 징계를 당했다는 소식에 한 누리꾼의 반응입니다. 금감원은 강 전 회장이 대표로 있던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이 ‘원더플러스’에 수십억원을 대여해준 뒤 법인 명의로 주식 투자를 한 것을 ‘차명 투자’와 ‘자기 매매’ 행위로 판단했습니다.

공유 오피스 업체인 원더플러스는 강 전 회장이 대주주이며, 그의 딸이 2대 주주로 있습니다. 강 전 회장은 차명 투자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자, 지난 7월 29일 회장직에서 물러났습니다. 강 전 회장은 가치투자로 잘 알려진 1세대 펀드매니저입니다. 어떤 이들은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전직 금융맨으로 엄청난 부를 거머쥔 유아인(윤정학 역)의 실제 인물이라 주장합니다.

강방천 전 회장의 징계 소식이 전해진 날, 이복현 금감원장은 자산운용사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6일 금감원에 따르면, 이 원장은 취임 100일을 맞은 전날 출입 기자단과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앞서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지난 14일 강 전 회장의 징계 원안을 결정했습니다. 다만 언론 보도와 달리 징계 수위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자산운용사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자료사진=금융감독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자산운용사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자료사진=금융감독원

이 원장은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등 사모펀드 사태를 예로 들어 일부 자산운용사들을 보면 오늘만 산다라는 느낌이 드는 때도 있다”라며 “아무리 시장 기능이라든가 자산운용사의 기능을 존중한다더라도 그런 것들은 그냥 간과할 수는 없을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코스닥에서 일부 거래에 대한 신뢰가 떨어짐으로써 코스닥시장 규모가 커지지 않는다”라며 “일부 운용사의 잘못된 운용 관행에 대해서는 위법 사항이 발견된다면 강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구조적으로 검사를 통해 제재하거나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함께 지난달 신설한 공매도조사팀을 앞세워 불법 공매도를 엄벌하겠다는 의지도 거듭 밝혔습니다. 이 원장은 “6명 규모로 공매도팀을 새로 만들었으며, 무차입 공매도와 관련된 책임을 묻는 절차들은 계속 진행될 것”이라며 “그 외의 것들은 불공정거래와 관련된 조사인데 조사력을 집중시키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누리꾼들은 공매도 등 예방책보다 피해자가 나오면 엄벌하겠다는 감독 당국의 입장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자료사진=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누리꾼들은 공매도 등 예방책보다 피해자가 나오면 엄벌하겠다는 감독 당국의 입장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자료사진=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공매도 제도 변화 여부에 대해서는 “제도 자체를 셧다운하기에는 단기적으로 의견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개인투자자들이 느끼는 정보 비대칭이나 균등한 기회 제공 등 오해가 풀릴 수 있는 부분들도 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공매도 등 예방책보다 피해자가 나오면 엄벌하겠다는 감독 당국의 입장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도둑 안 들게 출입문 시스템을 개선하랬더니 개를 갖다 놓네” “1400만 개미 주주들은 하루가 멀다고 불법 공매도로 피해를 보고 있는 금감원에 불법 공매도 신고를 하고 있지만, 답변을 받는 데만 몇 달이 걸리고 답변은 수사하겠다, 엄밀히 보겠다고만 하지 그냥 방치만 하고 있고~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하는 거 아니냐? 개미들이 피해만 보고 있으면 미리 피해 안 보게 막아 줘야 하는 게 금감원인데~ 금감원장은 피해자가 나와서지 수사한다 이 XX을 하고 있으니~ 정말 한심하다. 그럴 거면 사퇴해라! 국민이 원하는 것은 공평한 공매도 개선이다. 잘 알면서 언제까지 뭉개고 있을 거냐!” “맨날 지켜만 볼 건가? 금감원장도 공매도 편인가 봐요”.

강방천 전 회장의 징계 소식에는 늘 손해만 보는 개인투자자의 설움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방송, 유튜브 타고 떠드는 인간들에게 농락당하지 맙시다. 결국 자기 돈벌이를 위해 전문가 행세하며 일반인들 코 묻은 돈 이용하는 무리입니다.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경제 세계에 주식, 부동산 전문가들 없어 보입니다” “지금 방송이나 유튜브에 나오는 X들은 돈벌이 수단으로 나오는 겁니다. 진짜 돈 벌었으면 얼굴 까고 절대 자랑 못 해요” “작전주로 돈을 모았다는 소문이 파다하던데 실체가 궁금하다” “이게 엄중 처벌?? 불법 수익 환수도 해야지”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자산운용사 임직원의 투자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자기 명의로 매매를 해야 하며, 차명 투자를 할 수 없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5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책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5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책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한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주된 이유는 “상장기업의 이익이 모든 주주에게 비례적으로 분배되지 않고 지배주주에게 주로 귀속되는 문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전날 금융위원회가 개최한 세미나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일반주주-지배주주의 이해 상충’을 지적했습니다.

김 교수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집단 소속 회사 외 상장회사에는 일감 몰아주기 제한이 없고, 지배주주 보유지분 양수도를 통해 이뤄지는 M&A의 경우 피인수 기업 주주 보호 절차가 미흡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반 상장기업의 내부거래 공시 강화, 일반 기업 상장 때도 지배주주 기업과 내부거래 확인 등 심사 절차 강화를 해법으로 내놨습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선진국에는 없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규제, 이유도 찾기 힘든 낡은 규제, 최근의 기술변화를 수용할 수 없는 경직적인 규제 등을 발굴해 족쇄를 하나하나 풀어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1992년 도입된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며 또 친기업 정책 추진을 밝힌 것입니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 엔딩 자막 스틸 컷. /출처=‘gegul’ 블로그
영화 ‘국가부도의 날’ 엔딩 자막 스틸 컷. /출처=‘gegul’ 블로그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에 니들이 불붙인 거야”.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이대 나온 여자’ 김혜수(한시현 역)의 대사입니다. 영화는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를 배경으로, 국가부도 위기 일주일을 앞두고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복현 원장과 김소영 부위원장에게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국가부도의 날> 엔딩 자막입니다.

“22억달러에 달하는 국민들의 금은 기업들의 부채를 갚는 데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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