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가 댕긴 채권시장 급한 불, ‘1.6조’로 진화?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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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가 댕긴 채권시장 급한 불, ‘1.6조’로 진화?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10.2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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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ABCP 사태’에 채안펀드 투입… 금감원도 “증권·건설사 부도 루머 엄중 조치”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국내 첫 글로벌 테마파크인 춘천 레고랜드코리아리조트(레고랜드)가 지난 어린이날에 개장했다. /사진=레고랜드 인스타
국내 첫 글로벌 테마파크인 춘천 레고랜드코리아리조트(레고랜드)가 지난 어린이날에 개장했다. /사진=레고랜드 인스타

“아시아 최대 장난감 놀이동산이 생겼다.”

100번째 어린이날인 지난 5월 5일, 강원도 춘천의 섬 중도에 글로벌 테마파크가 문을 엽니다. 28만㎡ 규모의 ‘레고랜드코리아리조트’. 어린이들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인 강원도와 춘천시가 무엇보다 반깁니다. 그로부터 다섯 달이 지난 이번 달 4일, 레고랜드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아이원제일차’가 최종 부도 처리됩니다.

국내 증권사 10곳이 이달 초 채무 불이행(디폴트)을 일으킨 레고랜드 개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투자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당 증권사는 신한·IBK·대신·미래에셋·삼성·NH·한국·유안타·KB증권과 DB금융투자입니다.

이달 들어 20일까지 회사채 순발행액이 마이너스 2조4393억원을 가리키고 있다. /자료=금융투자협회
이달 들어 20일까지 회사채 순발행액이 마이너스 2조4393억원을 가리키고 있다. /자료=금융투자협회

여기에 멀티에셋자산운용을 포함, 모두 11곳이 레고랜드 ABCP에 205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회사별로는 ▲신한투자증권이 신탁 형태로 550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IBK투자증권(250억원) ▲대신·미래에셋·삼성증권(각 200억원) ▲NH·한국·DB투자증권(각 150억원) ▲멀티에셋자산운용(100억원) ▲유안타·KB증권(각 50억원) 순입니다.

이들은 모두 증권사 고유 계정이 아닌 법인투자자 계정으로 ABCP를 편입한 것으로 파악돼,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는 크지 않을 전망입니다. 멀티에셋자산운용 역시 법인투자자 대상 펀드에 투자금을 편입했습니다. 다만 증권사 고유계정 편입분이 없는 만큼 ABCP 관련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에게 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레고랜드 기반 조성사업을 추진한 중도개발공사(GJC)는 2020년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SPC인 아이원제일차를 세워 2050억원 규모의 ABCP를 발행했습니다. 해당 물량은 강원도가 보증을 섰고, 주관사를 맡은 BNK투자증권이 전액 인수해 증권사들에 판매했습니다. 하지만 ‘A1’ 등급의 안정적인 채권이 부도가 나면서 회사채와 기업어음 시장이 얼어붙고 있습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맨 오른쪽)은 20일 “채권시장안정펀드 여유 재원 1조6000억원을 통해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의 매입을 신속히 재개하고, 추가 캐피탈 콜 실시도 즉각 준비하겠다”라고 밝혔다 . /자료사진=금융위원회
김주현 금융위원장(맨 오른쪽)은 20일 “채권시장안정펀드 여유 재원 1조6000억원을 통해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의 매입을 신속히 재개하고, 추가 캐피탈 콜 실시도 즉각 준비하겠다”라고 밝혔다 . /자료사진=금융위원회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이날(20일)까지 모두 1조3562억원의 회사채가 발행됐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조7308억원이 발행됐던 것과 견줘 63.6% 쪼그라든 것입니다. 회사채 투자심리를 보여주는 ‘신용 스프레드’(회사채 3년물 AA- 등급 금리-국고채 3년물 금리)도 2009년 9월 이후 최고치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날(20일) 오전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와 ‘회사채 3년물(AA- 등급) 금리’는 각각 4.344, 5.568%로 신용 스프레드는 1.224%포인트까지 커졌습니다. 신용 스프레드는 지난달 30일에는 1.094%포인트를 기록했습니다. 신용 스프레드가 커졌다는 것은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했다는 뜻으로, 그만큼 기업들이 자금을 빌리기 어려워졌다는 것을 뜻합니다.

금융감독 당국도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자금시장 경색 등 위기감에 편승해 사익을 추구하는 행위에 대해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료=금융감독원
금융감독 당국도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자금시장 경색 등 위기감에 편승해 사익을 추구하는 행위에 대해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이처럼 회사채와 기업어음 시장에 대한 불안이 확산하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나섰습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시장안정을 위한 특별 지시사항>을 통해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여유 재원 1조6000억원을 통해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의 매입을 신속히 재개하고, 추가 캐피탈 콜 실시도 즉각 준비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더불어 은행 ‘LCR’(유동성 커버리지 비율) 규제 정상화 조치 유예 등 금융사의 유동성 규제도 일부 완화할 계획입니다. LCR는 국제결제은행(BIS)의 규제로 30일간 순현금 유출액 대비 예금과 국공채 등 고유동자산의 비율입니다. 앞서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사태로 85%까지 낮췄던 LCR를 내년 7월까지 다시 100%로 올리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습니다.

금융위는 “레고랜드 ABCP 관련 이슈로 확산하는 시장 불안 요인에 대해 모니터링 중”이라며 “증권사·여전사 등의 유동성 상황도 지켜보고 있으며 한국증권금융을 통한 유동성 지원 등도 적극적으로 시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부동산 PF 시장과 관련해 시장 불안이 확산하지 않도록 필요 시 금융지원 프로그램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여기에 금감원도 힘을 보탰습니다.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자금시장 경색과 관련해 증권사, 건설사 부도 등 근거 없는 루머가 유포·확산함에 따라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투자자의 피해 및 자본시장의 신뢰도 저하가 염려되는 상황”이라며 “위기감에 편승해 사익을 추구하는 행위에 대해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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