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 두둔한 당국에 쏟아진 말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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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 두둔한 당국에 쏟아진 말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11.0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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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 보도자료까지 내며 채권시장 달래기… “정부가 나서서 대외신인도 떨어뜨린 격”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시장의 불안을 초래한 김진태 강원도 지사를 꾸짖으며, 안심하라는 당국의 말도 믿지 못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흥국생명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시장의 불안을 초래한 김진태 강원도 지사를 꾸짖으며, 안심하라는 당국의 말도 믿지 못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흥국생명

“규제 비율을 2배 이상 상회하는 등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9월 26일, 보험회사들의 6월 말 기준 ‘지급여력’(RBC, Risk Based Capital) 비율을 내놓은 금융감독원 관계자의 발언입니다. RBC 비율은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냅니다. 생명보험회사는 책임준비금 이상, 손해보험은 종목별 위험도를 따져 RBC 비율을 정합니다. 보험업법상 100%를 넘겨야 하지만, 당국은 150% 이상을 권합니다.

생보사들의 6월 말 평균 RBC 비율은 ‘216.2%’로 1분기 말보다 7.4%포인트 올랐고, 손보사들은 ‘223.2%’로 12.7%포인트 상승했습니다. 당국이 6월 결산부터 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LAT) 제도상 잉여액(원가 평가 보험부채에서 시가평가 보험부채를 뺀 금액)의 40%를 가용자본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적용, 가용자본이 늘어난 덕분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에도 ▲처브라이프(옛 에이스생명·145.7%) ▲MG손보(74.2%) ▲한화손보(135.9%) ▲캐롯손보(149.1%) ▲뮌헨리(재보험사·135.3%)는 권고치를 넘지 못했습니다. 권고 수준을 넘은 경우도 ▲흥국생명(157.8%) ▲DB생명(150.2%) ▲IBK생명(155.4%) ▲흥국화재(154.0%)는 150%를 가까스로 웃돌았습니다.

지난 6월 말 기준 보험사들의 RBC 비율. 당국 권고치인 150%를 밑도는 보험사들(빨간색)이 보인다. /자료=금융감독원
지난 6월 말 기준 보험사들의 RBC 비율. 당국 권고치인 150%를 밑도는 보험사들(빨간색)이 보인다. /자료=금융감독원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3분기 실적을 내놓은 보험사들의 RBC 비율이 다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화생명의 3분기 RBC 비율은 157%로 석 달 전보다 10.6%포인트 떨어졌습니다. 같은 기간 NH농협생명도 107%로 78%포인트 급락했고, DGB생명도 113.1%로 52.7포인트 하락했습니다.

보험사들의 RBC 비율이 하락한 것은 3분기 들어 채권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보유 중인 채권의 평가손실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해 말 2.26%에서 올해 9월 말 4.08%로, 최근 10년 동안 최고 수준으로 뛰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유 채권의 평가손실이 늘면서 자본금이 줄어들었고, RBC 비율도 하락한 것입니다.

보험사들은 RBC 비율을 끌어올리고 내년에 도입될 새 회계제도(IFRS17)를 위해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금리 급등과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힘든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신종자본증권의 조기 상환권(콜옵션) 행사를 미루거나, 행사하지 않는 보험사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DB생명은 3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일을 이달 13일에서 내년 5월로 바꿨습니다.

이보다 앞서 흥국생명은 다음 달 9일인 5억달러(7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기업의 자금 조달 수단인 ‘신종자본증권’은 채권과 증권의 중간 성격으로, 상장해서 거래가 가능해 하이브리드채권으로도 불립니다. 이번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는, 국내 기업으로는 2009년 우리은행 외화 후순위채 이후 처음입니다.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에 당국은 보도자료까지 내놓으며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자료=금융위원회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에 당국은 보도자료까지 내놓으며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자료=금융위원회

이에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을 주시하고 있는 당국은 전날(2일)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시장 달래기에 나섰습니다. 금융위원회는 “그간 금융위·기획재정부·금융감독원 등은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권 행사와 관련한 일정·계획 등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고 지속적으로 소통해왔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흥국생명은 조기상환권 미행사에 따른 영향과 조기상환을 위한 자금 상황 및 해외채권 차환 발행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라며 “이에 흥국생명은 채권발행 당시의 당사자 간 약정대로 조건을 협의·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판단했다”라고 흥국생명의 입장을 두둔했습니다.

그러면서 “흥국생명의 수익성 등 경영실적은 양호하며, 계약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 등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회사”라며 “흥국생명 자체의 채무불이행은 문제 되지는 않는 상황이며 기관투자자들과 지속 소통 중에 있다”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흥국생명과 소통하고 있으며, 조기상환권 미행사에 따른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2번째)이 3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 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기획재정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2번째)이 3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 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기획재정부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시장의 불안을 초래한 김진태 강원도 지사를 꾸짖으며, 안심하라는 당국의 말도 믿지 못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당국이 후하게 매겼는데도 권고치를 겨우 넘긴 흥국생명과 DB생명의 RBC 비율을 보면 그럴 만합니다.

“김진태 큰일 했다. 강원도의 힘” “전 세계가 강원도는 몰라도 김진태는 알듯” “채권발행을 통제? 공산당식 계획경제임? 미리 강원도 하는 짓이나 막았어야지. 일 키워놓고는 이제 와서 민간 기업 자금 조달을 막는다고? 여기 중국임??” “대한민국 금융시장에 불신을 가득 갖게 한 장본인, 일파만파 악영향이 도미노처럼 번져가도 "좀 미안하다!" 이게 말이냐! 정작 본인은 얼마나 큰 사태를 불러왔는지 인지 못 하는 건지, 못하는 척하는 건지”.

“이건 흥국생명 입장에서는 금리 쌀 때 낸 회사채를 채권시장에서 실질적 만기라고 여긴 콜옵션 즉 부채상환을 연기했으니 X이득이지. 이미 우리은행 사태를 겪고 고작 5억$에 대외 신용도를 태운다? 국가에서 이걸 장려했다고?” “이러면 대외신인도를 정부가 나서서 떨어트린 격 아닌가?” “단지 흥국만 신뢰를 조금 잃었다고? 김진태 사태로 해외에서 보는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치는데?”.

한편 미국이 네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은 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경제·금융당국 수장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경계감을 유지하며 대응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기 전, 치안 당국도 입버릇처럼 했을 말입니다. 예방이 아닌 사후 대응에는 너무나 큰 희생이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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