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돈 14조’ 제발 찾아가세요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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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돈 14조’ 제발 찾아가세요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11.05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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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휴면예금, 휴면보험금 등 잠자는 돈 찾아주기 캠페인 소식이 전해지자 소비자들은 금융권에서 먼저 챙겨서 환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휴면예금, 휴면보험금 등 잠자는 돈 찾아주기 캠페인 소식이 전해지자 소비자들은 금융권에서 먼저 챙겨서 환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10년 넘게 찾아가지 않았으니 내년부터 나랏돈이 된다.”

2018년 10월 12일, 일본 금융청은 새로운 법의 시행을 알립니다. 10년 이상 거래가 없는 휴면예금을 국고로 돌린다는 것입니다. 6000만개가 넘는 통장에서 잠자는 돈, 6조원을 빨리 깨워서 찾아가라는 조치입니다. 그래도 주인을 찾지 못하는 돈은 사회사업에 쓴다는 계획입니다. 6년 전 일본 정부는 휴면예금을 동일본 대지진 복구에 쓰려다가 큰 반발을 샀습니다.

‘잠자는 돈’. 저축을 한 뒤 일정 기간 찾아가지 않은 휴면예금, 지급 사유가 발생한 뒤에도 찾아가지 않은 휴면보험금을 통틀어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통상 잔액이 1만원 미만이고 1년 이상 거래가 없을 때 휴면예금계좌로 분류됩니다. 휴면보험금은 계약이 끝나고 환급금을 청구할 수 있는 소멸시효 기간인 2년 안에 찾아가지 않아 보험회사에서 보관하고 있는 돈입니다.

금융당국이 ‘잠자는 돈’ 찾아주기에 적극 나섰습니다. 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업권에서 보유하고 있는 1조9000억원에 육박하는 휴면예금 등이 대상입니다. 이와 함께 12조원이 넘는 숨은 보험금도 쉽게 찾을 수 있게 새로운 시스템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금융권에서 먼저 챙겨서 환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업권에서 보유하고 있는 잠자는 돈이 1조9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금융위원회
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업권에서 보유하고 있는 잠자는 돈이 1조9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는 오늘(5일)부터 ‘통장에서 잠자는 숨은 자산 찾기 캠페인’을 다음 달 24일까지 실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상호금융업권에서 보유 중인 휴면 예·적금, 장기 미거래 예·적금, 미지급 출자금 및 미환급 배당금이 대상입니다. 올해 6월 말 기준 해당 휴면 및 장기 미거래 예·적금(1조6320억원)과 미지급 출자·배당금(2547억원)은 모두 1조8897억원입니다.

잠자는 돈을 확인하려면 먼저 금융결제원의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어카운트인포)’ 또는 금융감독원의 ‘금융소비자포털’ 누리집에 접속해야 합니다. 이어 ‘내계좌 한눈에’ 코너에서 제2금융권을 선택합니다. 이후 본인인증 등을 거치면 휴면 예·적금 등 필요한 정보를 조회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예·적금(1년 이상 입출금거래가 없고 잔액 50만원 이하)과 미지급 출자·배당금(1000만원 이하)은 ‘어카운트인포’에서 즉시 본인의 다른 계좌로 이체하고 해지 혹은 기부도 가능합니다. 이밖에 해당 조합의 영업점을 방문하거나 인터넷뱅킹을 통해서도 잠자는 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영업점을 직접 찾는 고객을 위해서 전담 직원도 배치했습니다.

금융당국은 금융결제원의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어카운트인포)’와 금융감독원의 ‘금융소비자포털’을 통해 숨은 자산 찾아주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금융당국은 금융결제원의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어카운트인포)’와 금융감독원의 ‘금융소비자포털’을 통해 숨은 자산 찾아주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금융위는 또 해마다 쌓이고 있는 ‘숨은 보험금’을 쉽게 찾을 수 있게 새로운 시스템도 마련했습니다. 숨은 보험금은 지급 사유가 발생해 금액까지 확정됐지만 지급되지 않은 중도 및 만기, 휴면보험금을 이릅니다. 지난해 말 11조3978억원이던 숨은 보험금은 올해 들어서도 여덟 달 사이에 1조원 가까이 더 불어났습니다.

금융위와 보험업계는 이에 따라 ‘내보험 찾아줌’에서 숨은 보험금을 한 번에 조회하고 청구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개선했습니다. 추가정보 확인이 필요 없고 1000만원 이하 보험금은 입력한 계좌로 3영업일 이내에 자동 지급됩니다. 추가정보 확인이 필요하거나 1000만원 이상일 때에는 보험사가 ‘확인전화(콜백)’ 등을 통해 추가정보를 확인한 뒤 지급할 예정입니다.

지급 사유가 발생해 금액까지 확정됐지만 지급되지 않은 중도 및 만기, 휴면보험금이 올해 들어서도 여덟 달 사이에 1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금융당국은 이처럼 늘어나는 숨은 보험금을 찾아주기 위해 청구 시스템을 간소화했다. /자료=금융위원회
지급 사유가 발생해 금액까지 확정됐지만 지급되지 않은 중도 및 만기, 휴면보험금이 올해 들어서도 여덟 달 사이에 1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금융당국은 이처럼 늘어나는 숨은 보험금을 찾아주기 위해 청구 시스템을 간소화했다. /자료=금융위원회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금융기관이 먼저 알아서 잠자는 돈을 돌려줘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금융회사에 대한 불만과 함께 주거래통장 입금 등 다양한 환급 방법도 내놓습니다. 어차피 찾아가지 않으니 서민에게 나눠주라는 제안도 눈에 띕니다. 털어도 먼지뿐인 통장 신세에 한숨짓는 이들도 있습니다.

“깨워서 주인에게 입금해주면 되잖아” “알아서 돌려줘라. 뺏는 건 잽싸게 가져가고 돌려주는 건 세월아 네월아~” “가족도 없는 시골 할머니들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말년에 짊어가지도 않을 돈 호강 한번 못하게 해서 저금하라고 꼬드겨서 노인네 돌아가시면 찾아갈 가족도 없고 농협 돈으로~~~ 직원은 점수 따고 아주 쵝오” “연락해서 본인에게 찾아주면 좋겠다. 찾아가라 하지 말고” “나도 신협에 얼마 전 묵히고 잊고 있던 돈 몇 년 만에 연락 와서 찾아갔네. 좀 진즉 연락 좀 주지” “돈 내라고는 연락 잘하면서 찾아가라고는 연락 못하는가배?”

“조합을 탈퇴해도 일년 후에 열리는 총회 이후에야 출자금을 찾을 수 있단다. 출자금 환수를 정부가 나서서 점점 어렵게 해 놓고선 선거 때가 되니까 생색내냐?” “개인이 돌려받을 돈 대표 수령계좌를 설정하는 법을 만들었으면 한다. 무슨 일 생길 때마다 서로 확인하지 말고” “찾지 말고 주거래 통장에 알아서 넣어주면 안 되나?” “농협.신협에서 고객들에게 연락해서 찾아가라 해야지. 나쁜 X들” “니들이 연락해주면 좋겠네. 벌써 나를 잊어버렸나 그리움만 쌓이네” “찾아가세요라는 프로세서가 잘못된 거다. 각 은행은 줄 돈이 있으면 알아서 통장에 입금될 수 있게 프로그램을 다시 짜라”.

“이자만 얼마여. ㅎㄷㄷㄷ 그냥 하루하루 쌓이는 공돈 이자” “그 돈으로 서민들 백만원씩 돌려줘라” “얼마나 정신이 없었는지, 근처 새마을금고에 예금하러 갔더니, 몇 년 전에 한번 넣고 방치됐던 다른 지점 정기적금이 있더라고. ㅠㅠ” “통장 잔고 너무 투명해서 자는 돈이 없네요. 그런 거 좀 있으면 좋겠다” “압류통장 예금이 다반사” “그냥 너그들 용돈이나 해라” “저도 얼마 안 돼서 안 가요. 그냥 알아서 하세요” “연말이라 바빠서... 내년에 찾으러 갈게요” “문자사기 조심” “오징어게임 해서 몰아주자 손!!”.

잠자는 돈 찾아주기 캠페인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주거래통장 입금 등 다양한 제안을 내놓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잠자는 돈 찾아주기 캠페인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주거래통장 입금 등 다양한 제안을 내놓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한편 영국에서는 15년 이상 거래가 없는 예금을 사회적 목적으로 재투자하는 <휴면예금법>을 운영 중이고, 일본도 비영리·공익단체에 나눠주는 법을 마련했습니다. 관련 법규가 없는 우리나라는 2008년 휴면예금관리재단(지금의 서민금융진흥원)을 설립, 저소득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잠자는 돈이 꼭 필요한 이들을 돈쭐내는 데 쓰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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