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에 잠 못 이루는 2030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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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출’에 잠 못 이루는 2030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11.0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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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지난해 7월 31일 전세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임대차 3법이 시행됐다. 표는 임대인이 전월세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경우. /자료=국토교통부
지난해 7월 31일 전세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임대차 3법이 시행됐다. 표는 임대인이 전월세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경우. /자료=국토교통부

“전세계약 갱신 때 기존 전세대출 질권 설정에 동의를 안 해줄 거다.”

지난해 7월 마지막 날, 새로운 제도가 시작되자 집주인들의 반발이 큽니다. 임대차 3법 가운데 ‘계약갱신청구권제’가 시행된 것입니다. 세입자가 원하지 않으면 전세를 월세로 바꾸지 못합니다. 집주인들의 ‘전세대출 거부권’도 무력화합니다.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을 낀 전세대출은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대출을 늘릴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세대출’.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한 전세자금대출을 줄여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세입자는 주택금융공사 등으로부터 전세 계약에 대한 보증서를 발급받아 은행에서 돈을 빌립니다. 전세 계약이 끝나면 은행은 집주인으로부터 대출금을 돌려받습니다. 전세대출이 같은 보증기관의 보증으로 실행돼도 실제 책정된 금리는 은행에 따라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세대출이 같은 보증기관의 보증으로 실행돼도 실제 책정된 금리는 은행에 따라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전세대출이 같은 보증기관의 보증으로 실행돼도 실제 책정된 금리는 은행에 따라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 달간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 보증으로 은행 15곳에서 신규 취급한 전세대출 가중평균 금리는 카카오뱅크가 연 2.18%로 가장 낮았습니다. 반면 IBK기업은행은 3.47%로, 금리 차이는 1.29%p였습니다. 해당 금리는 정부 기금인 주택도시기금(HUG) 대출을 제외하고 은행 자체 재원으로 실행된 대출 금리를 가중평균한 값입니다.

전세대출은 주금공 외에도 주택보증공사, 서울보증보험이 대출금의 90~100%를 보증합니다. 대출을 실행하는 은행도 돈 떼일 걱정이 적어 금리도 비교적 낮습니다. 주금공은 대출금의 90%를 보증하는데, 나머지 10%는 대출자 신용으로 취급합니다. 같은 보증기관의 보증을 받더라도 은행마다 금리가 다른 이유입니다.

지난 10월 한 달간 주택금융공사 보증으로 은행 15곳에서 신규 취급한 전세대출 가중평균 금리는 카카오뱅크가 연 2.18%로 가장 낮았고, IBK기업은행이 3.47%로 가장 높았다. /자료=한국주택금융공사
지난 10월 한 달간 주택금융공사 보증으로 은행 15곳에서 신규 취급한 전세대출 가중평균 금리는 카카오뱅크가 연 2.18%로 가장 낮았고, IBK기업은행이 3.47%로 가장 높았다. /자료=한국주택금융공사

하지만 주로 서민이 이용하는 전세대출 금리가 이처럼 차이 나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응입니다. 특히 은행별 금리차는 최근 더욱 커졌습니다. 지난해 12월 최대 0.81%p(전북은행 2.98% vs BNK경남은행 2.17%)였던 전세대출 금리차는, 올해 6월 0.96%p(제주은행 2.96% vs 카카오뱅크 2.00%)를 나타내더니 넉 달 새 0.33%p 더 벌어진 것입니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신규 취급 가중평균 금리가 연 3%를 넘는 은행은 없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한차례 기준금리를 올리고 난 뒤인 지난달에는 15개 은행 가운데 10곳이 3%를 넘어섰습니다. 앞으로도 전세대출 금리는 가파르게 오를 전망입니다. 시중금리 상승과 가계부채 규제 영향을 함께 받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전세대출을 가계대출 총량 관리 대상에서 제외했으나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으면 전세대출도 규제할 수 있다고 예고했습니다. 또 올해 말 가계부문 총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내년 총량 관리 목표치가 정해지기 때문에, 은행들도 앞으로 전세대출을 무작정 늘릴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마다 차이가 큰 전세대출 금리 소식에 누리꾼들은 집값 상승으로 인한 나라 경제 악순환을 걱정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은행마다 차이가 큰 전세대출 금리 소식에 누리꾼들은 집값 상승으로 인한 나라 경제 악순환을 걱정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특정 은행을 가리키며 전세대출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대출 보증기관의 혈세 낭비 지적과 함께 집값 상승으로 인한 나라 경제 악순환도 걱정합니다.

“기업은행은 맨날 기업을 돕니 마니 광고하지만 실상은 꺾기에 상품 가입 강요에. 악질 은행이다. 심지어 금리도 높지. 중금채 금리가 그리 높지 않은데 왜?” “왜 기업은행이 타 은행들보다 금리가 높은지 이해가 안 됩니다. 허그에 보증보험도 들었는데 정부에서 시정해주세요” “기업은행은 원래 중소기업은행이라는 국책은행에서 민간으로 바뀌었지만, 기업 상대 은행으로 나름 특화되어 있습니다. 농협은행도 은행으로는 치지만, 1금융권으로 들어간 지 얼마 안 되죠. 은행마다 특색이 있으며, 그걸 없애면 공정거래법에서 담합으로 걸립니다”.

“서울보증 등 보증기관은 전세대출 보증으로 부도 날 것~~ 그리고 세금으로 메꿀 것~~보증기관들은 평가 능력도 없고 그냥 유행처럼 보증해주는 방식임~~ 집값 폭락시 은행은 살고 공공기관인 보증기관들은 부실해질 것. 보증료로 흥청망청 쓰다가 망하면 다 도망가고 국민들 세금만 낭비될 것”.

“집값을 갚느라 허리띠 졸라매고, 소비를 줄여서 이자를 갚다 보니 소비가 줄어 회사 인원 감축하거나 회사가 망해서 일자리를 잃고, 이자를 못 내다보니 경매에 넘어가고, 경매 넘어가니 본인 원금은 다 날리고, 은행은 이자 뺏어 먹다 경매로 본전 찾아가고… 악순환 반복”.

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 상품을 공급하는 주택금융공사가 당국과 은행 사이에서 난처한 상황이다. 사진은 주택금융공사 본사가 입주하고 있는 부산국제금융센터.
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 상품을 공급하는 주택금융공사가 당국과 은행 사이에서 난처한 상황이다. 사진은 주택금융공사 본사가 입주하고 있는 부산국제금융센터.

한편 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 상품을 공급하는 주택금융공사는 최근 당국과 은행들 사이에 끼어 난처한 상황입니다. 지난달 26일 정부가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으로 시중은행은 물론 제2금융권까지 대출 창구를 걸어 잠그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정부는 서민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정책금융상품을 차질없이 공급하라고 연일 주문하고 있습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들어 보금자리론을 통한 집단대출(잔금대출)이 막혀 잔금을 치르는 데 문제가 생겼다는 민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주금공은 해당 민원들을 사례별로 은행 본점과 협의해 대출을 진행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입주 예정인 아파트 단지만 110여 곳입니다. 대출 수요와 공급 사이의 심각한 병목현상이 불가피합니다.

“영끌빚투 2030들 잠 못 잔다”. 지난 1일 은행연합회가 소비자 민원 통계를 내놓자 여기저기서 앓는 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올해 은행권에 접수된 민원 622건 가운데 대출 관련이 268건으로, 5년 만에 최대치였습니다. 특히 젊은 층의 이용이 많은 카카오뱅크의 전세대출 심사 지연 사태가 큰 몫을 차지했습니다. 전세 낼 수 없는 젊음이 빚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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