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위 경제대국’ 국민은 행복할까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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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위 경제대국’ 국민은 행복할까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2.02.2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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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지난 칼럼에서는 한국인이 삶에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퓨리서치 보고서를 소개했다. 한국인이 물질적 풍요를 중요시하는 배금주의에 사로잡혀 있다는 조사 결과는 부정하고 싶은 충격이었다.

한국 사회를 꼼짝 못 하게 쥐고 있는 경제, 사회, 정치 지배계층은 이 결과를 단순히 태평양 너머 일개 여론조사 기관이 벌인 일시적 촌극으로 치부하고 싶겠지만, 배금주의를 추종하는 이러한 한국 사회의 변화는 가벼이 볼 것만은 아니다.

대부분 경제적 문제의 해답을 성장에서 찾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GDP(국내 총생산) 교리가 마치 타락한 중세 교구가 빚어내는 폐단과 유사한 불편한 현실을 자아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빅푸시’(Big Push) 경제개발 이론의 대표적 성공 사례인 한국 경제는 태생부터 낙숫물 효과를 목적으로 디자인되었고, 짧은 순간 성장했지만, 기록적인 불평등을 남길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소수 재벌과 땅투기꾼이 돈을 버는 동안 그들이 떨어뜨리는 낙숫물에 삶을 의지하는 현실은 돈을 숭배할 수밖에 없는 사회로 국민을 내몰았다. 그러면 돈을 좇는 문화 속에서 한국인은 얼마나 행복해졌을까. 좀 더 자세하게는 배금주의를 추구하는 한국에서 누가 행복해졌을까.

10여 년 전부터 경제 발전과정에서 GDP의 긍정적 역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경제학자들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하면서 각성의 움직임으로 유엔이 2012년 국제 행복의 날(international day of happiness)을 시작했다. 해마다 3월 20일이 그날이다. 이 무렵에 세계행복보고서(world economic report)가 처음 발표되었는데, 2022년에는 열 번째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다.

2012년 유엔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 정의로 ‘행복’(Happiness and well-being)을 주목하면서 이 보고서는 작성되기 시작했는데, 특징은 국가별 행복 지수를 측정하여 국제적 비교 기준을 내놓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주관적 행복(Subjective well-being)을 응답자가 각자의 삶을 최악 0점에서 최상 10점까지 평가하고 응답한 생애 평가(life evalution) 점수를 공개하는데 2021년 보고서에서 확인하는 한국인의 행복 점수는 다소 충격적이다.

2020년 한국의 생애 평가는 응답한 95개국 중 50위였고, 3년치 평가를 반영한 순위는 62위였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의 국민 삶은 질적으로 경제 규모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세계 톱5는 핀란드, 아이슬랜드, 덴마크, 스위스, 네덜란드 순이었고, 미국은 14, 대만은 19, 일본은 40위로 평가되었다.

국가미래연구원은 지난 7일 15세 이상 1만7000명을 대상으로 주관적 행복을 조사한 2021년 ‘한국인의 행복 조사’ 주요 결과를 발표했다. 국가별로 약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세계행복보고서에 비해 더욱 정밀한 조사 결과라고 말할 수 있는데, 2021년 전반적인 행복감은 10점 만점에 6.56점이었고 전년(6.83점)보다 행복감은 떨어지고 말았다. 조사 결과에서 드러나는 문제는 행복감에 불평등이 반영되어 있고, 코로나19 발생 이후 경제회복, 자산 가격 반등과는 달리 소득 불평등과 함께 행복의 불평등도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행복감은 소득 활동을 하는 계층이 높고 60대 이상에서 낮았으며 2021년에는 전년보다 행복감은 더욱 낮아졌다. 고학력자가 저학력자보다 행복감이 높으며, 임금근로자가 자영업자와 무급가족 봉사자보다 행복감이 높았다. 상용근로자가 임시·일용 근로자보다 행복감이 높았는데 임시·일용 근로자의 행복감은 더욱 악화하였다.

또한 행복감은 고소득자가 높았고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행복감은 낮아졌다. 2021년 행복감의 하락 폭도 소득 수준에 반비례한다. 소득 불평등은 행복감 격차로 이어지고 있어야 한다.

끝으로 눈에 띄는 조사 결과는 주택 소유자보다 전세 생활자, 그리고 월세 등 순으로 거주 여건에 따라 행복감은 차별화되었으며, 전년보다 이러한 격차는 더욱 악화하였다는 점이다. 지난해 주택 정책 실패로 국민의 행복감이 더욱 악화했으며,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여주는 조사 결과다.

국내외 신뢰받는 연구기관의 분석 결과는 한국인의 대다수는 행복하지 않고 점점 더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 명백하다. 아직도 정치권에서는 과거의 GDP 교리에 매몰돼 성장만이 모든 경제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주장이 주도적이다. 경제 불평등으로 인한 행복감 저하가 누적되면 심각한 사회적 불안정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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