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에도 기승부리는 ‘이익 추구’의 망령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상태바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기승부리는 ‘이익 추구’의 망령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
  • 승인 2022.02.28 09: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의 연쇄적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경고가 결국 현실화했다. 미국은 앞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위협을 계속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겠다는 오리발 작전(?) 끝에 전격적인 침공을 감행하자, 미국은 직접 군사 충돌은 피하고 금융과 경제제재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사실 러시아가 국제적 비난을 각오하고도 감행한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무리수는 1991년 소련 해체부터 시작하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복잡한 역사와 러시아와 미국, EU의 지정학적 관계, 그리고 미·중 패권전쟁, 코로나 이후 세계 경제질서 재편까지 복잡한 변수가 얽히고설켜 단편적인 이해를 통한 해답 찾기는 어려우며 자칫 더 큰 위험을 자초할 수도 있다. 지정학적 측면의 사태 변화는 아직 진행 중인 가운데 이 사태 속에서 경제와 금융 측면에서 눈에 띄는 유의할 점 몇 가지를 짚어본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지난 25일(현지시간) 금요일 뉴욕증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락분을 모두 만회했다. 이 글을 적고 있는 토요일(한국시간) 현재에도 우크라이나 젤린스키 대통령은 수도 키예프에서 저항하고 있고 국민에게 저항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는 영상이 전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투 현장에서 사상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뉴스도 계속 나오고 있어서 금융시장의 ‘공포’에 대한 정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사람이 목숨을 잃어가는 상황에도 주식시장이 반등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식시장 투자자는 미국이 앞장서는 서방세계가 군사적 충돌 대신 경제적 제재를 택하자 전쟁 확산의 불확실성이 크게 완화하였고, 전쟁 발발 사실이 오히려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3월 예정된 통화정책 회의에서 미국 연준이 강한 긴축 통화정책을 펴지 못하고 다소 순화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선언으로 급락한 주식시장이 다시 급반등하는 상황과 어딘지 닮은 모습이다. 2020년 3월 이후 2022년 현재까지도 많은 인명이 죽거나 상하고 있음에도 선진국 금융시장은 2022년 초, 전 고점에서 10% 이상 하락하는 조정(correction) 시장을 넘나들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2020년 하락 폭 만회를 넘어 신고가 수준에 있다. 일부 언론이 심지어 세계대전 공포를 지적하는 우크라이나전쟁이 일어났으나 투자자의 관심은 인류의 생명과 안전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투자자의 이익 추구 성향이다.

그러면 ‘이익 추구’(Searching for yield) 성향은 누구의 의지인가? 나쁜 상황에서 투자자라는 단어를 들으면 개미투자자를 보통 떠올리는데, 필자가 보기에는 대형 기금(펀드)을 대리해서 투자하는 기관투자가가 바로 이익 추구를 하는 바로 ‘그분’이다. 여기서 얘기하는 펀드는 공모, 사모 펀드는 물론 은행, 보험, 공적·사적 연기금을 총칭한다.

연기금의 원천인 선진국 국민의 이익을 위해 기금 투자를 책임지는 금융회사들이 국제 금융시장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의사결정 변수에 인명을 고려하지 않는 이익 추구 성향에 절대적인 원인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즉,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연금저축 근로자가 자국 저소득층의 생명을 경시하거나 한국의 근로자를 착취하는 금융자본주의가 세계 경제를 지배하고 있으며 이 구조를 작동하는 것이 바로 이익 추구 현상이다.

대규모 연기금이 축적된 선진국 경제의 구조적 저성장이 이익 추구 현상의 원인이라는 생각이다. 저성장은 기업의 투자 이익을 낮추고 이로 인해 경제의 금리 수준을 끌어내린다. 금융회사는 펀드 운용을 맡긴 고객들이 만족할 수익과 조직을 유지할 경영이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익 추구를 할 수밖에 없다.

선진국의 인구 고령화는 한편으로는 연기금을 축척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저성장 환경을 만드는 중요한 원인이었다. 이러한 환경이 금융회사의 주주가치, 이익경영 메커니즘을 통과하면서 금융자본의 이익 추구 성향은 극대화했다.

미국 연준이 발간하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뉴욕증시의 주식, 채권 시가총액은 주택과 상업용 부동산시장 가치보다 크다. 주식 현물시장과 연결된 선물, 옵션, ETF, 공·사모 펀드 등 금융투자 시장을 고려하면 오는 11월 미국 중간 선거를 앞둔 미국 정부에게는 뉴욕 금융시장의 자산가치 하락은 대단히 반갑지 않은 정치적 변수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가스 공급 기지이며 OPEC+의 중요 석유 생산국이다. 우크라이나전쟁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개입은 에너지 가격의 급등으로 그렇지 않아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큰 세계 경제를 스태그플레이션 공포에 몰아넣을 수 있다. 일부 글로벌 은행은 유가가 50%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해 심각성을 더한다. 미국이 전면 개입보다는 경제적 제재를 선택한 이유일 것이다. 이러한 복잡한 이해관계를 틈타 이익 추구의 망령이 세계 금융시장에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