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p 승리’의 숨은 기여자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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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3%p 승리’의 숨은 기여자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2.03.15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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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어렵고도 시끄러웠던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여당 대통령 후보 이재명은 1614만7738표, 야당 후보 윤석열은 1639만4815표를 득표했다. 후보 간 표 차이는 단 24만7077표였다. 미분의 도함수 계수에 가까운 미세한 차이였다. 이러한 미분 계수의 방향성을 읽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해 보인다. 약 한 달 뒤가 예상되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상세한 투표 집계 결과 발표가 있어야 국민이 이번 선거를 통해 어떠한 내러티브(Narrative)를 전달했는지 알 수 있겠다. 아마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회의 이후 발표하는 세부 회의록이 금융시장에 영향을 주듯이 세부적인 투표 결과 분석 자료는 정치와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의 미세한 차이가 남긴 의미는 무엇일까? 선거 집계 결과에서 우선 확인할 수 있는 개략적인 정치 지도는 호남 vs 영남 대립에다가 충청과 수도권의 캐스팅 보트가 포함된 기존 정치 구도를 벗어나지 못한 구태의연한 그림이었다. 이런 가운데 나이, 세대별 갈라치기 전략의 효과인지 2030 남성과 60대 이상 유권자의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지지가 눈에 띈다. 미세한 득표 차이와 패배한 후보에게 보낸 국민적 지지를 고려할 때 선거 유세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주장한 정권 심판론은 그 설득력이 미약해 보인다. 특히 정치 초보, 검찰총장 출신 후보 윤석열에게 당선이라는 행운을 안긴 이번 선거는 워낙 근소한 표 차이여서 선거, 여론 전문가들은 더 이상의 원인 분석을 유보한 상태다.

여러 가지 정권 교체 당위성에 관한 주장 가운데 가장 유력한 것은 양당이 모두 인정하는 부동산정책 실패일 것이다. 촛불의 힘으로 현 정부가 2017년 5월 출범하자마자 같은 해 6월 19일 ‘주택시장 안정적 관리’ 방안을 시작으로 22회의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쏟아 냈다. 대한민국 소득과 부의 불평등뿐만 아니라 부패의 원천이 수십 년간 진행한 부동산 불패 신화였으며 반드시 이를 정정해야만 한다는 것이 대통령 선거 공약이자 집권 이념이었기에 정부는 거의 모든 정책적 역량을 여기에 집중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한 실패였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주택가격은 지난 5년 동안 강력한 부동산정책이 나오면 하락했다가 다시 반등하기를 네 차례나 반복했다. 부동산정책은 가격과 거래 통제, 세제 강화를 통해 부동산 수요억제에 주력하다가 여러 가지 비판과 함께 대규모 공급 정책을 시행하는 등 그야말로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주택가격 상승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유한한 임기의 정부와 임기가 없는 부동산 이권 관계자들 사이의 전쟁에서 정부가 패배한 것이다. 전형적인 자본의 탐욕을 읽지 못한 인도의 정책 실패에서 유래한 ‘코브라 효과’의 한국판이라는 생각이 든다.

<2022 KB 부동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에도 주택가격 상승은 계속되었다. 전국 주택매매가격이 25% 상승해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또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의 상승률이 지난 1년 사이에 나타났다.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극도로 위축된 2020년에서 지난해까지 2년만 보면 전국과 서울의 주택매매가격은 각각 24.5% 상승했고, 수도권은 31.5% 상승했다.

주택가격은 2015년 이후 2019년까지 대체로 안정세를 보여왔기 때문에 무주택자, 특히 결혼을 앞두고 주택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 청년들은 집값 폭등으로 좌절감이 컸을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아파트 평균주택가격은 서울이 약 11억5000만원이고, 수도권도 약 7억6000만원에 이른다. 주택가격 25% 상승은 수도권 아파트 기준으로 1억5000만원이나 되는 금액이 갑자기 뛴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2월 임금 근로자의 평균 소득은 320만원이었다. 어림잡아 주택가격 상승 금액 1억5000만원은 평균 소득을 받는 근로자의 4년 치 연봉이다. 아마 불가능한 가정이겠지만 근로자가 임금의 50%를 저축해도 8년 치 금액이며, 평균 소득이 아닌 중위소득 240만원을 기준으로 하면 상황은 정말 심각하다. 젊은이가 열심히 일해서 집을 산다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 현명할지 모른다. 2030 세대 젊은이가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불어 이들의 부모 세대인 60대 이상 유권자에게 주택 정책 실패가 떠안긴 ‘불행을 대물린다’라는 죄책감은 얄팍한 정의와 공정이라는 담론으로는 애당초 설득력이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주거 비용의 폭등과 더불어 긴 시간 계속된 코로나 변이와 감염 확산이 지난해 하반기에도 이어지자 청년과 이들의 부모인 자영업자들은 박탈감과 함께 생계 위기감에 극도로 민감한 상황이었다. 여기에 미래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힌 국민 정서를 한 번 더 짓밟은 것은 금융당국이었다. 부채의 원인은 무시한 채 부동산과 주식, 가상자산 등의 자산 버블과 가계대출 증가세가 금융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다면서 무자비한 대출 조이기에 들어갔고 설상가상 금리도 인상하며 서민 가계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갭투자를 차단한다며 금융당국은 심지어 전세자금 대출도 조이겠다며 서민들 주거와 생계 위기의 공포를 불러왔다. 결국 부동산정책 실패에 이어 금융당국은 서민 민심을 향해 불난 데 기름을 끼얹었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높은 수준의 대통령 긍정 평가와 여당 지지율에서 보듯이 부동산정책 실패는 이미 오래전부터 표심에 반영됐다. 그러나 아무도 지적하지 않지만, 금융당국의 서민 부채를 금융의 적폐, 제거 대상으로 보며 단행한 거침없는 금융 긴축에 민심은 다시 한번 부동산정책 실패를 곱씹으며 정부에 대한 반감을 키웠을 것이다. 금융당국의 금융안정을 위한 순수한 충심으로 믿고 싶지만(사실 그랬다면 무능력이고), 결과적으로 가혹한 금융정책으로 보이지 않게 ‘0.73%p’의 서민 표심이 등을 돌렸을지 모른다. 한편 윤석열 인수위는 금융위원회가 시행 시기를 당기며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차주 단위 대출 심사(DSR)를 비롯한 대출 문턱을 낮출 것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심이 어디가 아픈지 새로운 정부 금융관계자는 이미 눈치를 챈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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