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가 소환한 론스타와 신한금융 변양호·성대규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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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가 소환한 론스타와 신한금융 변양호·성대규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
  • 승인 2022.04.0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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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정부 총리 후보자 지명에 ‘외환은행 먹튀’ 사태 당시 금융당국 관료들 재조명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국내 금융사에서 희대의 스캔들로 각인된 ‘론스타 사태’의 망령이 뜻밖의 장소에서 다시 살아나고 있다.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의 고사로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에 한덕수 전 총리가 지명됐는데, 시민단체가 지난 1일 즉각 반발하며 반대의 뜻을 담은 진정서를 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전달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한덕수 총리 지명자에 대해 외환은행 매각 국내 법률대리인인 김앤장 고문으로 재직했다고 지적하며 임명에 반대하고 나섰다. 한편 지난 3월에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민주노총 등 4개 시민단체가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인 추경호 의원이 2003년 외환은행 매각 당시 금융정책국 은행제도과장으로 소위 ‘조선호텔 비밀대책 회의’에 참석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왜 론스타가 지금 다시 등장하게 됐을까. 론스타는 한국 경제의 위기를 틈타 떼돈을 벌어간 글로벌 사모펀드다.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직후 한국 경제에 장부가 평가라는 오랜 기업가치 평가 기준이 시장가 평가로 바뀌고, 가공의 부실이 드러난 수많은 기업이 도산하며 대한민국에는 NPL(non performing Loan, 부실채권)이 넘쳐났다. 론스타는 세계 곳곳의 부실기업을 노리고 높은 투자 위험성을 감수하며 투자하는 일종의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다. 론스타는 법정관리에 들어간 극동건설을 2003년 1700억원에 인수한 뒤 2007년 웅진에 매각하며 총 7100억원을 남겨 먹었다. 4년 만에 3.2배의 투자수익을 올린 것이다.

2003년 극동건설과 함께 론스타가 인수한 것이 외환은행이었다. 정부는 1997년 독일 코메르츠방크 자본을 유치하며 외환은행 경영 정상화를 꾀했다. 하지만 IMF 금융위기로 현대건설, 현대전자 등의 부실 규모가 커져 매각을 추진하게 되자 밑 빠진 독에 공적자금을 쏟아부었던 정부도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마지막 카드로 국내 자본인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도록 유도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되면서 외환은행은 결국 론스타에 먹잇감으로 던져지고 말았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 인수에 2조1500억원을 투자해 2012년 하나은행에 되팔 때까지 8년간 5조1500억원을 투자수익으로 벌어들였다. 투자수익률은 극동건설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100%대 수준이었다. 이 때문인지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 후 즉각 48억달러(5조6000억원)에 달하는 투자자-국가 분쟁소송(ISD)을 제기했다. 한편 올 초에 ISD 중재판정부는 론스타 사건에 대한 최종 결론을 조만간 내릴 것이라고 한국 정부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ISD 결과가 통보되면 과거 외환은행 매각 관련자들은 다시 국민적 입방아에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전 국민에게 돌이킬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긴 외환위기를 이용하여 돈을 벌어간 글로벌 사모펀드 론스타에 대한 국민 감정이 좋을 수는 없다. 그러나 1997년 당시 한국 경제를 ‘정크본드’(junk bond) 상태로 내몬 정부의 무능이 외국 기업사냥꾼에게 빌미를 줬고, 1970년 이후 달러 기축 세계금융 시스템에 편입돼 오랫동안 성장 혜택을 누린 신흥국의 ‘수업료’로 감수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불타오르는 국민적 악감정에 기름을 부은 것은 외환은행 매각을 불투명한 방식으로 처리한 금융관료들이었다. 과거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를 지칭하는 ‘모피아’(Ministry of Finance and Economy+Mafia)가 외환은행 헐값매각을 묵인·방조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2003년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첫 번째 매각할 때는 억지로 외환은행을 부실화 기준에 맞춰 평가절하함으로써 헐값에 먹을 수 있도록 해줬으며, 두 번째로 하나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는 론스타가 매각 후 먹튀가 가능하도록 ‘산업자본’이 아니라는 인수자격 평가를 내줘 물의를 일으켰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당시 금융관료와 외환은행장은 기소돼 재판을 받았으나, ‘정책적 판단’이라는 이유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한편 두 번째 매각 과정의 론스타 인수 자격에 대한 정부 평가는 론스타의 ISD 소송에 유리한 근거가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담당 금융관료들은 ISD 패소 결정이 있을 때 사회적으로 다시 한번 큰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사모펀드에 의한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하나은행은 절차를 완료했지만, 대한민국은 ISD가 남아 있어 심판이 끝나지 않은 상태다.

론스타와 한국 정부의 ISD 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2022년 주주총회에서 보인 신한금융지주의 행보가 눈에 띈다. 지난달 24일 개최한 정기 주주총회에는 사외이사 8명의 선임 안건이 상정됐는데, 여기에는 익숙한 이름이 포함됐다. 외환은행의 론스타 매각 당시 재정경제원 금융정책국장으로 매각을 주도한 변양호씨의 이사 승인이 안건으로 오른 것이다. 국민연금공단은 공단의 의결권 행사 세부기준 30조에 근거해 선임 대상 이사 중 5명을 ‘기업가치 훼손에 대한 감독의무 소홀’로 평가하며 이사 선임을 반대했으나, 주주총회 결과 모두 승인됐다. 이들 5명에 대한 찬성률은 61% 내외였는데 신한금융지주 외국인 지분율이 약 62%인 것을 고려하면 신한금융 측이 해외 우호지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변양호 사외이사는 VIG파트너스에 2016년부터 고문으로 있는데, 이 회사는 한국의 중소·중견기업에 투자하는 사모투자 전문회사라고 홍보하고 있어 공직에 있을 때나 떠난 후에나 그와 사모펀드와의 인연은 남달라 보인다. 한편 변양호 사외이사는 2019년부터 신한금융지주 경영진에 참여했는데, 공교롭게도 이때 나란히 신한금융에 발을 들인 론스타 관련 인물이 있다. 바로 신한라이프의 성대규 대표이사 사장이다.

성대규 사장은 하나은행의 외환은행 인수 당시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으로 재직했다. 이 때문에 론스타 먹튀를 방조한 혐의로 시민단체로부터 직무유기·직권남용 혐의로 고발을 당했고, 2015년 론스타 ISD 소송에 증인으로 나서는 등 그에게 론스타와의 인연은 아직 진행 중이다. 신한금융그룹 경영진 가운데 글로벌 사모펀드 론스타펀드의 외환은행 인수와 최종 매각 그리고 ISD 소송까지 전 과정에 관여한 인사가 동시에 신한금융 경영에 참여한 것도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두 사람의 과거 공직 경력을 살펴보면 변양호 이사가 2001년부터 재정경제원 금융정책국장으로 재임한 시절 성대규 사장이 금융정책국 보험제도과 서기관으로 근무했다. 이런 이력이 외환은행 사건부터 신한금융까지, 이후 겹쳐지는 두 사람의 인생 역정에 많은 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외환은행에 연관된 두 모피아의 법적 책임이 확인된 것은 없으나 공적 업무 영역에서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하는 당사자였기에, ISD 소송 결과에 따라 이들의 이름이 다시 거론될 가능성이 있어 과거 행적에 대한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재 몸담은 신한금융의 이름도 함께 거론될 것이다. 이 사실을 조용병 회장 이하 신한금융 경영진이 모를 리는 없다. 이런 평판 위험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그룹 경영과 주주가치에 도움을 줄 것으로 ‘평생 뱅커’로 살아온 조용병 회장은 판단했을 것이다.

실제로 변양호 이사는 VIG파트너스의 고문으로 기업 M&A 금융에서 좋은 성과를 보여 신한금융에 참여했고, 성대규 사장은 보험업계에서 전문인력으로 평가받는다. AI(인공지능)를 가미한 하우핏(howfit) 앱 서비스 개시를 필두로 최근 신한라이프의 헬스케어와 보험을 결합한 이슈테크 비즈니스 모델은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보험) 합병 후 신한라이프의 비전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즉, 글로벌 사모펀드 론스타와 연결된 두 사람은 모피아를 바라보는 금융권의 양비론 중 ‘암적인 굴레’를 지워내면 상당한 실력을 갖춘 금융인으로 나름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우려스러운 점은 ‘팩트’보다는 ‘내러티브’(narrative)에 좌우되는 세상에서 신한금융과 사모펀드라는 단어가 여론에 덧칠돼 부정적인 인식이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신한금융의 21기 연결감사보고서에는 그룹 경영의 우발 상황으로 신한금융투자 등이 관여한 라임, 독일 헤리티지 DLS, Gen2 등 사모펀드의 환매 중지, 부실 등을 적시하고 있으며, 상당한 대손충당금도 경영에 부담을 주며 영업활동상의 운영리스크에 사모펀드 리스크가 크게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론스타 사모펀드의 ISD 결과 발표가 대한민국 여론을 강타할 때는 영업과는 상관 없이 순수한 경영진 평판 악화 리스크에 시달릴 수 있다.

2월 말 기준 시가총액이 약 20조원인 신한금융의 PBR(주당 순자산 대비 주가)는 0.41배다. 시가총액 24조원인 KB금융지주의 PBR는 0.47배이고, 미국 S&P500 은행은 1.32배, 중국 상이A지수 은행은 0.7배, 일본 NIKKEI 은행은 0.45배이다. 신한금융이 한국을 대표하는 금융 리더로 자리매김하려면 PBR 0.5배에는 도전해야 할 것이다. PBR의 뜻은 회사 보유 자본 총량을 투자자가 어떻게 평가하느냐 하는 관점인데 시장에서 신한금융에 대한 평가를 60% 할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재무적 결과를 넘어 수많은 원인이 평가에 반영된다. 라임, 헤리티지, Gen2 등 사모펀드 문제는 영업활동이므로 금액으로 평가 가능한 오퍼레이팅 위험(operating risk)이다. 그러나 평판 위험은 수치로 평가할 수 없어 놓칠 수 있으며, 무색무취의 독가스처럼 치명적인 해를 끼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론스타 ISD 구설수가 기업가치를 올리려는 신한금융의 노력에 발목을 잡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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