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닮은꼴 ‘복합 인플레이션’의 공포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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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닮은꼴 ‘복합 인플레이션’의 공포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2.04.28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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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대부분 사람은 낯익은 것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덜 느끼는 경향이 있다. 더더군다나 낯익은 그것이 오랫동안 별다른 손실이나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라면 사람들은 무시하기 쉽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언론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인플레이션일 것이다. 전문가들은 뭔가 큰일이 난 것처럼 호들갑인데 일반인이 자세한 사정을 알아먹고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이렇게 우리가 익히 알고 있지만, 현실화하면 충격이 큰 위험을 ‘방 안의 코끼리’라는 이름을 붙이는데 이번 달 닥친 인플레이션에는 아주 적당한 별칭이라는 생각이다.

인플레이션은 우리 말로 ‘물가 상승’이다.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물가 상승이라고 하며 여기서 가격은 달러, 원 등의 각국 화폐로 표시한다. 결국 물가는 물건과 화폐의 상대적인 관계이며 대부분 국가의 시장경제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물가 시스템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평상시 접하는 동태적 물가 시스템이며 사람들은 물가에 따라 소비나 투자, 저축 결정을 한다.

물가는 시장경제를 움직이는 기(氣)와 같다. 사람에게 적당한 체온이 유지되어야 생명이 유지되듯이 물가도 적당한 수준에서 유지하지 않으면 경제는 탈이 나거나 이미 망가져 있다는 증상으로 경제학자는 간주한다. 달러를 관장하는 미국 연준은 달러 인플레이션 목표를 2%로 하고 있다. 이 목표 물가 상승률은 미국은 물론 달러권 경제의 생명을 유지하는 체온이다. 인플레이션율이 2%를 초과하면 경기는 과열이므로 미국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리는 등 긴축 통화정책을 써서 열기를 식히고, 2%에 미달하면 경기가 침체하거나 저성장 상태이므로 금리를 낮추거나 돈을 풀어 놓는 등 통화완화를 실시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미국의 대표적 진보성향 싱크 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최근의 인플레이션 상황을 분석했다. 미국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쳤던 1970년대 말 이후 80년대에 들어서며 세계화, 인구감소, 기술 진보가 진행하며 2020년 이전까지 40여 년 동안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는 시대를 맞이했다. 경제학자는 이 시기를 ‘대안정기’라고 한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가 발발한 후 인플레이션은 하락 추세에서 상승 추세로 반전한다. 즉 국지적인 인플레이션 말고 공통으로 인류가 겼었던 마지막 인플레이션은 중동 석유 가격 상승에 의한 공급 비용 원인의 스태그플레이션이었고 이후 약 40여 년, 한 세대를 넘기는 기간 동안 인플레이션 위협을 인류는 체감하지 못했다. 현재 경제활동의 주역인 30, 40대는 인플레이션을 모르는 세대이며 과거 인플레이션과 투쟁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은퇴한 세대이다. 즉 경제학 교과서 밖에서 인류는 인플레이션을 잊은 지 오래며 이것이 하나의 시스템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20년 갑자기 폭주하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것이다. 2020년 3월 일시적 침체 이후 경기가 회복하며 물가가 상승하기 시작하자, 미국 연준은 기저효과와 경제 봉쇄, 사회적 거리두기에 의한 일시적 공급 교란이 원인이므로 코로나 감염 확산세가 꺾여 경제 교란 문제가 해소하면 물가 상승 속도는 정상 수준으로 돌아올 것으로 전망했다. 어쩌면 처음 목격한 물가 급등에 연준도 당황한 나머지 희망에 매달렸을지 모른다. 그러나 2021년 말까지 원자재, 반도체 등 공급 부족과 유통망 교란 지속, 지연된 수요(pent-up demand)의 활성화로 물가 상승률은 더 가속했다. 설상가상으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가 벌어지면서 원유 등 에너지와 원자재, 식량 공급 부족까지 초래하면서 지난 3월 미국과 유럽 주요 선진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40년간 경험하지 못한 인플레이션을 기록했다. 한국도 3월 소비자물가는 지난 10년 기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소비를 줄이고 기업은 수요 감축으로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즉 경제가 위축되는 것이다. 과다한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미국 연준은 3월 처음 금리 인상을 시작했고 4월 발표된 3월 물가 지표를 확인한 후, 연준 의장은 5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애초 계획보다는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급등하는 인플레이션과 공격적인 통화정책은 물가 안정에 앞서 경제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결국 최근 IMF와 세계은행은 연초에 내놓았던 2022년 이후 세계 경제 성장 전망을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직접적 원인은 러시아 사태지만 경제적으로는 급격한 인플레이션 추세가 문제의 핵심이다.

2021년 중반부터 인플레이션이 심상치 않다는 지적을 하며 통화 긴축을 앞당겨야 한다는 매파적 통화정책 위원들이 있었다. 지금 악화한 인플레이션 여건을 생각하면 그 주장이 맞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통화 긴축으로 경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러시아 사태를 맞았으면 지금 더 어려운 경제 상황이었을 수도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이 좋아하는 결과에 대한 과거 평가는 부질없다. 무엇보다 현재의 세계가 위태로운 것은 경험 부족도 원인이지만 지금 닥친 인플레이션이 비용 상승과 수요 견인이 동시에 발생했고 단기간 해결하기 어려운 지정학적 문제가 얽히는 복합적 원인에서 출발한 결과물이며 어떠한 모습으로 변형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새로운 하이브리드형 인플레이션에 관해 아직 해답을 낼 경제학자나 정책전문가는 없다. 아마 그들이 지금부터 연구를 시작하면 자료 모으고 모델 세우며 실증 분석하는데 수년 이상 걸릴 것이다. 이번 인플레이션은 코로나처럼 감염력, 살상력이 모두 높은 델타형 변이를 닮은 인플레이션일 가능성도 크다. 즉 2022년에 우리가 맞닥뜨린 인플레이션의 해답을 찾기는 어렵고 잘 피해 가는 방법이 최우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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