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금리 역전과 ‘잔인한 4월’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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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금리 역전과 ‘잔인한 4월’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2.04.0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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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5일 현재, 미국 국채의 2년 만기 금리가 10년짜리 금리보다 높아졌다. 금융시장 전문가는 이러한 현상을 ‘금리 역전’(Yield curve inverting)이라고 부른다. 미국 경제를 기준으로 1970년 이래 모두 일곱 차례의 경기 침체가 있었는데, 경기 침체가 발생하기 이전에 미국 국채 중 2년짜리와 10년 만기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이 발견됐다.

문제는 금리 역전이 발생하면 평균 17개월 뒤에 경기 침체가 발생했다는 관찰 결과가 있었다는 점이다. 앞서 2019년에도 이 같은 금리 역전이 발생했다. 그리고는 소름 돋게도 아직 진행 중인 코로나19의 경제 충격이 이어졌다. 금리 역전은 과연 어떤 불굴한 힘을 가진 것일까.

미국 금융시장 분석 전문지 <마켓워치>는 1981년 9월 이후 30년 가까이 하락해온 미국 국채금리가, 1980년대 중반 이후 하락 추세선 상단을 깨면서 지난 3월 28일 금리 역전이 처음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술적 분석 관점에서 약 30년, 한 세대에 가까운 기간 지속한 추세가 변동하는 것은 예사롭지 않은 경제적 변동이 뒤따른다고 추측할 수 있다.

또한 이번 금리 역전의 의미를 강화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물가 상황 악화가 동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누그러질 거라는 애초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예상과는 달리 올해 들어서 물가 동향이 예사롭지 않다. 최근 발표된 연준의 물가 목표 관리의 관찰 기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의 2월 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6.4%, 1982년 2월 이래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제 연준은 눈치를 보며 단계적으로 0.25%씩 금리를 올리는 ‘베이비 스텝’(baby step)에서, 0.5%씩 과감하게 올리는 ‘빅 스텝’(big step)으로 보폭을 넓히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는 국제 경제 환경의 급변이 있다. 2022년을 시작할 때만 해도 예상보다 고공 행진하는 물가가, 코로나 충격에서 간신히 벗어난 세계 경제의 발목을 다시 붙잡을 수 있다는 추측은 기우에 불과했다. 그러나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국제 에너지, 곡물 가격 상승이 닥치자 이러한 기우는 확신으로 바꾸는 상황이다.

경제학 이론에서 금리는 현재의 소비를 포기하고 대출이나 투자 후 다시 돌려받아 소비하는 행위, 즉 현재 소비를 미래로 이월하는 행위의 보상이다. 그러므로 금리는 당연히 미래로 갈수록(만기가 길어질수록) 높아지는 것이 상식적이다. 여기서 간단히 데카르트의 지혜를 빌려 이 금리 현상을 표현해보자. 가로축을 시간, 세로축을 금리로 표시한 2차원 평면에서 금리를 만기가 짧은 것(단기 금리)에서 긴 것(장기 금리) 순서로 늘어놓고 금리를 표시하면 금리를 연결한 선은 장기로 갈수록 우상향하는 것이 정상적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금리를 표현하는 것을 금리의 ‘만기 구조’(term structure)라고 한다. 이러한 정상 상황과 비교할 때 금리 역전은 바로 인간의 상식이 깨지는 현상이며, 뭔가 깊고 불길한 의미가 담겨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달 25일 연준은 <금리 역전을 두려워하지 마라>(Don’t Fear The Yield Curve)라는 제목의 특별 보고서를 게시했다. 최근 국채 2년과 10년물 간 금리 차이가 줄어들며 금리 역전에 관한 언론 기사가 많았던 2018년과 유사한 상황이 관찰되기 때문이다. 사실 연준은 금리 역전 현상이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것은 실증적으로 비논리적이며 거짓(spurious)이라는 입장을 오랫동안 고수하고 있다. 연준 말대로 금리 역전이 단순한 미신이라면 막연한 공포가 금융시장을 왜곡할 수도 있어서 연준은 이를 막기 위한 계몽 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행동경제학에 따르면 인간의 행동 원인 또는 의사결정 원인은 불확실한 상황의 패턴화에 근거하며, 이해하기 쉬운 휴리스틱(heuristic), 내러티브(narrative) 등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고 주장한다. 즉 경제학자가 통계, 실증, 경험적 방법론으로 증빙 가능하다는 것과 금융시장에서 투자자가 행동하는 기준은 다를 수 있다. 아무리 경제학자가 금리 역전을 이론적으로 부정해도 금리 역전은 이미 금융시장 투자자의 중요한 의사결정 요인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필자가 금리 역전에서 주목하는 것은 1년이나 2년 후에 경기 침체가 발생한다는 막연한 믿음이 아니라 금리 역전이 발생하는 원인이 되는 경제적인 조건이다.

단순하게 단기 금리(예를 들어 2년 만기 미국 국채)는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에 영향을 받는다. 연준이 인상하는 정책금리는 미국 은행들에 공급하는 단기 자금의 금리이기 때문이다. 또한 단기 금리는 금융시장의 자금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받는다. 연준이 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 국채와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매입하던 것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자산매입축소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것은 시중의 자금 공급을 줄이므로 단기 금리를 상승시킨다. 또한 앞으로 예정된 연준의 보유 자산 축소가 시작되면 시중의 자금 공급은 급격히 줄어들며 단기 금리를 올리는 원인이 된다. 이러한 연준 정책이 장단기 금리 차이에서 단기 금리를 올리며 금리 차이를 줄여왔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한편 미래의 금리 즉, 장기(명목) 금리는 피셔효과라는 경제학적 관계로 실질금리와 기대인플레이션율의 합으로 결정된다. 급등세의 인플레이션은 경제 성장세를 둔화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반면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공격적인 금리 인상과 통화 긴축을 시행하면 경기는 하방 압력이 강해진다. 경기 위축이 예상되면 장기 금리는 둔화하거나 하락하며 장단기 금리 차이는 줄어드는데, 특히 비관적인 경제 성장을 전망할 때 장기 금리는 단기 금리보다 더 하락하며 최근과 같은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난다.

즉, 금리 역전과 같이 경제 성장을 해칠 만한 물가 상승과 이를 막기 위한 금리의 공격적 상승이 동반할 것으로 예측되며, 다수 투자자가 이미 행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투자자는 물가 상승을 예측하면 이를 방어하는데 요긴한 물가연동채권, 금과 비트코인 등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또한 금리 상승은 투자 회임기간이 긴 금융 자산의 현재가치 할인 폭을 키우면서 투자자는 장기보다는 단기 자산을 선택하며, 중간에 배당과 이자가 많은 금융 자산을 선호하는 투자 행태가 나타난다. 은행 산업은 단기 자금을 차입해서 장기로 대출하는 비즈니스이므로 수익률곡선이 평탄하거나 역전되면 은행의 경영 수지는 엉망이 된다.

아울러 최근과 같은 금리 격변기에는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금리 역전도 발생할 수 있다. 미국 국채금리의 상승은 위험이 큰 신흥국 국채의 투자 매력을 상쇄하며,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의 이자 차이를 노리는 캐리 트레이드 규모를 줄이며 자금 흐름이 반대로 바뀌면서 신흥국 보유 외환을 소진한다.

특히 러시아 사태 등으로 지정학적 위험 증가가 겹치면 국제적 안전 자산 선호 경향이 발생하면서 달러 강세와 함께 미국 이외의 국가들에서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로 국제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이 크고 순 외채 규모가 큰 취약 경제국가는 외환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최근의 금리 역전과 지정학적 위기, 그리고 달러 강세에 특히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 점에 유의해서 독자 여러분의 포트폴리오에 잔인한 4월의 흔적이 남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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