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표 부동산’에 보내는 국민의 신호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상태바
‘윤석열표 부동산’에 보내는 국민의 신호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
  • 승인 2022.03.31 10: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촛불 민심이 지지했다는 문재인정부가 정권을 내놓을 날이 40일 남았다. 급하게 출범한 문재인정부는 적폐 청산이라는 역사적 소명을 촛불 민심에서 가려냈고, 실천 전술로 ‘부동산’을 선택했다. 이처럼 문재인표 부동산 정책은 정치경제학(political economy)적 의미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2017년 6월 19일 ‘주택시장 안정적 관리방안’을 시작으로 28개의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다.

정책의 양으로나 범위에서 역사적 기록을 남길 만한 정책 행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한 실패였고, 촛불이 지지했던 민심은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 교체론으로 정부를 심판했다. 야당 대통령 후보 윤석열은 0.73%포인트라는 아슬아슬한 차이로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부동산 정책은 왜 실패했을까? 표 차이는 왜 24만7077표에 불과했을까?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첫째, 정치적 동기에서 출발한 부동산 정책은 촛불 민심의 지지를 믿고 결과를 자만했다는 점이다. 정치경제학적 시각에서 출발했으면 부동산 문제의 역사, 정치적 구조 분석을 철저히 해야 했지만, 지금은 어떠한 정책을 내놓든지 다 먹힐 것이라는 안일함과 성급하게 성과를 내겠다는 조급함이 자리했다. 부동산 문제는 이미 국민의 삶과 인식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어서 단편적인 정책으로 해소하기에는 처음부터 한계가 있었다. 자만에 의한 순진한 문제 해결 접근이 한국판 ‘코브라 역설’(Cobra paradox)을 가져온 것이다.

코브라 역설은 인도 뉴델리시가 코브라 개체를 줄이려고 포획 상금을 걸었다가 이를 노린 기업, 농장주가 코브라를 대량 사육하며 역효과를 낸 정책 실패 사례다. 세계의 정책 분석학자들이 이번 한국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사례도 분명 연구 대상으로 삼을 것임이 틀림없다. 코리아 역설? 문재인 패러독스? 이들이 어떠한 닉네임을 붙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강수의 <부동산 공화국 경제사>에 따르면, 일제 강점기였던 1910년대 시행한 토지조사사업으로 한반도에 처음 토지 사유화가 시작되자 일제와 친일 지주에 의한 부동산 불평등이 진행됐다. 그러나 해방 이후 미국 군정이 반공 정책을 목표로 한 민심 확보 정책으로 1950년 농지 개혁을 시행했고,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평등한 토지 소유권을 보유한 국가가 되었다. 1960년대 토지 소유 평등도와 1960~2000년 경제성장의 상관관계를 비교하면, 이 같은 평등 지권 상태가 식민지배와 전란 속에도 한국이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데 기여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 문제의 비극은 1960년대 들어서며 강남개발에서 시작한다.

2017년까지 이어온 한국의 부동산 문제는 박정희 정권 강남개발 신화의 역사적인 확장이었다. 강남개발은 경부고속도로라는 순수한 국가 경제 동기로 시작했지만, 정치자금 조성이라는 정치적 동기가 결합하고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경제 세력을 규합하면서 정치·경제적 사건으로 변질됐다. 1963~1977년 강남개발 시대에 땅값이 약 1000배 뛰어오르는 것을 온 국민이 목격했고, 이후 코로나19 발발 이전까지 네 차례의 부동산 가격 폭등이 더 있었다.

결국 부동산 투기는 도덕적으로는 악이지만 가장 효율적인 부의 증식 수단이자 경제· 사회적 성공 수단이라는 국민적 가치관으로 한국 사회를 지배하게 된다. 한국 국민은 부동산을 통한 부의 극대화, 이를 통한 신분 상승 등의 사회적 욕구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 더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만큼이나 부동산 정책은 냉탕 온탕을 반복했고, 특히 경기 침체가 닥칠 때마다 어김없이 부동산 부양을 통한 경기 활성화라는 카드를 빼들었다. 따라서 ‘현 정권 임기만 넘기고 보자’라는 투기목적 부동산 보유자에게 단편적인 정책도구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쉽게 먹힐 리 없었고, 특히 수요 억제 정책은 부동산 공급을 억제하는 부작용을 가져왔다.

둘째는 부동산 정책의 경제학적 접근의 오류 가능성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의 올해 주택시장 전망에 따르면 문재인정부는 2020년까지 각종 규제 강화를 통한 수요 억제 정책에 집중하여 주택시장 안정화를 도모했다. 이 기조가 지난해부터 공급중심 정책으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정책 기조 변화는 부동산을 일반 재화에 가깝게 인식하고 단기적인 관점에서 성급하게 수요를 조절하려고 추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 재화의 수요와 공급을 파악하는 것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먼저 부동산의 공급을 살펴보자. 가격과 수량을 표시하는 2차원 평면에서 일반 재화는 가격이 증가하면 수요를 충족할 만큼 충분하게 공급량을 늘릴 수 있는 우상향하는 곡선을 가진다. 그러나 일반 재화와 비교해 주택과 토지의 공급은 한정적 수량에서 극히 제한적이다. 태초부터 제한된 공급량으로 부동산의 공급 곡선은 수직선에 가깝다. 특히 국토가 좁은 대한민국은 면적이 약 10만㎢(개인 5만㎢)에 고정돼 있어서 택지, 아파트 공급이 간헐적으로 계속되고 있지만, 국민 생각 속에 주택은 비트코인이나 금처럼 총공급량이 제한된 재화이다. 따라서 부동산 공급이 부족하면 국민이 느끼는 불안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반면 주택 수요는 주택 공급보다 더욱 독특하다. 전통 경제학적 관점에서 일반 재화의 수요 곡선은 가격 하락에 따라 증가하며 우하향한다. 조지 슈피로의 <경제학 오디세이>에 따르면 수요 곡선이 우하향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 베르누이 이래 수많은 경제학자는 300여 년간 사람들의 재화 소비 행태를 연구했다. 한계 효용 체감이라는 인간의 특성을 인정하고 사람들은 모두 합리적이라는 가정하에 겨우 우하향하는 수요 곡선이 탄생했다. 그러나 현대 행동경제학은 합리적이 아닌 경험적 인간을 발견하는 등 정형화된 수요 곡선에 대한 의문은 도전을 받고 있다. 즉 부동산의 소비에 대한 행태, 수요 곡선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무주택자(또는 실수요자)는 1개 주택을 가지기 위해 감당하기 힘든 대출 부담 등 어떤 희생이라도 감수한다. 주택은 삶의 근거지요, 가정을 생성하는 터전이므로 무주택자는 미래에 주택 공급이 부족할까 늘 조바심을 가진다. 또한 청년들은 가정을 이루어야 하므로 매년 가구 수 증가만큼 고정적 주택 수요가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무주택자의 수요 곡선은 수직선에 가깝고 매년 가구 수가 증가할 때마다 수요 곡선은 오른쪽으로 정기적인 이동을 한다. 무주택자의 수직 수요 곡선은 수직 공급 곡선과 교차하기 어렵고 만성적인 초과 수요 상태에 있으며 따라서 적정 공급이 따르지 않으면 초과 수요 상태는 악화한다.

또한 다주택자, 즉 주택 투기자의 수요는 더욱 상식을 깬다. 공급의 희소성과 상시적인 무주택자의 초과 수요 증가를 알고 있는 주택 투기자의 수요 곡선은 가격이 오를수록 투기 수요가 증가하는 우상향 곡선이다. 베블렌(Veblen) 소비 효과가 한국 주택시장에서 투기 수요로 구현하고 있다. 강남 불패 신화의 학습 효과, 이것이 파급한 경제·사회적 불평등은 부동산 투기를 추종하는 계층을 키웠고 투기 수요가 만연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은 투기 수요를 더욱 자극하고 초과 수요를 더욱 악화한다.

이러한 주택의 수요와 공급 곡선 환경에서는 수요 억제만으로 주택가격 상향을 압박을 해소하기 쉽지 않다. 문재인표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며 탄생한 새로운 정부는 ‘수요 억제’ 정책을 완화할 것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부동산 문제는 한국 사회의 모든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구조적인 문제이기에 단편적인 생각으로 해법을 찾기 쉽지는 않다. 0.73%포인트의 차이에서 읽는 문재인표 부동산 정책의 평가는 취지는 동감하지만, 방법론에서 국민의 부동산 수요를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간과했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정부는 무엇보다 실수요자에게 필요한 주택 공급은 미래에 지속해서 이루어질 것이라는 주택 수요자의 확신을 만들 필요가 있다. 또한 벌써부터 기업 친화적이고 성장과 자유시장 경제를 우선하는 정부가 될 것임을 공개 선언한 윤석열정부가 부동산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데 발 벗고 나설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온 국민이 ‘투기 수요를 조장하거나 주택 정책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정권은 늘 감시하고 반드시 응징한다’라는 신호를 윤석열정부에 보내야 한다.

조수연 편집위원 tiger6201@gmail.com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