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보고서’에 담긴 불편한 진실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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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보고서’에 담긴 불편한 진실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2.04.18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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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2021년 한국인 부자들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하나금융은 2007년부터 부자들에 대한 조사보고서인 <Korean Wealth Report>(이하 보고서)를 발표해왔다. 금융회사는 마케팅 활동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주로 고액자산가들의 변화 동향을 정기적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2021년에는 새로이 마케팅 목표로 부상하는 젊은 부자, ‘영리치’(Young Rich)에 관한 특별한 조사 분석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회사가 경영 목적으로 작성한 이 보고서에는 마케팅 목적 이상의 내용을 읽을 수 있다. 그것은 생각보다 골이 더 깊은 한국 사회 부자와 일반대중의 불평등이다.

보고서는 1가구의 금융자산 보유 기준으로 부자는 10억원 이상, 대중 부유층은 1억원 이상 10억원 미만, 일반 대중은 1억원으로 정의한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11월 하나은행 고객 인터뷰와 일반인 1952명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시행했다. 조사 결과에 나타난 한국 부자의 모습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한국 부자는 재산 중 58%는 부동산으로, 나머지 42%는 금융자산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5년 전에는 50% 대 50%였는데 부동산 보유 비중이 증가했다. 투기 규제 때문인지 상업용과 투자목적 부동산 비중은 줄었고, 거주 목적 주택 비중이 증가했다. 금융자산에서 주식 비중은 27%로, 지난 5년간 2배 증가했다.

이 같은 부자들의 미래 전망은 자금 흐름을 주도하므로 아주 중요하다. 부자 응답자의 56%는 앞으로 한국경제를 부정적으로 보았고, 부동산 경기도 응답자의 59%가 안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전망 아래에서 부자가 앞으로 투자할 의사를 밝힌 자산은 ETF, ELS, 펀드, 주식 등 위험 금융자산이 52%로, 부동산(26%)과 단기 안전 금융자산(25%)을 크게 앞섰다. 이들 부자의 70%와 일반대중 68%는 향후 1년 투자 목표 수익률로 ‘10% 이하’를 선호했는데, 대부분 ‘위험 회피형’ 투자자임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보여준 부자와 기타 계층의 자산관리 성적표이다. 조사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부자들의 56%는 자산이 증가했고, 9%만이 자산이 감소했다. 반면 일반대중은 32%만이 자산이 증가했고, 24%가 손실을 보았다고 응답했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금융회사의 금융 조언은 철저하게 수익성 높은 부자들에게 치중하도록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고, 앞으로도 차별화를 더 강화할 것이다. 이 보고서도 오로지 부자를 위한 마케팅이 본래 목적이다. 필자의 금융시장 경험에 따르면 일반대중의 무능과 게으름보다는 금융회사의 서비스 차별화로 부자와 일반대중 간 정보력 격차가 존재하고 이것은 부의 격차를 더욱 확대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마케팅이 본래 목적인 보고서에서는 강조하지 않았지만, 필자의 시선을 끄는 조사 내용은 따로 있다. 바로 현실을 넘어 인식까지 뿌리내린 ‘불평등’이 보고서에 담겨있다. 특히 불평등은 현실보다 사람들 생각 속에 극도로 증폭하고 있다. 보고서의 응답자 중 일반대중이 생각하는 한국 부자의 재산은 ‘217억원’이었다. 가공할 숫자다. 다만 부자들은 ‘187억원’이라고 응답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강남의 30평대 집 한 채 가격은 30억~40억원을 호가하므로 이제는 부자를 백만장자가 아니라 천만장자라고 불러야 하는 시대라고 해설했다. 이처럼 강남 집 6채에서 7채에 해당하는 재산을 가진 자가 대중이 생각하는 ‘부자’이다. 그러나 설문 조사에 응답한 부자들의 실제 재산은 77.8억원이었다. 일반대중의 부자에 대한 인식과 현실은 약 3배 차이가 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 한국의 사회지표>에 기록된 2021년 한국인 가구당 순자산액은 ‘5억2500만원’이므로 평균적 일반대중이 생각하는 부자는 자기보다 41.3배의 재산을 보유한 사람이다. 일반 대중에게 부자는 까마득한 올림포스 신전에 사는 신들이다. 거꾸로 부자들 생각에 일반대중은 자기보다 35.6분의 1만큼 작고 미천한 사람으로 마치 개미처럼 보일 것이다.

보고서가 금융서비스 차별화를 위해 밝혀낸 젊은 부자, 영리치의 모습은 더 큰 충격을 준다. 보고서는 49세 이하이면서 부자(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인 사람을 영리치로 정의했다. 조사 결과 영리치의 재산은 약 66억원이며 보유 주택은 평균 1.7채로 강남 3구에 밀집 거주한다. 영리치의 재산 규모는 일반대중과 약 12.5배 차이가 나는데 영리치의 소득에 관한 조사에는 더 심각한 기록이 들어있다. 영리치 자산형성의 주요 원천은 주로 근로 소득으로 응답했다. 영리치 중 가장 많은 31%를 차지하는 회사원은 2억4000만원, 21%를 차지하는 의료, 법조계 전문직은 7억1000만원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자영업자는 2억9000만원, 네 번째로 많은 기업 경영자는 8억1000만원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 자료의 한국인 임금근로자 평균 연봉 약 4400만원보다, 영리치는 최대 18.3배에서 최소 5.4배 이상의 연봉을 더 받았다. 영리치를 동경하고 선망하는 주제의 드라마, 영화, 웹툰이 주변에 많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반대중의 부자에 대한 인식도 놀랍지만, 보고서에서 관찰할 수 있는 젊은이 간의 소득 격차는 길어진 기대 수명에 비춰 장기적 복리 효과가 쌓일 때 돌이킬 수 없는 ‘부의 불평등’으로 발전할 수 있어 심각하다. 30년 뒤 일반대중의 인식 속 부자와의 불평등은 41배를 넘어 수백 배에 달할 수 있다. 부의 불평등은 교육과 의료, 안전 등의 불평등으로 확산하고 세대를 넘어 세습하는 문제가 있다. 결국 한국 사회는 크게 불안정한 상태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 새로운 정부의 경제 정책 당국자는 유념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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