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불합격한 가계부채 안전진단, 한국은행은 합격?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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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불합격한 가계부채 안전진단, 한국은행은 합격?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2.01.2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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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2일 새해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2022년 핵심과제의 첫째가 ‘견고한 금융안정 유지’였고, 이 제목 아래 명시한 첫 항목은 ‘부채관리 및 금융 불균형 완화’였다. 여기서 등장하는 두 가지 용어 중, ‘부채관리’는 일반인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지만, ‘금융 불균형’은 그렇지 않다.

사실 금융 불균형이라는 용어의 정의는 학계에서도 공식적으로 합의되지 않았고 대체로 과도한 레버리지, 자산가격 고평가, 과도한 위험 추구 성향을 지칭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즉, 금융 불균형 판단에는 극히 주관적인 판단의 개입이 불가피한데, 어찌 됐든 금융위는 새해에도 가계부채 관리를 금융위 업무에서 최우선 업무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차주 단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를 2022년부터 본격 적용하고, 지난해 잠깐 말을 꺼냈다가 민심이 시끌벅적하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던 전세대출 관리도 강화하며, 한 걸음 나아가 정책모기지 대출도 줄이겠다고 한다. 금융위 시각에 가계부채는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할 리스크이고 당연히 가계부채 소비자도 곱게 볼 리는 없다. 정말 한국 가계부채는 얼마나 문젯거리일까?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한국은행은 한국은행법에 따라 매년 2회 이상 거시적 금융안정 상황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국회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고 필요할 때는 출석 보고도 해야 한다. 이 금융안정보고서는 국회에 보고하는 만큼 수많은 금융보고서 가운데 가장 권위가 있음이 틀림없다.

한편 한은이 지난달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는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제목과 관련한 의문을 해소할 수 있는 단서가 ‘최근 현안 분석’으로 자세히 등장해 눈길을 끈다. 현안 분석 첫째는 ‘최근 국내외 금융불균형 상황평가 및 시사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채 증가, 주택과 주식 등 자산가격 폭등 등 금융 불균형은 한국 금융시장만의 문제는 아니다.

금융 불균형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는 금융취약성지수(FVI; Financial Vulnerabilities Index)인데, 이 지표는 국가별 민간신용(GDP 대비 가계 및 기업 신용 등), 자산가격(GDP 대비 주택가격 및 주가 등), 금융기관 복원력(자기자본비율 등), 대외부문(GDP 대비 대외부채 및 외환 보유액 등) 13개 지표를 정규화하여 0~100을 기준으로 산출하며,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제시하는 방법을 따른다.

금융취약지수.(그림1)
금융취약지수.(그림1)

FVI가 상승하면 금융이 취약한 상황이란 뜻이다. 그림1을 참고하면 코로나19 발발 영향으로 세계 경제는 2020년 FVI가 악화하였다. 특히 세계 FVI는 구성항목 중 민간신용 급증, 자산가격 버블이 가장 취약하다. 또한 미국, 중국, 일본의 금융이 취약했고 유럽지역 금융은 안정적이었다. 한국은 2021년 3분기 말 FVI가 59.2포인트였다. 2021년 초 중반 상승했다가 2020년 말 수준으로 하락했으며, 2021년 3분기 FVI는 2019년 말 대비해서는 약 25포인트 정도 높은 수준이다.

즉, 한국 금융은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취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세계평균 수준이며 미국, 중국, 일본에 비해서는 양호하다. 한편 한국은행이 시계열 자료로 산출하는 한국금융시장의 금융안정지수(FSI)는 주의 단계 임계치를 상당히 밑도는 수준에 있으며 안정상태를 보였다. 호들갑 떨 만큼 한국 금융이 불안한 상태는 아니라는 것이다.

다음 금융안정보고서의 현안 분석 주제는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금융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다. 금융위의 가계부채 관리 필요성 주장에 대한 검토라고 할 수 있는데, 한국의 가계부채가 GDP 대비 약 105%(2021년 3분기 말)로 주요 30개국 평균 63.2%보다 높고, 특히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우려스럽다는 것이 검토 배경이다. 이 보고서는 막연하게 알고 있는 부채의 영향에 대해 체계적인 설명을 담고 있는데 보고서가 그리는 과다한 가계부채의 주요 리스크 파급경로는 다음과 같다.

가계부채 리스크 파급 경로.(그림2)
가계부채 리스크 파급 경로.(그림2)

그림2에서 보는 것처럼 가계부채 리스크 파급경로는 상호연관되어 있고 상승 작용을 일으킨다. 첫째 경로는 ‘소비 제약’이다. 과다 채무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증가하면 가계가 쓸 수 있는 소득이 감소하므로 국민 경제의 소비가 위축하고, 기업이익과 경제 성장률이 둔화한다. 한은 분석에 의하면 가계 소비를 제약하는 부채 임계 수준 DSR는 45.9%로 추정하는데 2021년 3월 말 평균 DSR는 36.1%였다. 아직 가계부채가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두 번째 경로는 자산시장 변동성 확대, 금융시장 안정성 저하다. 부채가 자산시장으로 유입하면, 자산 가격 등락에 따른 담보가치 증감으로 추가적인 자산 매입·매도가 발생하며 자산가격 변동성이 커진다. (담보 효과) 또한 부채에 의한 투자는 투자수익률을 증폭하며(레버리지 효과) 투자자의 소비 변동성도 커진다.

이러한 담보 효과, 레버리지 효과는 외부적 충격 시 가계 소득의 불안정을 가져오고 부채 상환능력 악화, 부채의 일시적 상환(디레버리징)으로 금융 시스템 불안정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한은 분석에 따르면 한국 가계대출의 LTV가 2021년 3분기 말 40.1%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디레버리징 위험은 없는 것으로 전망했다.

세 번째는 가계부채의 불평등 심화다. 한은에 따르면 우량 부채 기회와 부채 배분 규모가 고소득, 고신용자에게 편중되는 현상이 관찰되는데, 이때 자산소득의 격차가 커지고 부의 불평등을 더욱 확대하여 사회 경제적 불안을 심화할 수 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하위 1분위 가구의 경우 2020년 평균 부채가 2017년 대비 743만원 늘고 평균 순자산은 233만원 감소했으나, 상위 5분위 가구는 부채가 2971만원 늘고 순자산도 7115만원 증가했다. 부채의 불평등이 소득 불평등을 확대하는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한은은 한국 가계부채가 급증했음에도 가계 소비를 제약할 수준은 아니며, 가계부채의 구조도 높은 고신용, 고소득 차주 비중, 낮은 LTV 비율로 건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실물경제 충격, 주택가격 하락 등 금융 불균형 조정이 발생하더라도 금융기관 복원력은 탄탄할 것으로 분석했다. 어지간해서는 금융 불안정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계부채 안정성에 대한 분석을 근거로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새해에도 가계부채 관리에 몰입하는 금융위의 의지가 약간은 어색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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