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메타버스’입니까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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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메타버스’입니까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1.12.31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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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에 백신, 탄소중립만큼이나 자주 언론에 등장한 산업 트렌드 중 하나가 ‘메타버스’가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장기적인 투자처를 찾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 증권사의 메타버스 관련 리포트도 다양한데, 지난 22일 과학정책연구를 담당하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메타버스’ 산업을 종합 정리한 보고서를 내놓아 눈길을 끈다. 이른바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 판매자(셀사이드) 입장이 아닌 정책적 관점의 보고서이므로 메타버스가 궁금한 독자에게 읽어보기를 권한다.

많이 알려진 것처럼 메타버스(Metaverse)는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가 합성된 단어이다. 미국 비영리 첨단기술 연구 기관인 ASF(accelerate science foundation)에 따르면 메타버스에 대한 정의는 초기 닐 스티븐스의 가상현실에 비중을 둔 개념에서 더욱 확장하였다.

즉,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메타버스는 현실 세계에 새로운 이미지, 정보를 추가하는 강화(augmentation)와 현실을 모델화하여 새로운 환경을 제시하는 모사(simulation)를 세로축으로 하고, 사용자 개인 또는 객체의 행동이나 정체성 등을 다루는 친밀(intimate)과 반대로 사용자를 둘러싼 외부 세계를 지향하는 외부(external)를 가로축으로 해서 4가지 개념범주에서 메타버스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고 ASF는 해설한다. 우측 아래부터 완전히 대안적으로 창조되는 가상세계(virtual worlds), 실제 세계가 정보 측면으로 확장된 투영 세계(mirror worlds), 현실 세계에 3차원적 이미지, 정보가 추가되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개인의 일상을 기록하고 보고하는 삶의 기록(life logging)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네 가지 메타버스 기술 범주도 점차 상호 경계를 허물며 진화하고 있다.

언제나 그렇지만 과학 기술 분야를 말로 설명하는 것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렵다. 조금 이해하기 쉽게 사례를 들어보면 요즘 메타버스가 화젯거리인 곳은 역시 시각적 경험이 중요한 엔터테인먼트와 마케팅 분야다. 가상공간에서 다수의 사람이 물리적 제약 없이 만나고 대화하며 정보를 주고받고 거래할 수 있다는 메타버스의 특성으로 가상공간 파티, 로드쇼, 공연 등이 호황이며 국내에서 접하기 쉬운 사례는 네이버의 제페토(zepeto) 앱이다.

또한 메타버스가 중요한 분야라는 증거는 바로 세계적 IT 공룡들의 움직임에 있다. 페이스북은 얼마 전 상호를 아예 메타(META)로 바꾸고 메타버스 산업에 올인했다. 메타는 일찌감치 2014년 VR기기 제조사 오큘러스를 인수하고 VR 헤드셋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텐센트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메타버스 시장에 앞다투어 진출하고 있다.

메타버스의 다른 이름은 Web 3.0이다.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등이 톡톡히 재미를 본 시대가 Web 2.0이 과거로 밀려나고 있으니 이들 글로벌 IT 공룡들은 새로운 Web 3.0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모든 것을 걸 수밖에 없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한편 메타버스 산업은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MR(현실과 가상 경험이 연결하는 혼합현실)로 구분하고 최종적으로 현실과 가상의 구분이 허물어져 가상세계 체류 기간이 길어지는 XR(확장가상세계)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베스트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은 2019년 50조원에서 2021년 175조원으로 3배 뛰고, 2025년은 560조원으로 11배, 2030년은 1800조원으로 36배의 폭발적인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

여러 가지 보고서를 살펴보고 느낀 소감은 메타버스 산업은 인프라-플랫폼-콘텐츠-지적재산(IP)으로 복잡한 얼개를 가지고 있고, 아직 진화단계에 있어서 메타버스 개념만큼이나 산업구조도 모호하다. 우려스러운 것은 일부 독자적인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혜성처럼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만, Web 2.0 시대에 지배력을 가진 빅테크 기업들이 Web 3.0 산업에서도 상당 부분 선점하리라는 것이다. 이들이 가진 Web 2.0의 구독자 등 대부분 디지털 자산을 가상공간으로 이행하면 이들은 결국 현실에서 메타버스 공간까지 기존 IT 공룡의 독점적 지배력은 확장할 수 있다. 그들에게는 메타버스로 기존 Web 2.0을 넘어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할 이유가 충분한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도 메타버스 세상이 득이 될까? 여러 가지 걱정이 앞선다. 이미 2000년 초부터 개발되어오던 메타버스의 급성장은 바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만연이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로 불가피하게 다른 사람과 거리를 두고 지내는 원격경제로 2020년 잠깐의 충격 이후 빅테크 기업 주가는 천정부지로 올랐다. 격리된 상황에서 사람들은 부족할지라도 온라인 기술을 이용하고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강제적 IT 소비 환경이 메타버스에도 적용된 것이다.

IT산업 성장이 워낙 노동 절약적이기도 하지만 오락, 문화, 교육 등 많은 현실 세계 서비스와 지식 산업이 가상공간으로 이행하면 그나마 서비스업 일자리마저 위협받고 메타버스에 의한 경제구조 변화는 불평등을 더욱 악화할 것임이 틀림없다. 또한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무너지는 XR시대에 들어서며 메타버스에 대한 인간 생활의 의존도가 높아지면 개인정보의 오남용은 물론, 가상공간의 무법적 특성으로 디지털 폭행, 사기 및 학대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당장은 신기하고 즐겁겠지만 메타버스를 통해 섬뜩한 미래가 떠오르는 것은 필자의 기우일까? 메타버스로 Web 3.0 세상을 만들려고 안달복달하는 자의 이익이 가장 클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은 당연하다. 최근 개봉한 영화 <매트릭스 레저렉션>의 한 장면에서 기계에 붙잡혀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처지에서 간신히 탈출한 네오가 의식을 회복한 뒤 들은 경고가 떠오른다. “너는 지독하게 중독되어있어!”.

신기술이라고 모두에게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이익을 위해 대중을 제품이나 서비스에 중독시키는 것이 바로 마케팅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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