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해, ‘곰’을 조심하세요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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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해, ‘곰’을 조심하세요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2.01.28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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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첫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회의가 끝나고 결과 발표가 있던 지난 26일(현지 시간), 뉴욕증시는 장중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후 약세를 보였고, 우리나라 종합주가지수는 3.5%나 주저앉고 말았다. 새해 들어 나스닥은 13.4% 하락했고 S&P500도 9% 가까이 떨어졌으며 코스피도 12% 빠졌다. 보통 주식시장에서는 주가가 10% 이상 하락하면 조정장, 마이너스 20%를 넘어서면 베어마켓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이쯤 되면 기대가 컸던 ‘1월 효과’는 물 건너갔고, 지금 분위기로는 임인년 호랑이해 투자자에게는 고단한 베어마켓이 찾아올 수 있으니 단단히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이날 세계 금융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장본인은 미국 연준이었다고 많은 외신과 금융전문가들이 분석하고 있지만, 엄밀하게 말하자면 근본 원인은 아직도 우리 곁에서 발목을 붙잡고 있는 코로나19의 영향이라는 것이 더 정확하다. 코로나가 산업과 노동 현장을 엉망진창으로 만들면서 산업과 노동 공급을 교란하고 에너지, 원자재가격을 급등시켰으며 여기에 백신 개발 이후 지연된 소비가 기름에 불을 붙인 결과, 미국 인플레이션은 지난달 연 7%를 기록하고 말았다. 연준의 인플레이션 관리 목표가 2%이니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결국 지난해 내내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주장하던 연준도 종전의 의견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이번 달에는 금리를 동결하지만, 인플레이션을 본격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코로나의 고용과 금융시장 충격을 줄이려고 시행했던 전대미문의 대규모 금융 유동성 지원을 줄이고, 곧 금리 인상이 적절한 시기가 올 것이라고 했다. 앞선 전망에서는 6월쯤 예상했으나 이보다 이른 3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신호를 보인 것으로, 연내 금리 인상 횟수와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가능해졌다. 이날 금융시장 투자자는 연준의 더 강해진 긴축 태도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미국의 소비자 물가지수와 실업률은 각각 7, 4.2%였고 우리나라는 각각 3.7, 3.5%였으나, 우리나라는 연이어 금리 인상을 했고 미국은 이번에도 금리를 동결한 것이 비교된다. 연준은 시중 유동성 공급을 위해 국채와 모기지채권을 매수하던 것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테이퍼링을 우선 시행하고 있는데 그 해설이 눈길을 잡는다. ‘연준은 원활한 시장기능과 적절한 금융 여건과 이를 통한 가계와 기업의 신용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 자산을 매입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연준의 걱정의 한 축에 고용, 특히 저소득층 고용 안정이 항상 자리하고 있는 것이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태도와는 차이가 있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올해 투자아이디어에서 인플레이션 불확실성(inflation uncertainty)과 금리 인상 및 통화정책 정상화(rising rates and the policy unwind)에 투자자가 대응할 것을 제안했다. 올해 지연 소비 수요(pent-up demand)가 줄어들고 노동과 공급 애로가 점차 해소되면 지금 보이는 고인플레이션은 하락하겠지만, 아직 코로나 델타, 오미크론 변종에 묶인 서비스 수요가 다시 살아나고 반도체 공급 애로가 지속하는 등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관리 목표를 웃돌며 코로나 이전보다 높게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에너지 등 인플레이션 방어형 기업, 부동산 관련 자산, 물가연동채권(TIPS) 등에 투자자는 관심을 가질 때다.

1월 통화정책 회의가 끝난 시점 연방 금리 선물에 반영된 금리 인상 횟수는 4.5회이고, 종전 경험에 의하면 연준은 2016년 이후 2018년까지 0.25%에서 2.5%까지 정책 금리를 끌어 올렸다. 금리 인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연준은 9조달러에 가까운 보유 자산을 풀어 놓을 예정이다. 코로나 이전 연준의 보유 자산은 4조달러였다. 그 차이만큼 모두는 아니겠지만 시장에 연준 보유 채권이 쏟아지면 채권가격 금리 인상은 더욱 빨라질 수 있다. 금리 인상은 채권가격 정리에 따라 이른바 가중평균만기(duration)가 긴 자산의 현재 가치를 큰 폭으로 끌어 내린다. 장기 고정채권과 장기자본을 차입하는 성장주, 특히 빅테크 기업 주식의 주가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의미다. 최근 이들 빅테크 주식이 크게 하락한 이유다.

임인년 검은 호랑이가 금리 인상과 통화정책 정상화가 불러들인 곰과 한바탕 난장을 벌일 수 있으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뉴스웰 독자 여러분은 이런 걱정 없이 항상 건강하고 행복이 가득한 임인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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