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를 바꿀 이노베이션 10가지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상태바
‘포스트 코로나’를 바꿀 이노베이션 10가지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1.12.27 10: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1년 세계 경제는 5.6%에서 6%, OECD 국가는 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의 매머드급 충격 때문에 2020년 세계 경제 GDP는 역성장했고, 그 반작용으로 2021년 GDP 고성장이 찾아왔다. 그러나 경제 당국은 이 회복과정이 당황스럽다. 코로나 위기 이전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선진국 경제는 아주 오랫동안 저성장 상태였는데 이 기간 OECD는 연평균 2.2%의 성장을 기록했다. 저성장은 저금리와 낮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고 코로나 위기 이전에는 매크로 경제학의 주제는 주로 고질적인 저성장의 원인이었다.

이 저성장 시대의 배경에는 세계화(Globalization)가 있다.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치자 유효수요 확보를 위해 노동과 분배를 강조하던 케인스 경제가 물러서고, 1980년 이후 성장과 낙숫물 효과(trickle down)를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경제가 세계 경제 질서의 주도권을 잡았다. 그러나 결과는 저성장과 불평등으로 가득한 금융자본주의 세계였다. 약 80억 명으로 인구가 폭발하고 웹과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될 뿐아니라 인구와 정보, 돈이 끊임없이 속도 경쟁하며 이동하는 세계에서 가상 모델 안에 갇힌 근시안적 경제학 도구는 성장 동력을 잃은 현실에 대한 원인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성장의 문제를 이해하려면 경제학의 고전적인 개념인 생산함수를 알 필요가 있다. 원래는 한계생산이라는 미분(微分)적 개념을 이용하기 위해 생산함수를 방정식 형태로 표현하는데 이 글에서는 개념 위주로 설명해본다. 기업이나 경제의 생산은 자본, 노동 그리고 이를 결합하는 방법인 고유의 지식이나 정보, 기술에 따라 생산량과 생산 속도 등이 결정한다는 설명은 수긍하기 쉬울 것이다. 이것을 간단히 함수로 표현하면 ‘Y=f(A, K, L)’이다. Y는 생산, K는 자본, L은 노동을 뜻하며 경제학자들은 A는 총생산성 요소라고 표현한다. A의 대표적인 것이 자본과 노동에 고루 영향을 미치는 기술혁신(innovation)이다.

한편 코로나 위기 이전에도 IT 혁명에 이은 4차 산업 혁명이라는 이노베이션이 인류를 구원할 것처럼 떠들썩했는데 2000년 이후 경제는 장기 저성장 상태였다. 이들 기술혁신과 관련한 기업들인 메타(페이스북), 아마존,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넷플릭스 등은 돈방석에 앉았지만, 저성장 기간에 이들 기술혁신과 함께 전 세계는 불평등이 깊어지며 인류에게 보편적인 풍요를 가져다준 과거 농업, 증기, 전기등의 기술혁신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지난 11월 세계 경제의 주요 이슈를 다루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은 2021년의 유망기술 10선을 발표했다. 현재 세계는 기후변화 통제, 에너지 사용 감축, 식량 생산 지원, 세계 보건 개선이라는 네 가지 방향에서 도전에 직면하고 있고 이에 대응하는 기술혁신이 진행하고 있다. 이들 기술혁신이 세계 성장의 총생산성을 향상하고 인류에게 보편적 혜택을 줄 것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WEF가 2021년 주목한 기술혁신은 다음의 10가지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첫째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탈탄소화 기술이다. 2021년에 미국은 2030년까지 2005년 배출 수준의 절반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고, 영국은 1990년의 68% 수준, EU는 1990년 수준에서 최소한 55%까지 탄소 감축을 추진 중이다. 이 때문에 다양한 탄소 감축 기술이 개발 중이지만 갈 길은 멀고 불확실하다. 그런데도 탈탄소화 기술은 코로나 백신만큼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며 전 지구적 투자가 집중할 것이다. 유일하게 성공한 기술 투자의 사례로 테슬라가 전기자동차로 대성공을 이루었지만, 상업 도로운송 수단의 단 2% 미만이 제로 탄소 배출을 하고 있다.

철도와 해상운송에서는 저탄소 기술을 개발 중이다. 최근 눈에 띄는 실적으로는 프랑스 Alstom사가 수소전지 기차 Coradia iLint를 세계 최초로 운행에 성공했다. 미국에서는 탄소 배출의 약 13%는 주택과 건물의 난방과 주방용 연료에서 발생하므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VAC(난방, 공조, 냉방)와 passive solar system, 재생 목재나 저탄소 시멘트 등의 천연 신 건축자재도 중요한 기술적 과제다. 또 다른 탈탄소 기술은 화석연료에서 추출하지 않는 청정수소(green hydrogen), 재생에너지 사용 데이터 센터, 동물 단백질 대체물, IOT로 연결한 지능형 경작 등이 있다.

둘째는 뿌리에서 질소를 생성하는 자기 비료 생산(self-fertilise) 작물이다. 세계식량기구에 따르면 매년 1억1000만톤의 질소가 작물생산에 필요하다. 질소 비료는 공기 중의 질소를 암모니아로 변화하는 과정으로 생산하는데 이 과정은 막대한 에너지를 사용하며 세계 이산화탄소의 1~2%를 배출한다. 또한 소규모 자작농에게는 비싼 합성비료는 농업 증산에 장애물이다. 이 해결 방법이 자연산 질소 비료 생산이다. 콩과 식물은 뿌리혹에서 토양 박테리아와 공생관계를 이용해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한다. 이 자연 질소 비료 생산과정을 비(非)콩과 식물에 적용하려는 기술 연구(engineering nitrogen fixation)가 현재 진행 중이다. 이 기술혁신은 지속 가능한 세계 식량 생산 증산의 핵심이 될 것이다.

셋째는 호흡 센서(breath sensors)를 이용한 질병 진단 기술이다. 인간 호흡에는 800개 이상의 화합물이 존재한다고 한다. 최근 연구에서는 특정 질병과 이들 혼합물 농도에서 상관관계를 발견했다. 예를 들어 당뇨는 아세톤(acetone), 날숨 속의 산화질소 농도는 호흡기 질병을 식별하는 세포 염증과, 알데하이드 농도는 폐암과 상관관계가 있다. 금속 산화물 반도체의 전기저항 변화를 감지하는 센서가 외부 컴퓨터로 데이터를 전송해 정보를 수집하고 수 분 내에 비외과적인 방법으로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경제적 효율성으로 저소득국가에서 유용하다. 최근 미국 보건 사회 복지부는 NASA의 국제우주정거장에 공기 점검 기술을 호흡 센서 기술로 재개발하기 위해 3800만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넷째는 주문형 제약 기술(on-demand drug manufacturing)이다. 전통적 제약 기술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지역에서 제약, 유통, 공급, 조제를 위해 불연속적 다단계 대량 처리 절차(large batches)와 대량 생산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 대량 원재료가 필요하며 생산과 공급 기간도 수개월이 걸린다. 이에 비해 주문형 제약은 연속적 유량(continuous flow) 제약으로 알려진 방법으로 약재료를 튜브로 연속적으로 흘려보내 한 번에 약을 만드는 것(all in one go)이다. 이러한 과정은 원격지나 병원 현장에서 이루어질 수 있고, 제약에 필요한 자원을 절약하며 개인 맞춤형으로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16년 MIT 연구진은 미국 국방성의 첨단방위연구기구(DARPA)와 공동으로 주문형 제약의 시험사례를 선보였다. 바로 냉장고 크기의 알레르기, 불안과 근육 경련, 우울, 마취 등 4가지 질병 약을 현장에서 제조하는 기기다. 이 기기는 24시간에 1000회분을 만든다. 이 주문형 제약은 MIT가 AMPoD, Bio-Mod, Ⅳ Medicines on Demand 등과 상업화를 추진 중인데 휴대용 제약 기기는 아직 수백만달러 비용이 소요되어 보급에는 장애가 있다. 앞으로 가격이 내려가고 규제 프레임이 진화하면 제약산업의 혁명이 있을 것이다.

다섯째는 무선 신호를 이용한 충전(energy from wireless signals)이다. 이제 5G가 IOT(internet of things)에 동력을 전달할 것이다. IOT를 구성하는 무선기기는 점점 더 네트워크화하는 세계의 중추이다. 무선기기는 가재도구, 입는 바이오 의료기기, 위험하거나 접근이 어려운 지역의 센서로 사용할 수 있다. IOT는 물과 제초제 사용을 절약하는 농업을 가능하게 하고 약해진 교량과 건물의 균열을 감시하거나 산사태와 지진 같은 재난을 조기경보 하는 센서로 기능을 할 수 있다. 2025년까지 IOT는 약 400억개가 연결될 예정이며, 사용자 요구에 따라 이들 기기에 편리하게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 과제로 대두되었다. 이 해결책으로 이미 WIFI 신호를 증폭하는 방법이 추진 중이고 5G가 일상 에너지를 재활용하는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을 보다 강화할 것이다. 이 기술로 미래 저전력 기기는 유선 충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며, 무선 신호로 전달하는 전력을 포착하고 이것을 직류로 전환하는 렉티나(rectinna)와 이를 증폭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여섯째는 단순 수명이 아니라 건강 수명(health span)을 늘려주고 잘 늙도록 도와주는 기술(engineering better ageing)이다. WHO에 따르면 60세 이상 세계 인구 비중이 2050년에 22%에 이르고 이 고령화는 보건과 사회시스템에 큰 부담을 줄 전망이다. 고령화는 치매, 암, 당뇨, 동맥경화 등의 만성질환을 동반한다. 건강 수명을 늘리는 노화의 분자 단위 구조 연구는 초기 단계인데 대표적인 것이 오믹스(OMICS) 기술이다. 이것은 세포 대사, 단백질 농도, 유전자의 활동 등 생명 현상과 관련된 것을 포괄 연구하는 것인데 후생유전학적(epigenetics) 연구 결과와 통합 연구가 추진 중이다. 하나의 사례는 태도나 환경 때문에 유전적 활동을 변화시키는 특정 후생유전학적 표식이나 유기 조직의 생물학적 노화의 표식인 대사 혼합물을 조합하는 것이다. 이러한 표식들은 사망에 이르는 초기 질병의 강력한 예측 신호이다. 또한 노화 메커니즘의 이해는 표적 치료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건강 수명 기술에 100여 개 기업이 제약 또는 유전공학 방법을 개발 중이며 임상 전 또는 초기 임상 단계에 돌입 중이다.

일곱 번째는 비료 생산에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그린 암모니아 기술이다. 질소 비료를 생산하기 위한 하버-보쉬 공정(Harber- Bosch process)는 식량 생산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이 질소 비료 제조 기술은 지구 식량 생산의 50%에 기여하고 있고 암모니아 생산은 식량안보에 중요한 열쇠다. 그러나 암모니아 합성은 질소와 산소를 합성하는데 촉매제를 요구하는 에너지 집약적인 화학 공정이 필요하며, 질소는 공기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으나 수소 생산에는 천연가스, 석탄, 석유가 고온 상태의 스팀에 노출되고 이 과정에서 지구 탄소 배출의 1~2%를 차지하는 막대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이를 그레이 수소라고 한다. 이에 반해 그린 암모니아는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물을 분해해서 얻는 수소로 생산된다. 그러므로 에너지 절약과 탄소 감축이 동시에 가능하다. 현재는 그린 수소의 높은 생산 비용이 장애물인데 유럽 30개 에너지 기업은 HyDeal Ambition 프로젝트를 통해 2030년 이전에 수소 생산, 저장, 운송의 혁신과 킬로그램당 1.5 유로의 그린 수소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혁명적 변화가 예상된다.

여덟 번째는 만성 질병의 연속적, 비외과적 감지가 가능한 무선 생물학표지체(Biomarker)다. 주삿바늘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당뇨나 암 등은 생물학적 표지의 진단과 추적을 위해 채혈이 필요하다. 현재 100개 이상의 회사가 연속적으로 생명 정보의 검사가 가능한 휴대용 무선 웨어러블 센서를 개발 중이다. 이러한 바이오마커는 땀, 눈물, 소변, 혈액에서 추적할 수 있으며 이것은 안테나와 전자공학이 결합한 휴대전화기나 스마트워치의 광(光)이나 저전력 전자파를 이용한다. 2030년까지 전 세계 5억7800만 명이 앓을 것으로 추정하는 당뇨병으로 당 측정을 위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데, 환자 손가락의 전압 변화, 웨어러블 전자장치, 문신을 응용한 회로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형태의 체액을 대상으로 한 무선 센서도 개발 중인데 전자혀(electronic tongue), 전자 콘택트렌즈, 전자 마우스 가드 등이 개발 중이다.

아홉째는 현지 재료를 이용한 주택 3D프린팅이다. 유엔 추정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16억명은 주거 환경이 열악하다. 이러한 오지 빈곤 지역의 주택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해법으로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저비용인 3D프린팅 기술이 이용될 전망이다. 이것은 현지 재료만 이용 가능한 화성 프로젝트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탈리아 건축회사 MCA(Mario Cucinella Architect)와 3D프린팅 회사 WASP는 주택재료로 현지 진흙을 사용하여 건설의 복잡성, 비용, 에너지 사용을 극적으로 절감하는 건축 디자인 모형을 제시했다. 이것은 현지로 수송하여 건축하는데 필요한 재료의 95%를 절감하는 혁신적 건축이다. WASP는 진흙 벽돌을 이용한 건축도 진행 중이다.

열 번째는 우주를 통한 IOT다. 현재 적어도 100억개의 기기가 IOT에서 활성화 중이고 다음 10년간 이 숫자는 배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한다. IOT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제타바이트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전 세계로 확산한 IOT 기기가 필요하다. 이 데이터는 클라우드에 동조하고 AI가 활용하며 기후변화, 자연 재난과 같은 비정상과 패턴을 분석할 수 있다. 문제는 휴대전화기 네트워크의 범위가 지구의 절반 미만에 불과해 연결성의 큰 격차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갭을 우주 기반 IOT 시스템이 메울 수 있다. 이것은 10㎏ 미만의 저비용 나노 위성을 이용하며 이 위성은 지상에서 불과 수백 킬로 상공의 궤도를 비행한다. 첫 나노 위성은 1998년에 처음 발사했고, 현재 약 2000개의 큐브위성이 지구궤도에 있다. SpaceX Starlink, Oneweb, Amazone, Teslasat이 지구 인터넷망을 구축하기 위해 나노 위성을 사용하고 있다. 곧 지구상의 저전력 IOT 기기가 이들 나노 위성과 통신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기술이 접근이 어렵고 연결할 수 없었던 위치에서 다양한 데이터 처리 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사례로 통신회사 Iridiun은 66개의 저궤도 위성망으로 세계 곳곳에 운항 중인 배와 비행기를 연결한다.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Lucuna Space, Myriote 등이 있다.

이상 WEF가 열거하는 기술혁신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는 주목받지 못하는 것 같다. 또 금융투자를 하는 사람에게는 유망기술은 유망 투자처로도 활용할 수 있으니 이들 기술혁신 리스트를 확인하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 기술혁신은 2022년에 시작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임이 틀림없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