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하이트 켈리 vs ‘외제’ 오비 카스, 맥주 1위는?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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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하이트 켈리 vs ‘외제’ 오비 카스, 맥주 1위는?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3.07.1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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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성수기 앞두고 경쟁 치열… ‘목표주가 하향’ 하이트진로, 마케팅비 증가로 실적 부담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인물 사진)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이어 국내 주요 그룹 중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미등기임원으로 나타났다. /사진=하이트진로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인물 사진)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이어 국내 주요 그룹 중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미등기임원으로 나타났다. /사진=하이트진로

“카스는 우리나라 거 아니다” “카스 벨기에 자본 회사다. 하이트진로 걸로 마셔라” “바X들 우리나라 술 없다. 다 섬나라 자회사다. 막걸리도 로열티 내고 먹는 판에” “카스도 좋고 켈리도 좋지. 둘 다 경쟁해서 싸게 풀어주니 더 좋지”.

어제(16일), 본격적인 휴가철 성수기를 앞두고 맥주 라이벌의 1위 싸움이 치열하다는 소식에 누리꾼들 반응입니다. 이처럼 댓글난에서는 벨기에 국적 안호이저부시인베브(AB인베브)가 지분 100%를 가진 오비맥주가 토종 하이트진로에 밀리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역대급 폭염과 폭우에 장바구니 물가가 들썩이는 요즘, 한 누리꾼의 주장처럼 승자는 ‘싼 맥주’입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000080)의 목표주가가 심상치 않습니다. 이날 NH투자증권은 하이트진로의 목표가를 3만1000원에서 2만8000원으로 9.68% 내렸습니다. 앞서 지난 4월 키움증권은 3만1000원(11.43%↓), 5월 신한투자증권은 3만3000원(13.16%↓), 지난달 IBK투자증권은 2만8000원(26.32%↓)으로 하이트진로 목표가를 하향했습니다.

이번 달 들어서도 하이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이 각각 3만2000원(8.57%↓), 3만원(11.43%↓)으로 목표가를 내린 데 이어, 나흘 전 삼성증권은 가장 낮은 ‘2만2000원’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삼성증권은 투자의견으로 ‘BUY’가 아닌 ‘HOLD’를 내놨습니다. 최근 증권사들이 전망한 하이트진로의 2분기 영업이익은 400억원으로, 1년 전과 견줘 35.9% 쪼그라든 수준입니다.

17일 오후 3시 1분 현재 하이트진로 주가가 전 거래일보다 0.24% 빠진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자료=한국거래소
17일 오후 3시 1분 현재 하이트진로 주가가 전 거래일보다 0.24% 빠진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자료=한국거래소

또 2분기 매출은 6727억원으로 3.8% 증가하지만, 순이익은 249억원으로 37.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앞서 발표한 하이트진로의 1분기 영업이익도 1년 전보다 33.4% 줄었습니다. 당시 하이트진로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시장 경쟁이 심화했고, 신제품 출시에 따른 마케팅 비용 등이 증가해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NH투자증권이 하이트진로의 목표가를 내린 이유도 “맥주 신상품 관련 마케팅 비용 증가로 실적에 부담이 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러한 점을 들어 “2분기 하이트진로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3% 증가한 6651억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70% 감소한 187억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주 연구원은 이어 “소주 부문 매출액은 3781억원으로 국내 소주 시장의 성장률 자체가 둔화된 가운데 전년 동기의 기저가 높았던 영향”이라며 “맥주 부문 매출은 2266억원으로 신제품 켈리는 출시 1개 분기 만에 전체 맥주 판매량의 20%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빠르게 안착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맥주 1위 경쟁 소식에 누리꾼들은 토종 맥주에 더 많은 응원을 보내면서도 가격 인하 경쟁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맥주 1위 경쟁 소식에 누리꾼들은 토종 맥주에 더 많은 응원을 보내면서도 가격 인하 경쟁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그러면서 “맥주 부문 마케팅 비용이 예상보다도 크게 발생해 당분간 수익성 부진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주류 기업 특성상 시장점유율 상승 시 기업가치가 동반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는 만큼 1위 사업자인 오비맥주와의 시장점유율 격차 축소 여부가 주가 측면에서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보고서처럼 맥주 시장 1위 브랜드는 오비맥주입니다. 다만, ‘대형 마트’ 점유율을 놓고선 양쪽의 주장이 엇갈립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4월 출시한 ‘켈리’ 판매가 1억병을 넘어서면서, 지난달 일부 대형 마트 점유율 49.6%를 달성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오비맥주는 전체 할인점(대형 마트) 기준 닐슨 데이터를 추정했을 때 이에 미치지 못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외국보다 토종 맥주에 더 많은 응원을 보내면서도 가격 인하 경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마케팅해도 절대 오비맥주 못 이긴다. 이게 현재 상황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카스 입맛에 길들어져 있습니다” “벨기에 기업 맥주에 길들어진 거겠죠” “cass는 예전 맛이 아님” “켈리 승!” “카스 오비맥주는 페놀사건 주범” “진로는 소주가 버티고 있어서 공격적으로 마케팅해도 별 탈 없는데 오비맥주는 지금 속이 타들어 갈 듯. 벨기에기업이라 연말에 배당금 받아 가야 될 건데” “경쟁을 하면 가격을 내려야지. 가격은 서로 올리면서 무슨 경쟁이야? 담합이지”.

경제개혁연대는 하이트진로 박태영 사장(박문덕 회장 장남)과 김인규 대표 등 임원들에 대한 해임 조처를 촉구했다. /자료=경제개혁연대
경제개혁연대는 하이트진로 박태영 사장(박문덕 회장 장남)과 김인규 대표 등 임원들에 대한 해임 조처를 촉구했다. /자료=경제개혁연대

한편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이어 국내 주요 그룹 중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미등기임원으로 나타났습니다. 박 회장은 하이트진로와 이를 지배하는 하이트진로홀딩스의 회장을 맡고 있는데, 지난해 78억1663만원의 연봉을 받았습니다. 구체적으로 하이트진로에서 71억6663만원, 하이트진로홀딩스에서 6억5000만원의 보수를 받았습니다.

반면 하이트진로의 전문경영인 김인규 대표는 급여와 상여, 기타 근로소득을 합해 7억4522만원의 연봉을 받았습니다. 미등기임원인 박 회장보다 64억원 넘게 적었습니다. 박 회장의 연봉을 직원 평균 연봉 1억9995만원과 비교하면 65배 이상 더 받는 것입니다. 특히 박 회장의 연봉은 2019년 32억6600만원이었지만, 3년 새 두 배가 훨씬 넘게 불었습니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달 29일 “하이트진로 박태영 사장(박문덕 장남)과 김인규 대표 등은 지난 5월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유죄가 인정됐는데도 각각 미등기임원과 사내이사로 선임됐다”라며 “하이트진로 감사위원회는 이 사건에 책임 있는 임원들에 대한 해임 조처를 추진”하라고 주장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앞서 2018년 3월 하이트진로그룹 계열사들이 박태영 사장과 박재홍 부사장(박문덕 차남)이 지분을 각각 58.44%와 21.62% 보유한 서영이앤티를 부당 지원한 것으로 판단,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하이트진로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고, 공정위는 과징금 70억6000만원을 최종 부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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