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모피아’ 정은보 vs ‘윤종원의’ 최현숙, 차기 기업은행장 2파전?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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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모피아’ 정은보 vs ‘윤종원의’ 최현숙, 차기 기업은행장 2파전?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10.28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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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행장 후임 놓고 낙하산 인사 논란 재연… 기업은행 노조 “관료 출신 부적격”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이 차기 기업은행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이 차기 기업은행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기재부 출신 모피아들에게 놀아나면 안 된다.”

#1. 지난해 8월 5일, 금융위원회가 새 금융감독원장에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금 협상대사를 내정하자 한 누리꾼의 반응입니다. 문재인정부 초기 개혁 성향 학자들을 앉힌 자리마저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가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정 원장은 잇단 ‘친시장’ 행보로 정권이 바뀌어도 유임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검사 출신 이복현 원장에게 자리를 넘깁니다.

최현숙 IBK캐피탈 대표(왼쪽)가 차기 기업은행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최 대표가 서울 강남구에 후원금을 전달하고 있는 모습. /사진=IBK캐피탈
최현숙 IBK캐피탈 대표(왼쪽)가 차기 기업은행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최 대표가 서울 강남구에 후원금을 전달하고 있는 모습. /사진=IBK캐피탈

“차기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아니냐?”

#2.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20여 일 지난 4월 4일, IBK기업은행이 주요 인사의 인선을 미루자 업계의 반응입니다. 임기가 끝난 지 보름이 넘은 최현숙 IBK캐피탈 대표 후임과 기업은행 비상임이사 2명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국책은행은 정부(금융위)가 인사를 결정하는데, 금융위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의중을 헤아리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내년 1월 2일인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차기 은행장이 누가 될지 관심이 쏠립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현숙 IBK캐피탈 대표와 김성태 기업은행 전무이사(수석부행장), 정은보 전 금감원장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들 가운데서도 최 대표와 정 전 원장의 ‘2파전’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2020년 1월 3일 첫 출근에 나선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노동조합의 출근저지 투쟁에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 /사진=JTBC 뉴스영상 갈무리
2020년 1월 3일 첫 출근에 나선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노동조합의 출근저지 투쟁에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 /사진=JTBC 뉴스영상 갈무리

먼저 최현숙 대표는 윤종원 현 행장과 달리 내부 출신입니다. 1963년생인 최 대표는 이화여자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1986년 기업은행에 들어왔습니다. 학동역지점장과 인력개발부장, 여신관리부장, 강서·제주지역본부장 등을 거쳐 2020년부터 IBK캐피탈을 이끌고 있습니다. 특히 10년 넘게 근무한 여신 부문에 있어서는 은행 내 최고로 통합니다.

반면 정은보 전 원장은 윤 행장과 같은 외부 출신입니다. 1961년생인 정 전 원장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서 석사까지 밟은 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어 행정고시 28회로 공직을 시작해 금융위 금융정책국장과 사무처장, 기획재정부 차관보, 금융위 부위원장, 외교부 한미방위비분금 협상대사, 금감원장 등을 지냈습니다.

이들 두 후보는 내부 vs 외부, 여성 vs 남성, 전문가 vs 모피아로 뚜렷하게 나뉩니다. 특히 각각 윤 행장과 현 정부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비치면서, 선임 과정에서 갈등이 예상됩니다. 알다시피 윤 행장은 문재인정부 때 낙하산 논란으로 첫 출근길부터 막힌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정권이 바뀐 지금, 은행 이사뿐 아니라 자회사의 CEO 인사가 늦어지는 이유입니다.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이 지난달 16일 금융노조 총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IBK기업은행지부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이 지난달 16일 금융노조 총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IBK기업은행지부

한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IBK기업은행지부는 지난 14일 <금감원장이 은행장 되는 게 공정과 상식인가>라는 성명에서 “관료 출신 낙하산이자 부적격 인사”라며, 정 전 원장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2년 전 ‘출근 반대 투쟁’이 재연될지, 모든 임직원의 박수 속에 취임식이 치러질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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