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추천 이사제’ 약속 못 지킨 윤종원, 국무조정실장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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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추천 이사제’ 약속 못 지킨 윤종원, 국무조정실장 된다?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5.23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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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장 취임 당시 합의, 2년 4개월째 감감무소식… 한덕수 총리와 손발 맞출지 주목
2020년 1월 3일 첫 출근에 나선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노동조합의 출근저지 투쟁에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 /사진=JTBC 뉴스영상 갈무리
2020년 1월 3일 첫 출근에 나선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노동조합의 출근저지 투쟁에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 /사진=JTBC 뉴스영상 갈무리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에 내려온 낙하산 은행장을 저지하자”.

#1. 2020년 1월 3일, 서울 을지로 IBK기업은행 본점 앞. 첫 출근길에 나선 은행장은 오도가도 못 합니다.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에 막힌 것입니다. 신임 윤종원 행장은 ‘노조추천이사제를 추진한다’라는 노사 공동선언문에 합의하고서야 출근 도장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약속은 2년 4개월여가 지나고 정권이 바뀌어도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화천대유가 5300억원을 조달할 수 있었던 것은 수익권증서 때문이다.”

#2. 2021년 10월 15일, 기업은행 국정감사장. 권은희 의원은 윤종원 은행장을 질타합니다. 기업은행이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화천대유에 3순위 수익권증서를 내줘 거액을 마련하게 했다는 주장입니다. 수익권증서는 부동산 개발이익을 받을 수 있는 권리입니다. 이 증서를 기반으로 자산유동화증권을 발행해 30여 투자자로부터 5300억원을 끌어모았다는 것입니다.

23일 관가와 금융권에 따르면, 윤석열정부 첫 국무조정실장에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국무조정실장은 국무총리비서실장과 함께 국무총리를 보좌하고, 차관 회의를 주재하여 국무회의 안건을 상정하는 실무 책임자입니다. 따라서 기업은행장 시절 첫 약속도 지키지 못한 이가 국조실장을 맡게 되면,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낼지 의구심이 듭니다.

지난 3월 24일 기업은행 정기 주총 결과 공시. 사외이사를 선임하지 않아 선임률이 60%에 그치고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
지난 3월 24일 기업은행 정기 주총 결과 공시. 사외이사를 선임하지 않아 선임률이 60%에 그치고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마치고 미국 UCLA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윤 행장은 1983년 27회 행정고시로 공직을 시작한 ‘늘공’(늘 공무원의 준말로 직업공무원)입니다.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특명전권대사, 연금기금관리위원회 의장 등 거쳐온 자리도 요직입니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한덕수 당시 국조실장과도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2004년 재정경제부에 있던 윤 행장이 대통령 경제보좌관실에 파견됐을 때입니다. 그해 9월에는 “지난해(2003년) 10·29대책의 규제 흐름엔 변함이 없다”라며 부동산 규제 불변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어 이듬해인 2005년 2월 19일에는 재경부 종합정책과장으로 전진 배치됩니다.

그해 10월 윤종원 과장은 “콜금리(기준금리 이전 지표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위축 효과가 크지 않다”라며 당장 금리 인상에 대응해 재정정책에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주택가격 급등과 함께 대출이 크게 늘어, 가계 부담과 소비심리 위축 가능성이 커졌는데도 보수적 정책을 내놓은 것입니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취임 당시 약속이던 노조추천사외이사제는 2년 4개월이 지났는데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자료사진=IBK기업은행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취임 당시 약속이던 노조추천사외이사제는 2년 4개월이 지났는데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자료사진=IBK기업은행

한편 기업은행 사외이사 가운데 신충식·김세직 이사의 임기가 지난 3월 26일 끝났지만, 후임 사외이사 선임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기업은행장이 제청하면 금융위원회가 의결해 임명합니다. 윤종원 행장의 취임 약속이던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이유입니다.

기업은행 관계자도 “상급 기관인 금융위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노조추천 이사가 탄생한 한국수출입은행의 사례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수출입은행 사외이사는 행장이 제청하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명합니다. 당시 홍남기 부총리가 임명한 만큼 금융위도 반대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정권이 바뀔지 유지될지 눈치를 봤다면 이것도 이야기가 되지 않습니다. 지난 대통령선거 유력 주자였던 이재명, 윤석열 후보 모두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에 찬성 입장을 냈기 때문입니다. 결국 윤종원 행장의 노조추천 사외이사 도입 의지가 없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더군다나 윤 행장은 지난해 2월 이후 금융위에 후임 사외이사 후보를 제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윤종원 행장이 국조실장이 되면 부적절한 인선이라며 “이분은 관료가 맞지. Ceo는 아닌 듯. 배구단 처리하는 거 보니까 리더는 못됨. 자기 분야서만 해야 할 분” “농담이겠지. 실패한 전략가를 다시 쓴다면 나라 말아먹자고 작정한 거지” “기재부가 다 해 먹겠다 이거지” 등의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각 중앙행정기관의 행정의 지휘·감독, 정책 조정 및 사회위험·갈등의 관리, 정부업무평가 및 규제개혁에 관하여 국무총리를 보좌하기 위하여 둔다’. 정부조직법 제20조 제1항에 나오는 ‘국무조정실’의 설립 근거입니다. 그 우두머리는 장관급 대우를 받지만, 현직 국조실장이 누구이며 무슨 일을 하는지 아는 국민이 드뭅니다. 새 정부의 인선에는 충분한 설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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