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검사’ 이복현 금감원장, 과연 “적재적소”일까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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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검사’ 이복현 금감원장, 과연 “적재적소”일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6.0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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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비자금, 론스타 먹튀 등 수사 참여… 금융권, ‘사후 검사와 처벌’에 무게 실릴지 긴장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새 정부 들어 검찰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요직에 임명되면서 편중인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대검찰청. /사진=뉴스웰DB
새 정부 들어 검찰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요직에 임명되면서 편중인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대검찰청. /사진=뉴스웰DB

다음 인물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이완규 법제처장, 조상준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박성근 국무총리 비서실장, 이노공 법무부 차관, 복두규 대통령실 인사기획관,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윤재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 강의구 대통령실 부속실장,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주진우 대통령실 법률비서관.

그래도 모르겠다면 이 명단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추가하겠습니다. 네, 정답은 13명 모두 검찰 출신인 전직 검사들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처럼 새 정부의 아주 중요한 자리에 전직 검사들을 앉히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인사 원칙은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물을 쓰는 것이다”. ‘적재적소’란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쓴다는 뜻의 네 글자입니다.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전날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방검찰청 부장검사를 새 금감원장에 임명 제청했습니다. 금융위는 검사 출신인 이 금감원장의 업무 적합성을 의식해서인지, 이날 보도자료에서 ‘금융’과 ‘경제’라는 낱말을 유달리 강조했습니다. ‘이 내정자는 금융·경제 수사 전문가이며 경제범죄형사부장을 역임’했다는 것입니다.

금감원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합니다. 윤 대통령은 제청 당일 이 내정자를 금감원장에 임명했습니다. 1972년생인 이복현 금감원장은 검사 시절 이른바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꼽힙니다. 2006년 현대자동차 비자금과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에서 윤 대통령과 함께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이복현 신임 금감원장 임명 제청 보도자료에서 ‘금융’과 ‘경제’라는 낱말을 유독 강조했다. /자료=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은 이복현 신임 금감원장 임명 제청 보도자료에서 ‘금융’과 ‘경제’라는 낱말을 유독 강조했다. /자료=금융위원회

이러한 이력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앞으로 금감원 정책이 사전적 감독보다는 사후적 검사와 처벌에 무게가 실릴지 긴장하고 있습니다. ‘이복현’이라는 이름이 언론에 처음 나온 것은 2006년 2월 6일입니다. 당시 전주지검 군산지청 검사이던 이 원장은 분식회계로 2600억원을 가로챈 석유업자 3명을 구속하면서부터입니다.

이어 두 달이 채 가기 전인 2006년 4월 3일, 이 원장은 또 언론에 등장합니다. ‘검찰은 론스타 사건 수사팀에 일선 지청 검사인 이복현 검사와 이영상 검사 및 국세청 직원 등 10여 명을 추가로 투입해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이복현 검사의 경우 공인회계사 출신이고…’.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이 론스타의 탈세 의혹을 수사하면서 팀원을 늘린 것입니다.

당시 세계적 펀드 론스타와 함께 현대차 비자금 사건이 터지면서, 수사를 맡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나라 안팎의 주목을 받습니다. 면면을 보면 무릎을 ‘탁’하고 치게 됩니다. 박영수 중수부장, 채동욱 수사기획관, 최재경 중수1과장, 오광수 중수2과장, 윤석열·이동열·임진섭 부부장 검사, 여환섭·윤대진·한동훈·이영상, 그리고 이복현 검사입니다.

이 원장은 지난 4월 ‘검수완박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반발하며 검찰에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당시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의 일부입니다. “기업이 부당하게 사주 일가를 지원하고, 대기업이 정당한 노조 활동을 방해하던 잘못된 관행이 줄어든 건 사회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합쳐진 것이지만 적어도 위(관련) 수사들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1972년생인 이복현 내정자는 검사 시절 이른바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꼽힌다. 회계사로 출발한 이력이 눈에 띈다. /자료=금융위원회
1972년생인 이복현 내정자는 검사 시절 이른바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꼽힌다. 회계사로 출발한 이력이 눈에 띈다. /자료=금융위원회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이번 인사가 과연 ‘적재적소’인지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습니다. 다만, 적재적소라는 목소리에는 공매도, 펀드 환매 사태 등으로 피해를 본 금융소비자들의 깊은 불신이 숨어 있습니다.

“검사들은 검찰청이 적재적소다! 군인들은 군대가 그렇고, 경찰관은 경찰청이 그렇듯” “(‘무식한 소리. 법을 바로 세우는 일에 적격’이라는 대댓글에) 왜, 전 내각을 검사로 채우지? 우리나라에 지금껏 검사들이 없어서 법이 비뚤어졌는가? 그랬담, 그건 검사들이 제 할 바 몫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소리인데. 그런 위인들이 뭔 법을 세워?” “군인들이 장악한 나라가 끝난 지 얼마 되었다고. 이제 검찰이 장악한 나라가 왔네. 국가의 안위 따위는 관심 없던 추악했던 군사 정권과 정의 따위는 관심 없는 법 기술자들의 사악한 검찰 공화국!!”.

“옵티머스 라임 펀드 쓰레기 청소부로 임명된 것. 이제부터 쇼타임” “법치를 세워야 할 때. 국민 돈을 수조 원 훔쳐먹어도 모르는 금융 X문가들을 훈육해야 할 시간이 필요함” “감독 기관이다. 진흥기관이 아니다. 검사가 제대로 해봐라. 지금 조선은 사기꾼 천국인 나라다” “주식 하는 개미들에겐 호재. 조작, 공매 세력들에게도 금융이 칼날을 들이대길”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이 왜 분리되어 있는지 그 의미를 알 수 있군요. 업계와 정부의 정책은 금융위원장이 총괄 수립 및 운용하고 그에 기반한 정책이 제대로 적법하게 실시되는지를 금융감독원장이 관리감독하는 업무 분리가 필수적이라고 여겨집니다”.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7일 금감원에서 취임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7일 금감원에서 취임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이 원장은 전날 취임식에서 “시장교란 행위에 종전과 같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라며 “불공정거래 행위 근절은 시장 질서에 대한 참여자들의 신뢰를 제고시켜 종국적으로는 금융시장 활성화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소외된 금융소비자가 없는지 세심히 살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윤석열표 인사 원칙인 ‘적재적소’가 맞는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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