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윤석열정부, 12일 추경호 대행 체제로 개문발차”
‘개문발차’는 자동차 따위가 문을 열어놓은 상태로 떠나는 것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내일(10일) 출범하는 윤석열정부의 여러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통과가 어려워지자, 한 언론사는 ‘개문발차’라는 제목으로 반쪽 출범을 알렸습니다. 반면 기업들은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높은 기대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친기업 쏠림’에 대한 걱정도 많습니다.
9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27일부터 엿새 동안 국내 322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응답 기업의 72.7%가 ‘기대한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새 정부 경제정책이 성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느냐는 질문(복수응답)에는 ‘투자·인프라 지원’(96.3%)과 ‘규제혁파’(90.4%)를 꼽았습니다.
최근 대내외 경영 여건을 어떻게 보는지(복수응답)에 대해서는 77.3%가 고공행진 중인 물가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라고 응답했습니다. 이어 ‘생산원가 상승에 따른 채산성 악화’(58.6%), ‘제품·서비스 수요 감소’(45.4%)도 고통스러운 요인이었습니다. 또 최근 급격히 뛴 원/달러 환율에 피해를 봤다는 기업은 51.6%였습니다.
환율 급등 피해로는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제조비용 증가’를 가장 많이(68.7%) 꼽았습니다. 반면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이 늘었다’라는 기업은 17.5%였습니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은 환율 때문에 ‘제조원가가 증가했다’라는 응답이 59.3, 중소·중견기업은 73.8%였습니다. ‘수출이 늘었다’라는 응답은 대기업 27.1, 중소·중견기업 12.2%였습니다.
‘공급망 경색’으로 피해를 본 기업도 52.5%였습니다. 이들 기업의 피해는 ‘원자재·부품 부족으로 생산 차질’(69.2%)이 가장 많았습니다. 이처럼 ‘물가와 환율 상승, 공급망 악화’의 삼중고 경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윤석열정부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성장동력 회복’(37.9%)과 ‘물가안정’(35.4%)을 꼽았습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윤석열정부가 친기업 정책 일변도로 나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아울러 기업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집니다. 무엇보다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가장 큽니다.
“1인가구인데 마트 장 보는데 일주일치 10만원은 그냥 넘는다. 임금은 최저인데 물가ㄷㄷ. 기름값은 역대 최고” “기업들은 좋겠지. 친기업인데 일하는 사람만 죽어남” “친기업 정권이니 기업은 기대감 높고. 그 이면에 있는 노동자·서민들은??” “노동자 쥐어짜서 이익 남기려 하지말고~~ 제발 기업 경쟁력으로 이익 남길 궁리나 해라~~ 시장 중시? X뿔이다”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면서 정작 무슨 규제를 어떻게 해달라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지금 와서 규제 혁신은 그냥 ‘우리나라 잘살게 해주세요’ 수준의 말이 되어버림. 너무 공허하다”.
“규제혁신도 필요하지만 이제 글로벌 스탠다드에 따를 때도 됐다” “적당히 대충 정경유착 기대하지 말고 실력으로 성장해라. 부패정권의 특징은 정경유착, 언론의 권력화로 서로 기생하며 상생하지” “그동안 산업용 전기료 거의 공짜로 잘들 써왔죠? 그렇게 쓰다가는 한전 민영화되어서 기업체 가동도 못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제값 내고 쓰기 시작합시다”.
“다 같이 공평하게가 아닌, 다 함께 합법적인 선 안에서의 경쟁을 하며 더 나은 결과치를 만드는 나라가 될 수 있기를” “나라에서 일하지 않는 것들 돈만 안 퍼주면 좋겠다. 살면서 이렇게 구인난 겪는 것도 처음이다. 외국인이라도 좀 풀어줘라. 어떻게 된 게 면접을 보면 죄다 피크닉 분위기로 회사를 다니려고. 이건 나이 먹은 X들도 마찬가지”.
“정말 경제에 온 힘을 쏟지 않으면 정말 어렵고 힘든 시국으로 나아간다. 세계 경제가 위태롭기 때문이다. 정치가 경제를 발목 잡는 명분보다는 실리외교로 경제에 해가 되지 않게 꼼꼼하고 치밀하게 준비하라” “솔직히 중도 중립적으로 보자면 5년 동안 R&D 투자 많이 해줬는데 윤도 그렇게 하길 바란다. 괜히 전 정부 싫다고 업적 지우기 하지 말고 좋은 건 유지해서 경제와 기업들 살려야 한다”.
한편 윤석열정부의 첫 추가경정예산안이 이번 주 후반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전체 34조∼36조원 규모로, 소상공인·소기업 등에 대한 피해지원과 손실보상제 강화 및 취약계층에 대한 직접적인 현금성 지원 등으로 구성될 전망입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의 생활비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입니다.
이날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내놓은 윤석열 당선인의 5월 1주차(2~6일) 국정 수행 전망을 보면, 긍정적 전망 ‘51.4%’(매우 잘할 것 27.9, 대체로 잘할 것 23.5%) vs 부정적 전망 ‘44.6%’(대체로 잘 못 할 것 13.0, 매우 잘 못 할 것 31.5%)였습니다. ‘문을 열고 달리기 시작한’ 윤석열호의 임기가 끝나는 2027년 5월 9일 경제 성적표는 몇 점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