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아니라면… ‘여의도 저승사자’가 루나사태 수사?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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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아니라면… ‘여의도 저승사자’가 루나사태 수사?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5.24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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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폼랩스 직원 횡령혐의 수사 착수… 금융증권범죄합수단 ‘1호’ 될지 주목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CEO(사진)가 새로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사진=테라메인넷 론칭 유튜브 영상 갈무리
권도형 테라폼랩스 CEO(사진)가 새로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사진=테라메인넷 론칭 유튜브 영상 갈무리

“정부는 가상자산일지, 화폐로 할지 아니면 암호화폐로 할 것인지, 코인으로 할 것인지 개념도 안 정했다.”

제20대 대통령선거를 10개월도 남겨놓지 않은 지난해 5월 31일. 당시 야당인 국민의힘은 2030 세대 투자자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출범합니다. 문재인정부가 피해자 보호 대책도 없이 세금을 거두려 한다며 급하게 꾸린 ‘가상자산특별위원회’입니다. 그로부터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어제(23일), 여당이 된 국민의힘 가상자산특별위원회가 긴급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24일 국민의힘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루나사태’의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세미나가 전날 국회에서 열렸습니다. 루나사태란 애플 엔지니어 출신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와 신현성 티몬 창업자가 함께 개발한 가상화폐 ‘루나’와 테라 가치가 폭락하면서, 주요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잇따라 거래 중단 및 상장폐지 조치가 이뤄진 일련의 일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국민의힘 가상자산특위가 당 정책위원회와 함께 개최한 이번 세미나 주제는 <루나·테라 사태, 원인과 대책은>입니다. 이날 발제에 나선 전인태 가톨릭대학교 수학과 교수는 테라USD(UST)의 알고리즘에 대해 “하락장에서 발생하는 대량 매도와 ‘죽음의 나선(Death Spiral)’을 취약점으로 가지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이 같은 알고리즘 취약점으로) 신뢰가 무너지며 ‘코인런’(코인 대규모 인출사태)이 발생하고, UST의 달러 가치 연동이 깨지면서 루나 발행량 증가 및 가격 하락이 가속화됐다”라는 설명입니다. 또 ▲하락장 방어를 위해 많은 UST를 외부에 공급한 것 ▲대비 없이 유동성 풀을 바꾸는 작업을 진행한 것 ▲권도형 대표의 미성숙한 대응이 사태를 키웠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민의힘 가상자산특위(위원장 윤창현)가 루나사태의 원인과 대책에 대한 세미나를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렸다. /사진=윤창현의원 공식 SNS
국민의힘 가상자산특위(위원장 윤창현)가 루나사태의 원인과 대책에 대한 세미나를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렸다. /사진=윤창현의원 공식 SNS

역시 발제에 나선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루나·테라 사태로 관련 법을 이른 시간 내에 효율적인 구조로 입법하는 것이 핵심과제가 됐다”라고 진단했습니다. 따라서 “고객 조사 의무, 적합 및 적정성 원칙에 바탕을 둔 투자 권유 준칙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안했습니다.

이어 토론에 나선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도 “루나 사태를 계기로 가상자산 시장의 신뢰성이 무너졌으며 투자자 보호의 중요성이 더욱 대두됐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가상자산거래소에서 투명한 공시와 정보의 비대칭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투자자 보호 정책을 최일선에서 제일 먼저 실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 글로벌테크노경영전공 교수는 “우리나라 증권규제는 형사규제 우선이라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린다”라며 “사건은 오늘 발생해 시장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쳤는데 처벌은 2~3년 후에나 나오는 것이 한계”라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가상자산 범죄와 관련한 규제체제 정립을 논할 때 취해야 할 입장은 행정규제 중심이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같은 내용의 루나사태 세미나가 열린 날,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테라폼랩스 직원이 법인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포착해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청은 “루나사태와 별개”라고 밝혔지만, 전반적인 수사 태세에 들어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일각에선 최근 부활한 ‘여의도 저승사자’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의 1호 수사가 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누리꾼들은 루나사태 수사에 착수하더라도 제대로 이뤄질지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누리꾼들은 루나사태 수사에 착수하더라도 제대로 이뤄질지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루나사태 수사에 착수하더라도 제대로 이뤄질지 물음표를 던집니다. 아울러 상장폐지, 높은 수수료 등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한 불만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수사 능력은 되니? 검토만 수개월 하다가 그냥 끝날 듯” “경찰도 검찰도 약자 편은 없다. 이번 일만 봐도 가만히 있다가 검찰에서 움직이려 하니까, 자신들의 입지가 염려되어 움직이니. 약한 국민들은 누굴 믿고 살아가나” “코인판 개판 만든 도형아 어디 숨었니? 비코(비트코인) 파는 중이냐? 30k 또 깨진다. 개조심” “루나는 가치 문제가 아니라 사기 치고 먹튀한 게 문제지” “투자자도 책임이 있지만, 저런 거 만들고 돈 번 넘들도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거래소 검찰 조사 한번 해봐라. 기가 막힐 거다” “불량품 판 거래소 처벌과 손해배상이 선행돼야” “그러니까 가상화폐 거래소랍시고 천문학적인 자금들 거래 중개해준다면서 정작 니들은 수수료로 왜 현금 받냐? 코인으로 안 받어?” “상장폐지는 거래소 책임도 있음~~상장폐지 하면서도 수수료 처먹네” “경고 팝업창만 계속 띄운다고 사태가 해결되냐?” “거래소 그냥 세무조사 갈겨” “이런 거 보면, 코인 투자를 원천 봉쇄한 중국이 잘한 것 같기도 하고”.

당정은 24일 오후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대책 등을 논의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당정은 24일 오후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대책 등을 논의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한편 국민의힘은 오늘(24일) 오후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과 함께 당정 간담회를 엽니다. <디지털자산기본법>(가칭) 논의와 함께 투자자 보호 대책을 점검하는 자리입니다. 가상자산 시장 업계를 규율하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인데, 지방선거로 미뤄지고 있습니다. 금융위의 정부안도 아직 미완성 상태로 알려졌습니다.

“가상자산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데 재주는 개인이, 돈은 정부가 번다는 심보다”. 지난해 국민의힘 가상자산특위 출범식에서 김기현 당시 원내대표가 뱉어낸 말입니다. 이제 집권 여당이 된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가 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넋을 잃은 2030 세대에게 어떤 답안지를 내어놓을지 지켜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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