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의 금감원, “하나은행 펀드 80% 배상” 후폭풍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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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의 금감원, “하나은행 펀드 80% 배상” 후폭풍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6.1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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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분조위 배상 비율에 불만 쏟아져… 펀드판매 책임자 재조사도 촉구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13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사회단체와 전국사모펀드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계약취소(100%배상) 결정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금융정의연대 SNS
13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사회단체와 전국사모펀드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계약취소(100%배상) 결정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금융정의연대 SNS

“사기 상품임을 알았다면 절대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가 마땅하다.”

13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 서로를 너무나 잘 아는 이들이 또 모였습니다.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사회단체와 전국사모펀드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입니다. 이들이 들고나온 현수막에는 ‘이복현’이라는 빨간색의 새 금감원장 이름과 함께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계약취소(100%배상) 결정 촉구 기자회견’.

이날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대규모 환매 중단으로 논란을 빚은 하나은행의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에 대해 최대 80%를 배상하라고 권고했습니다. ‘배상권고’란 어떤 일에 관하여 상대방이 ‘배상’ 조치를 취할 것을 권유하는 일을 뜻하는 네 글자입니다. 다만, 금감원의 배상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항상 또 다른 갈등을 낳고 있습니다.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는 이름 그대로 ‘이탈리아 병원들이 지방 정부에 청구할 진료비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입니다. 2017년 말부터 2019년까지 하나은행에서 모두 1500억원 규모로 팔렸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이탈리아 지방 정부의 매출채권 회수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결국 환매 중단 사태로 이어졌습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13일 대규모 환매 중단으로 논란을 빚은 하나은행의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에 대해 최대 80%를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자료=금융감독원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13일 대규모 환매 중단으로 논란을 빚은 하나은행의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에 대해 최대 80%를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자료=금융감독원

분조위는 이날 토의에 올라온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관련 2건 모두 하나은행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습니다. ▲투자자 성향을 먼저 확인하지 않고 펀드 가입이 결정된 뒤 ‘공격 투자형’으로 사실과 다르게 작성했으며 ▲1등급 초고위험 상품을 팔면서도 내부통제 미비로 고액 및 다수의 피해자를 발생시킨 책임이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분조위는 먼저 공통 가중비율을 30%로 매기고 기타사항 10%를 추가해, 투자자 A씨에 대한 손해배상 비율을 최고 80%로 책정했습니다. 여기에는 판매사의 책임가중 사유와 투자자의 자기책임 사유를 감안하여 최종 배상비율을 산정했다는 분조위의 설명입니다. 다른 투자자 B씨에 대해서도 적합성원칙 및 설명의무 위반 등을 고려해 75%의 손배율을 결정했습니다.

이번 분조위 조정안 접수 후 20일 안에 당사자가 수락하는 경우 조정이 성립됩니다. 금감원은 나머지 조정대상에 대해서는 분조위 배상기준에 따라 자율조정 등의 방식으로 처리할 계획입니다. 하나은행도 이날 분조위 결정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신속히 손해배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7일 금감원에서 취임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7일 금감원에서 취임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손해배상 비율에 불만을 나타내며, 펀드 판매 책임자에 대한 재조사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설마했지만 금감원이 끝까지 하나은행 자회사 역할을 하시네요. 이런 결정 이전에 상품심의위원회, 하나은행 전 직원 신OO, 김OO 검찰조사가 우선 아닙니까? 금감원 그럼 한국투자증권증권 100% 배상에 대해서 이것도 불법인가?” “불완전판매 아닌데요. 처음부터 기획된 사기 펀드 판매입니다. 상품 만들고 퇴사해 도망 다니는 신OO 차장부터 잡아들이고 재조사해주십쇼”.

“미쳤군요. 펀드에 투자하겠다고 한 적도 없는 사람에게, 괜찮은 상품 있냐고 물은 적도 없는 사람에게 13개월 뒤에 5% 이자 쳐서 무조건 준다고 해놓고선. 금감원은 역시 대기업의 손을 들어주네요” “사기 판매에 판매취소가 아니라 80% 합의라니 누굴 위한 합의인가요”.

한편 이복현 금감원장은 취임 후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사회 일각에서 문제 제기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라면서 “시스템을 통해 다시 볼 여지가 있는지 점검해보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분조위 결정에 펀드 투자피해자들의 불만이 더욱 큰 이유입니다. 더군다나 그동안 금융회사들은 금감원 권고에 적극 따르지 않았습니다. 이제 갓 출범한 ‘이복현의 금감원’이 할 일은 정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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