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때 모두 물갈이’ 헌재의 노사 판결 2제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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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정부 때 모두 물갈이’ 헌재의 노사 판결 2제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5.3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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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운영 개입한 사용자 처벌, 단순파업 업무방해죄 처벌 모두 합헌 결정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9명의 판단에 따라 대통령을 파면하거나 수도 이전을 결정할 수 있다.”

이 아홉 명을 우리는 헌법재판관이라고 부릅니다. 이들은 대한민국 헌법 제111조에 규정된 헌법재판소(헌재) 소속입니다. 헌재는 법원의 제청에 의한 법률의 위헌 여부, 탄핵, 정당의 해산, 국가기관 상호 간이나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의 권한다툼,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 등을 맡습니다. 헌재소장은 국회 동의를 얻어 재판관 가운데서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헌법재판소(사진) 재판관은 9명 모두 윤 대통령 재임 기간 안에 물갈이된다. /사진=뉴스웰DB
헌법재판소(사진) 재판관은 9명 모두 윤 대통령 재임 기간 안에 물갈이된다. /사진=뉴스웰DB

헌재가 ‘노동조합의 조직·운영에 지배·개입한 사용자를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 하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합헌결정’이란 헌법의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내리는 판결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그 반대가 ‘위헌’이며, 위헌이지만 법 개정 때까지 미루는 ‘헌법불합치’, 부분적인 합·위헌인 ‘한정합헌’과 ‘한정위헌’이 있습니다.

31일 헌재에 따르면, 노조법(2020년 6월 개정 전) 81조 4호 등을 대상으로 한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의 합헌 결정이 전날 내려졌습니다. 이번 헌법소원의 청구인은 경상북도 경주시에 있는 자동차부품업체 발레오만도의 강기봉 대표입니다. 강 대표는 2010년 원래 있던 노조를 와해할 목적으로 노무법인과 짜고 직장폐쇄와 친기업 노조 설립 지원 등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강 대표는 노조법 위반으로 2019년 대법원에서 징역 8개월을 확정받은 뒤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헌재 심판 대상 조항은 앞서 언급한 노조법 81조 4호입니다. ‘사용자가 노조의 조직과 운영에 대한 지배나 개입을 하는 행위, 노조 전임자에 대해 급여를 지원하거나 노조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것으로, 위반하면 양벌규정(94조)에 따라 회사도 처벌됩니다.

헌재는 강 대표의 소원에 대해 “처벌조항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처벌함으로써 노동조합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바, 이러한 공익은 매우 중대하다”라며 “처벌조항으로 초래되는 사용자의 자유 제한은 합리적으로 제한된 범위 내의 기본권 제한에 그치고 있으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갖췄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노동조합의 조직·운영에 지배·개입한 사용자를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하는 노조법은 합헌이라는 결정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해 6월 현대자동차 노사의 임단협 협상 모습. /사진=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조직·운영에 지배·개입한 사용자를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하는 노조법은 합헌이라는 결정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해 6월 현대자동차 노사의 임단협 협상 모습. /사진=현대자동차

헌재는 이번 판결 나흘 전에도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지난 26일 비정규직 해고에 반발해 휴일 근무를 거부한 노동자들을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것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간부 A씨가 형법상 업무방해죄가 헌법에 어긋난다며 제기한 소원에서, 재판관들은 4(합헌)대 5(위헌) 의견으로 합헌을 결정했습니다.

위헌이라는 의견이 다수였지만 위헌 결정을 위한 정족수(6명)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A씨 등은 2010년 3월 비정규직 정리해고를 통보받고, 휴일 근무(특근)를 집단으로 거부하는 등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들은 항소심에서 위헌 제청을 신청했지만 기각됐고, 2012년 2월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이후 사건은 10년간 헌재에서 계류됐고, A씨 등은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습니다.

헌재는 이번 사건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를 들며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은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 전격적으로 이뤄져 사용자의 사업 운영에 심대한 혼란·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 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 위력에 해당해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단체행동권은 제한이 불가능한 절대적 기본권이 아니다”라며 “단체행동권은 집단적 실력행사로서 위력의 요소를 가지고 있으므로, 단체행동권 행사라는 이유로 무조건 형사책임이나 민사책임이 면제된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헌법재판소는 비정규직 해고에 반발해 휴일 근무를 거부한 노동자들을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것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사진=이미지투데이
헌법재판소는 비정규직 해고에 반발해 휴일 근무를 거부한 노동자들을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것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사진=이미지투데이

한편 한동훈 법무부 장관 직속의 인사검증기구, ‘인사정보관리단’ 출범을 앞두고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일개 부처인 법무부가 다른 부처 장·차관뿐 아니라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까지 검증하게 되면,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윤석열정부 집권 기간에만 김명수 대법원장 등 대법관 14명 가운데 13명의 임기가 끝납니다.

특히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9명 모두 윤 대통령 재임 기간 안에 물갈이됩니다. 이들 사법 기관의 최고 법관이 바뀔 때마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후보들을 검증하게 되는 것입니다. 인사정보관리단은 이르면 다음 달 7일쯤 출범합니다. ‘삼권분립’을 다시 한번 곱씹어볼 때입니다. 헌법재판소법 제4조입니다.

“재판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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