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왕’ 이사장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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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 ‘왕’ 이사장의 실체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2.02.0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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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청첩장 전달하고 임산부에게 야근과 음주 강요
이사장 딸은 휴가 다녀온 직원 협박하고 승진에도 관여
새마을금고 지역 이사장들의 갑질이 도를 넘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픽사베이
새마을금고 지역 이사장들의 갑질이 도를 넘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픽사베이

임산부에 음주를 강요하거나 부정채용 비리가 만연하는 등 새마을금고의 직장 내 괴롭힘과 각종 비리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이사장 딸이 마치 왕비처럼 군림한다는 제보도 나왔다.

7일 직장갑질119에 제보된 새마을금고 갑질 사례에 따르면 새마을금고 지점의 이사장이 왕처럼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는 내용이 수두룩하다. 문제는 새마을금고처럼 소규모 지점들은 업무공간이 협소하고 이사장의 권력이 막강해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더라도 신고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지역의 새마을금고 한 직원은 “부장이 어깨를 만지거나 볼을 건드리고, 불필요한 악수를 하고, 귓속말을 하면서 몸을 붙이는 등 수치스러운 언행을 하루에도 몇 번씩 계속했다”라고 폭로했다. 또 “(거부 의사를 표하자 이사장이) 실수를 이유로 많은 고객과 직원들 앞에서 소리를 지르고 욕을 했다”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직원은 “임산부에게 야근과 음주를 강요하고, 직원들에게 이삿짐을 나르게 하고, 이사장 자녀 결혼식 청첩장을 고객들에게 전달하게 한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직원은 “CCTV로 직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많은 손님이 금고에 있는데도 직원에게 쌍욕을 한 적도 많다”라고 말했다.

일부 이사장은 과거 자신의 친인척을 부정 채용했다는 제보도 나왔다. 한 직원은 “계약직 채용공고를 냈는데 일정 기간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돼 많은 사람이 지원했다. 그런데 채용된 사람은 이사장 자녀와 손자였다”라며 “내정자가 있는지 모르고 지원한 취업준비생들이 큰 피해를 받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사장의 딸에 대한 도 넘은 갑질도 폭로됐다. 또 다른 직원은 “이사장의 딸이 마치 왕비나 되는 양 유세를 떨고, 갑질을 일삼고 있다”라며 “규정에 정해진 휴가 일수 안에 애경사 휴가를 다녀오자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하며 금고 수익이 나지 않았다는 명분으로 특정인을 승진에서 제외시켰다”라고 제보했다.

직장갑질119는 “새마을금고 지점은 직원 수가 10∼20명 정도 소규모이고 이사장은 권력이 막강해 왕처럼 군림하고 있다”라며 “이사장의 권력을 견제할 노조에 가입한 인원은 2%밖에 되지 않고, 중앙회는 이사장 편이라 신고를 해도 바뀌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또 “새마을금고 내 갑질은 중앙회가 가장 큰 문제”라며 “신고해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기 때문에 새마을금고 직원들은 중앙회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대구의 한 새마을금고 여직원이 이사장의 성희롱과 괴롭힘 관련 내용을 새마을금고중앙회에 신고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제보 내용에는 “너는 옆 라인이 예쁘다” “여직원들은 치마를 입어야 이쁘게 보인다” “여자는 가슴이 커야 한다”라는 투의 성희롱을 일삼았다. 또 야근을 해도 시간외근무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연차휴가도 사용할 수 없었다.

중앙회는 언론을 통해 해당 내용이 공개된 뒤에야 움직이기 시작했고, 중앙회는 지난달 19일 이사회를 열어 해당 이사장에 대한 해임을 의결했다.

이진아 직장갑질119 공인노무사는 “새마을금고 같은 소규모 지점은 이사장의 권력이 강해서 직장내 괴롭힘이나 성희롱이 발생해도 신고에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라며 “중앙회에서 선제적인 점검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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