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 부른 기업은 ‘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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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선택 부른 기업은 ‘KT’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1.09.23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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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팀장이 온갖 욕설과 무시성 발언… 출근이 지옥”
KT “객관적인 조사 위해 고용노동청에 조사 의뢰했다”
KT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에 극단적 선택을 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사진=KT 광화문 사옥
KT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에 극단적 선택을 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사진=KT 광화문 사옥

추석 연휴를 앞두고 ‘부친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청와대 청원글이 누리꾼들의 주목을 받은 가운데 고인이 다니던 직장은 KT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큰딸 결혼식 2주 뒤 자살을 선택한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저는 대한민국에서 30여년을 넘게 몸담아온 3대 통신사 중 하나인 *사 직장 내에서 괴롭힘과 압박을 견디지 못해 15일 새벽에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한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저희 아버지는 2020년 말경 *사 ***지사로 발령을 받고 **에서 근무를 하고 계셨다”라면서 “그런데 지난 15일 새벽에 한 모텔에서 번개탄을 피워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밝혔다.

청원인은 “큰딸 시집 보낸지 2주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셨다는게 정말 의문이었다”면서 “유서에 따르면 올해 6월께 나이 어린 팀장이 새로 부임했는데 아버지에게 인격 모독성 발언을 하고 아주 오래전 일을 들춰내 직원들에게 뒷담화를 해 주변 직원들까지 아버지를 냉대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유서에는 “회사에 젊은 팀장이 한 명 왔는데 나를 너무 못살게군다” “출근하는 게 너무 지옥같다” “나를 너무 못살게군다. 나이도 어린데 너무 화가난다” “일하는 부분에 있어서 나에게 너무 많은 험담을 한다” “직장동료들 사이에서 나에 대한 이상한 소문을 이야기해 소위 이야기하는 왕따 분위기를 만든다” “나보다 젊은 팀장이 온갖 욕설과 무시성 발언을 하여 자존심이 너무 상하고 괴롭다” 등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청원인은 17일 발인 예정이었지만 사실관계가 밝혀질 때까지 발인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한편 청원글에 나오는 *사 ***지사로 표기됐던 회사명은 KT 동부산지사로 밝혀졌다.

KT새노조는 22일 성명서를 통해 “최근 KT 동부산지사에 근무하던 직원이 직장내 괴롭힘으로 지난 15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내용의 강력한 사회적 문제제기가 있었고, 그 내용이 새노조에도 접수됐다”고 밝혔다.

노조는 “고인은 팀장과 동료들에게 지속적인 인격모독과 따돌림에 시달렸다고 한다”면서 “고인 사망 후에도 팀장과 지사장은 어떠한 사과도 없이 잘못을 부인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유족의 증언 내용을 보면 고인이 전형적인 KT식 직장내 괴롭힘을 당했음을 알 수 있다”면서 “팀장이 직원에게 폭원 등 인격모독을 일삼고 다른 직원들을 부추겨 따돌리고 업무에서 배제하는 사례들이 KT에 많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제는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되고 KT 내부에도 관련 절차가 마련됐지만 실제로는 아무리 피해자가 괴롭힘을 호소해도 KT는 형식적인 조사를 하고 문제 없음으로 끝내버리기 쉬운 구조에 있다”고 설명했다.

또 “더구나 고인이 근무하던 부서가 추석 직전 졸속 합의돼 논란이 된 구조조정 대상 부서로 알려져 있다”며 “자신이 구조조정 대상이라는 사실 또한 고인에게 커다란 충격이었으리라는 게 KT 내부의 여론”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회사의 잘못이 밝혀질 경우 유족에게 책임감 있게 사과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현재 이 사건은 노동청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T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한 객관적인 조사를 위해 고용노동청에 조사를 의뢰했다”며 “조사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엄중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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