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 vs 내부’ 역대 기업은행장 성적표 따져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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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 vs 내부’ 역대 기업은행장 성적표 따져보니…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1.0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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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관료’-‘내부→내부’ 교체 시 실적 양호… ‘관료→내부’ 성적 곤두박질
3연속 내부 출신 행장, ‘수익 급등세’… 26대 행장 관료 출신에 우려 목소리
사진=IBK기업은행 광고
사진=IBK기업은행 광고

윤종원 신임 IBK기업은행장을 두고 ‘낙하산 논란’이 일면서 그에 대한 경영능력 또한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낙하산은 경영능력과는 무관하게 정권의 입맛에 맞는 관료 출신을 내려 보내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데요.

윤종원 신임 행장은 청와대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 출신으로, 기획재정부와 IMF, OECD 등을 두루 거친 경제전문가로 평가 받습니다. 하지만 금융권 경력이 없는 전통적인 관료라는 지적을 받고 있죠.

그렇다면 과연 역대 기업은행장의 관료 출신과 내부 승진자의 경영 능력에 관심이 쏠리는데요.

그래서 본지는 최근 몇 년간 관료 출신자와 내부 승진자의 경영능력을 살펴봤습니다.

당시 경기 상황이나 사회적 상황 등을 무시한 채 단순 실적만을 분석한 결과 관료→관료, 내부→내부로 이어질 때는 실적이 양호했으나, 관료→내부로 바뀔 때는 좋지 않은 실적을 낸 것으로 나왔네요.

하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그리고 주요 수익원 등을 종합해 본 결과 내부 출신 때 성과가 좋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최근 10년 전 마지막 관료 출신인 22대 윤용로 전 행장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윤 행장은 기획재정부 전신인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출신으로, 고 노무현 대통령 마지막 임기 해인 2010년 12월 임명됐습니다.

윤용로 행장은 취임 첫해인 2008년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29.7%, 34.3% 감소한 실적을 거둡니다. 하지만 주요 수익원인 이자손익과 수수료손익은 각각 8조3691억원, 5344억원으로, 전년대비 21%, 12.4% 증가했습니다. 외형은 좋지 않았지만 내실을 챙긴 셈으로, 첫해 실적 치고는 괜찮은 성과입니다.

임기 3년 동안 실적은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영업이익은 1조6514억원을 기록해 임기 첫해인 2008년 대비 51.1% 늘었고, 당기순이익도 1조2901억원으로 68.2%나 급증했습니다.

이자손익과 수수료손익도 각각 2.4%, 15.8% 증가했습니다.

직전 강권석 행장 3년차 마지막 해와 실적을 비교하면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이자손익, 수수료손익 모두 각각 6.2%, 10.5%, 24.4%, 30.2% 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관료출신에서 관료출신으로 이어질 때는 실적이 양호한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다음 행장은 내부 출신인 조준희 행장으로 바뀌는데 실적이 곤두박질치는 모습을 띱니다.

조준희 행장 첫해인 2011년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11.6% 늘어난 1조4401억원을 올립니다. 하지만 수익원인 순이자손익과 순수수료수익은 4조6900억원, 4569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45.3%, 56.2% 급감합니다.

조준희 행장 시절 3년 동안도 그다지 좋지 못한 실적을 보입니다. 당기순이익은 -40.7%로 급감하고, 순이자손익과 순수수료손익도 각각 9%, 21.6% 줄어듭니다.

결과적으로 관료 출신 행장에서 내부 출신 행장으로 바뀔 시 실적이 좋지 않은 결과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 내부 출신인 23대 조준희 행장에서 같은 내부 출신인 24대 권선주 행장으로 이어지면서 실적이 좋아지는 결과를 보입니다.

권 행장 첫해 총영업이익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각각 전년대비 4.75%, 21.5%, 20.8%로 좋아집니다. 순이자손익도 6% 증가합니다. 하지만 순수수료손익은 3.5% 감소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첫해 치고는 양호한 실적인 셈이죠.

권 행장 3년 동안 실적도 좋습니다. 총영업이익,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순이자손익, 순수수료손익 모두 각각 6.5%, 10.4%, 12.8%, 8.3%, 8.6% 증가하는 성과를 거둡니다.

다음 2016년 12월 임명된 25대 김도진 행장도 내부 출신인데, 역시 내부 출신으로 이어지면 좋아지는 실적 개선 바통을 이어받습니다.

임기 첫해인 2017년 실적을 보면 총영업이익 6조1333억원, 영업이익 2조3964억원, 당기순이익 1조7643억원, 순이자손익 5조2600억원, 순수수료손익 4072억원을 기록했는데요. 전년대비로는 각각 11.8%, 56.4%, 51.5%, 7.7%, 8.5%로 실적이 크게 개선됩니다. 3연속 내부 출신 인사 행장의 값어치(?)를 톡톡히 해낸 것이죠.

지난해 12월 27일 임기가 만료돼 퇴임한 김도진 행장의 2019년도 실적은 아직 나오지 않아 2019년도 3분기 실적과 취임 전인 2016년 3분기 실적 등 최근 3년간 실적을 비교해도 엄청난 성과를 냈네요.

영업이익은 2019년도 3분기 1조8309억원으로 3년 전(1조2537억원) 대비 46% 급증했습니다. 당기순이익도 9494억원에서 1조3578억원으로 44.1%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순이자손익은 4조3238억원으로 19%, 순수수료손익 역시 3515억원으로 3년 새 24.7% 증가했네요.

단순 수치만으로 본 행장들의 실적은 결과적으로 내부 출신 행장일 때 그리고 내부 출신이 연이어 행장일 때 실적이 양호한 것을 보였습니다.

최근 임명된 윤종원 신임 행장을 두고 말이 많은 이유는 여럿 있겠으나 지금까지 행장들의 실적 수치만을 놓고 보면 노조에서 우려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겠네요. 하지만 최근 10년과 2020년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는 것은 염두에 둘 필요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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