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성자’만 공매도 쳤는데… 초유의 사이드카 왜?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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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성자’만 공매도 쳤는데… 초유의 사이드카 왜?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3.11.0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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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연속 발동에 개인투자자들 “공매도 모두 금지” 촛불집회… ‘상환기간’ 등 제도개선 촉각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공매도 전면금지 첫날과 다음 날, 매수·매도 사이드카가 잇따라 발동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공매도 전면금지 첫날과 다음 날, 매수·매도 사이드카가 잇따라 발동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지금 이 변동성을 조작하는 게 시장조성자 OOOO와 △△다. 지금 매수·매도 상위 두 곳이 공매(도) 치고 상환하고 미X 짓거리를 반복하면(서) 금융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 이런 X것들을 보고만 있는데 무슨 선진국지수 편입 얘길 하고 그러냐. 시장조성자 공매도 당장 금지해라.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무슨 전면 금지야. 공매도 금지 당일에 공매도 더 늘어난 게 정상이냐.”

그제(7일) 오전 11시 48분 53초, 한국거래소가 코스닥시장에 5분 동안 ‘사이드카’(프로그램매매 호가 효력 정지)를 발동하자 누리꾼들이 또 폭발했습니다. 공매도 ‘한시적’ 전면 금지 첫날인 전날, 코스피지수가 134.03포인트(5.66%), 코스닥이 57.40포인트(7.34%) 급등한 뒤라 개인투자자들의 분노는 더욱 컸습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일 코스닥시장에 발동한 ‘매도 사이드카’는 2020년 3월 23일 이후 처음입니다. 다만, 공매도 전면 금지 첫날(6일) 발동한 ‘매수’ 사이드카를 포함하면 올해 들어 두 번째 사이드카입니다. 공매도 금지로 대거 ‘숏커버링’(빌려서 팔았던 주식을 되사는 환매수)에 나섰던 외국인과 기관이 다시 ‘팔자’로 돌아섰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지난 2년 간 한 번도 없었던 사이드카가 올해만 두 번, 그것도 이틀 새 발동됐다. /자료=한국거래소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지난 2년 간 한 번도 없었던 사이드카가 올해만 두 번, 그것도 이틀 새 발동됐다. /자료=한국거래소

지난 7일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015억, 393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습니다. 이들이 숏커버링에 나섰던 전날 각각 7106억, 1932억원 순매수했던 것과 180도 달라진 행보입니다. 이에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공매도 금지 효과가 단발성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봅니다. 유동성이 풍부했던 코로나19 시기와 달리 고금리 상황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일부 증권사로 구성된 시장조성자(MM)와 유동성공급자(LP) 등의 차입 공매도 허용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공매도 전면 금지 시행 첫날 코스닥시장의 공매도 거래량이 되레 늘었기 때문입니다. 기관투자가만 공매도가 허용된 지난 6일, 공매도 잔고(잔액)는 전 거래일보다 1조4000억원 넘게 급증했습니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 공매도 잔액은 모두 19조2133억원입니다. 코스피시장에서 12조4884억, 코스닥에서 6조7249억원입니다. 공매도 금지 직전 거래일인 지난 3일과 견줘 보면 1조4010억원 불어난 것입니다. 당시 코스피시장의 공매도 잔액은 11조7871억, 코스닥은 6조252억원으로 모두 17조8123억원이었습니다.

이처럼 공매도 금지 기간에도 공매도가 가능한 시장조성자는 코스피시장에서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메리츠증권 ▲하이투자증권 ▲교보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신영증권 ▲한국IMC증권 등 8곳입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이들 가운데 하이투자증권만 빼고 DB금융투자를 포함, 역시 8곳이 시장조성자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유가증권시장 날짜별 공매도 잔액 수량 및 금액. 기관투자가만 공매도가 허용된 지난 6일, 공매도 잔액이 전 거래일보다 1조4000억원 넘게 급증했다. /자료=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날짜별 공매도 잔액 수량 및 금액. 기관투자가만 공매도가 허용된 지난 6일, 공매도 잔액이 전 거래일보다 1조4000억원 넘게 급증했다. /자료=한국거래소

여기에 유동성공급자도 주식 저유동성 종목과 상장지수펀드(ETF), 주식선물·옵션, 주식워런트증권(ELW) 등에서 공매도를 할 수 있습니다. ETF의 경우 발행 자산운용사와 계약을 맺은 별도 증권사가, 상장지수증권(ETN)의 경우는 발행 증권사가 담당합니다. 이에 금융위원회와 거래소는 거래 부진 종목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예외 적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불법 거래의 통로가 존재한다며 모든 주체의 공매도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앞서 금융위는 공매도 금지 기간인 2020년 3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외국계 증권사 네 곳의 불법 공매도를 적발했습니다. 이 기간 공매도 주문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시장조성자와 유동성 공급자뿐입니다. 개인투자자들이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이유입니다.

코스닥시장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한 7일,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와 개인투자자들은 이날 오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모든 공매도 금지 촉구 촛불집회’를 가졌습니다. 이들은 “시장조성자제도 공매도를 허용하는 공매도 한시적 금지는 ‘학교 폭력 전면 금지라고 해놓고 단, 일진은 제외’라고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한투연과 개인투자자들은 이날 ▲시장조성자 공매도 금지와 함께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 즉각 구축 ▲상환기간 90일 통일 및 상환 후 1개월간 재공매도 금지 ▲담보비율 130% 통일 ▲공매도 총량제 실시(시총 3~5% 범위 이내) ▲대차 대주시장 통합 ▲개인투자자 보호 TF팀 운영 ▲금융문맹국 금융교육 강화 ▲전 증권사 불법 공매도 조사 등을 요구했습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와 개인투자자들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모든 공매도 금지 촉구 촛불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와 개인투자자들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모든 공매도 금지 촉구 촛불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과거 사례까지 들며 시장조성자에 대한 공매도도 금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2021년 9월 금융감독원은 시장조성자가 호가를 반복적으로 정정·취소하면서 시세조종을 했다는 이유로 9개 증권사에 대해 총 48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시장조성자를 믿으라고? 시장조성자까지 금지 안 하면 OO 지지 안 한다”(jung****) “거래량이 수만주를 넘는데 시장조성자나 유동성 공급자가 공매도를 치면 공매도 금지는 국민을 속이는 눈속임에 불과한 사기가 아닐까?”(kiun****) “그럼 기관들은 공매도 허용해주고 외국인만 금지된 거야 뭐야. 금지한 의미가 없잖아. 이러면 외국인 투자만 빠져나가지 않을까”(haya****).

한편 정부와 여당은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공매도 상환기간을 개인과 같이 90일로 통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국회에도 차입 공매도 상환기간 90일 이내, 담보 비율 140% 이내에서 개인과 기관·외국인을 통일시키는 법안이 올라와 있습니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더 개선할 여지가 있는지 논의해 보겠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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