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노릇 시키는’ 은행 vs ‘신용평점 깎는’ 신용평가사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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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노릇 시키는’ 은행 vs ‘신용평점 깎는’ 신용평가사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3.11.03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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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에 유리한 신용평점 주는 CB” 소비자 불만 쏟아져… 이복현 “수신 경쟁 모니터링”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연체 없이 꾸준히 원리금을 갚았더라도 고금리 대출 이력이 있다면 신용평점이 깎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연체 없이 꾸준히 원리금을 갚았더라도 고금리 대출 이력이 있다면 신용평점이 깎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돈 쓰라고 하면서 현금서비스 받으라고 하면서, 쓰면 점수 떨어지고 갚으면 점수 잘 안 올리고. 국X의원들은 이런 거 (바로 잡을) 일이나 해라. 이런 거X 같은 논리가 어딨냐. 갚으면 원상 복귀해야지.”(drum****)

어제(2일) 금융감독 당국이 올해 상반기에 접수된 민원 사례를 통해 소비자 유의사항을 내놓자, 그동안 은행에 쌓였던 누리꾼들의 불만들이 다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금융감독 당국 수장은 금융회사들의 ‘수신 경쟁’을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앞서 대통령의 ‘은행 종노릇’ 발언에 이은 후속탄입니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 대출을 짧은 기간 동안 거듭 받으면 두 번째부터는 깎인 신용점수가 적용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에서 고금리 대출을 이용했다면 신용평점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연체 없이 꾸준히 원리금을 갚아도 마찬가지인데, 이러한 행태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습니다.

금융감독 당국 올해 상반기에 접수된 민원 사례를 통해 소비자 유의사항을 내놓았다. /자료=금융감독원
금융감독 당국 올해 상반기에 접수된 민원 사례를 통해 소비자 유의사항을 내놓았다. /자료=금융감독원

지난 2월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A씨의 경우, 신용평가회사(CB)에서 산정한 신용평점이 835점에서 808점으로 떨어졌습니다. 주택을 담보로 맡겼고, 대출 원리금과 카드값 연체가 없음에도 신용평점이 하락한 것입니다. 이에 CB는 최근에 대출이 많을수록 신용평점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평가하고 있어 담보대출을 받아도 신용평점이 하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소비자 B씨는 지난 2월 C 은행의 신용대출을 갚고, D 은행에서 부동산담보대출을 받았습니다. 신용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출로 갈아탔음에도 신용평점이 조금만 오르자, B씨는 신용평점 재평가를 요구했습니다. 이에 CB는 3년 내 상환된 3건(저축은행에서 받은 금리 18.5% 대출 건)의 고금리 대출 이력으로 즉각적인 신용평점 인상은 어렵다고 알렸습니다.

금감원은 “연체가 없지만, 신용카드나 대출 등의 거래 내역이 없는 경우에도 신용평점이 하락할 수 있다”라며 “국민연금·건강보험·통신요금·아파트관리비 납부내역 등을 CB에 제출해야 가점받을 수 있다”라고 안내했습니다. 그러면서 신용평점 산정방식이 CB마다 다르고, 5영업일·10만원이상 연체정보는 공유되는 점도 유의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은행 연체가 없어도 신용카드나 대출 등의 거래 내역이 없다면 신용평점이 하락할 수 있다(오른쪽). /자료=금융감독원 SNS
은행 연체가 없어도 신용카드나 대출 등의 거래 내역이 없다면 신용평점이 하락할 수 있다(오른쪽). /자료=금융감독원 SNS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횡령이 비일비재한 은행들의 ‘내로남불’ 행태를 꾸짖고 있습니다. 아울러 은행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는 신용평가사들로 화살을 돌리고 있습니다.

“상환했으면 된 거지 무슨 회복되는데 3년(3년 내 고금리 대출 이력 평가)이나”(8879****) “은행권이나 정유업계나 공통점, 오를 땐 잽싸게 내릴 땐 눈치나 슬슬 본다”(hitt****) “돈 갚아도 신용회복 안 되면 돈 필요할 때 은행권 대출 어려워서 또 대부업체 이용하게 되고, 또 신용 안 좋아지고. 이게 뭔 X 같은 사이클인지. 이러니 없는 사람은 맨날 더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임”(zzan****) “자기들 횡령은 관대하고 열심히 빚 갚는 사람들에겐 깨알 같은 글씨로 속여 먹고. 도대체 인증이며 싸인 어플 다운 등등 깨알 같은 글씨로 언제까지 속여 먹을지”(chae****) “진짜 손봐야 할 게 신용평가사들! 은행 이익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X들이라고 밖에”(gree****).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일 은행 등 금융사의 수신경쟁 심화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대출 이자 부담이 증가되지 않도록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자료사진=금융감독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일 은행 등 금융사의 수신경쟁 심화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대출 이자 부담이 증가되지 않도록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자료사진=금융감독원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금융권의 수신 경쟁 심화가 대출금리 추가 상승으로 이어져 소상공인·자영업자 이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원장은 이어 “금융권 전반의 과당경쟁 관련 지표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필요 시 경영진 면담 등을 통해 건전한 경영을 유도하라”라고 지시했습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라는 소상공인들의 고금리 부담에 대한 호소를 지적한 데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0일 “소상공인들이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이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한숨 쉬었다”라고 은행권을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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