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10조 돌파’ 2020년 신풍제약에 무슨 일이? [오인경의 그·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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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10조 돌파’ 2020년 신풍제약에 무슨 일이? [오인경의 그·말·이]
  • 오인경 후마니타스 이코노미스트
  • 승인 2023.09.2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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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주식시장을 뜨겁게 뒤흔들었던 역사적 패닉 –제약·바이오 업종의 역대급 버블
/그래픽=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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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버블을 기록했던 섹터는 단연 제약·바이오 업종이다. 어떤 제약회사가 놀라운 신약을 개발한다는 풍문이 돌기 시작하면 주가는 빠르게 반응한다. 그러나 한국 증시에 상장된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신약 개발 프로젝트는 결과적으로 대부분 실패했다. 심지어 글로벌 초대형 제약회사에 거액을 받고 라이선스를 넘긴 ‘신약 개발 프로젝트’마저도 중도에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그토록 오랜 업력과 우수한 연구진을 갖춘 제약회사들도 여태껏 뚜렷이 내세울 만한 신약 개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하물며 업력이 짧고 연구 인력이 소수인 중소 제약회사가 글로벌 제약시장에 내놓을 탁월한 신약을 개발할 가능성은 더더욱 낮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은 늘 신약 개발 뉴스에 너무나 쉽게 현혹된다. 버블이 터지기 전까지는 드라마틱한 주가 상승세가 한동안 지속되기 때문이고, 폭발적인 상승세를 실컷 즐기다가 언제든지 남들보다 먼저 빠져나올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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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에 상장된 제약·바이오 업종의 종목들을 하나씩 살펴보면 그들 가운데 신약 개발 테마에 한두 번쯤 휩쓸리지 않은 종목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그만큼 신약 개발 테마는 한국 증시에서 오래도록 뜨거운 인기를 누려왔다. 그 결과, 제약·바이오 업종에서 버블이 최고조에 달했을 당시에 기록했던 시가총액 규모만 보더라도 입이 벌어질 정도이다. 버블이 발생하기 전만 하더라도 시가총액이 고작 46억원에 불과했던 신풍제약이 한때나마 시총 10조원을 넘어섰다는 사실을 ‘투기적인 대중의 광기’ 말고는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

제약·바이오 업종의 역대급 버블 주식들은 한꺼번에 대거 등장하는 게 아니라는 특징이 있다. 종목마다 신약 개발을 둘러싼 스토리가 제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2015년에는 코오롱생명과학과 코미팜에서 강력한 투기 열풍이 발생하더니 2017년이 되자 느닷없이 등장한 신라젠이 신약 개발의 황제주로 나서서 투기적인 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019년에는 직원 수가 불과 수십 명에 불과한 신생 벤처기업인 헬릭스미스(옛 바이로메드)가 획기적인 유전자 치료제 개발 이슈로 시가총액이 5조원에 육박하는 기염을 토했다. 2020년에 코로나가 창궐하자 온갖 제약 업체들이 너도나도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한다면서 주가 띄우기 작전에 뛰어들었다. 2023년에 수많은 상장회사가 자신들의 사업 목적에 ‘2차 전지 관련 사업’을 추가하면서 주가 띄우기에 대거 나선 모습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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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시가총액이 최대치로 불어났을 때의 규모 순으로 버블 종목들의 주가 움직임을 살펴볼 차례다. 신풍제약은 3년 전 이맘때쯤 시가총액이 무려 10조원을 넘어섰다. 제약·바이오 업종 주식 가운데 이만큼 시가총액이 무섭게 불어난 사례는 여태껏 없었다. 이 회사가 개발 중인 신약이 ‘획기적인 코로나 치료제’라는 사실 말고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내용도 별로 없었다. 코로나 팬데믹 사태가 역대 최고의 신약 개발 버블 종목을 탄생시킨 셈이다. 신풍제약이 말 그대로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꼴이라고나 할까.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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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젠은 업력이 극히 짧은 코스닥 새내기 주식에 불과했지만, 증시에 데뷔한 이래 줄곧 강세를 보인 끝에 상장 후 1년도 지나지 않아 시가총액이 무려 8조원대까지 불어나는 놀라운 주가 상승세를 보였다. 이 종목의 주가가 폭등했다가 폭락하는 과정을 보노라면 마치 ‘신약 개발 대장주’로 등극하기를 미리부터 작정한 듯한 모습에 가까웠다. 훗날 경영진의 횡령 사고까지 겹치는 바람에 상장폐지 직전까지 내몰렸다가 장기간 거래정지 조치를 당했고, 간신히 상장폐지를 모면한 끝에 거래가 재개됐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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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젠은 코로나 덕분에 엄청난 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코로나 최대 수혜주’ 가운데 한 종목이었다. 진단키트 분야에서 오랫동안 기술력을 축적해 오다가 코로나가 창궐하자 그야말로 대박이 터졌기 때문이다. 코로나 초기 대부분 종목이 폭락하는 가운데 기세등등하게 주가가 치솟은 몇 안 되는 종목 가운데 하나였다. 코로나가 차츰 엔데믹으로 전환되기 시작하자 주가도 놀라운 상승세 대부분을 반납하고 말았다. 펀더멘털이 충분히 뒷받침된 바탕 위에 주가가 급등했음에도 주가 상승 요인이 약화하자 속절없이 무너져내리고 만 셈이다. 시장의 인기와 대중의 변덕은 늘 일시적이며 급격히 불어난 시가총액이 유지되기는 늘 어려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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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릭스미스는 기술 특례 상장기업의 원조격 회사다. 서울대 캠퍼스에 자리 잡은 교내 벤처기업이기도 하다. 유전공학 분야의 저명한 교수가 창업한 기업으로도 주목받았다. FDA의 임상실험까지 진행한 당뇨병 치료제의 효과성을 입증하는 데 실패하면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창업자와 일반 주주들 사이에 끝없는 갈등이 이어지면서 창업자가 지분을 매각하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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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리버리 또한 코로나 치료제 개발 이슈로 주가가 폭등한 대표적인 종목이다. 약리 물질 생체 내 전송기술과 이를 적용한 단백질 소재 바이오 신약후보물질의 개발 및 기술이전을 재료로 주가가 폭등했으나, 신약 개발에 대한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주가는 빠르게 추락했고, 지금까지도 거래정지 상태로 묶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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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용 백신 등 동물의약품을 생산 판매하는 코미팜은 말기 암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획기적인 함암제 및 암성통증 치료제를 개발 중이라는 이슈로 주가가 무섭게 치솟아 올랐다. 시가총액이 100억원대에 불과하던 무명 업체가 한때 시가총액 3조원대에 육박했을 정도로 투자자들의 인기를 끌었다. 기업 실적은 보잘것없지만, 코스닥 시총은 여전히 4000억원에 가깝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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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원생명과학도 코로나 치료제 개발 이슈로 시가총액이 2조원대까지 치솟은 폭등주 대열에 합류했다. 최근 여러 해 동안 영업이익이 적자를 거듭하는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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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생명과학은 재생되지 않는 무릎 연골을 재생시키는 획기적인 관절염 치료제를 개발했다는 소식으로 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코오롱그룹 이웅렬 회장이 신약 개발에 대해 전폭적인 신뢰를 보여준 일화로도 유명하다. 골관절염 세포 유전자치료제(주사제) ‘인보사케이주’는 식약처의 시판 허가까지 받았으나, 아직도 신약 치료제로서 효능을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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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켐생명과학에서 개발한 신약 물질인 EC-18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한때 100억원대에 불과했던 시가총액이 1조원 이상으로 급팽창했다가 이내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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