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 주가 14만원 만든 ‘담수화’ 지금은? [오인경의 그·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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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에너빌리티 주가 14만원 만든 ‘담수화’ 지금은? [오인경의 그·말·이]
  • 오인경 후마니타스 이코노미스트
  • 승인 2023.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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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주식시장을 뜨겁게 뒤흔들었던 역사적 패닉 –2007년 ‘제2차 버블’의 교훈

한국 증시에서 ‘제2차 버블’이 화려하게 꽃을 피운 시기는 중국 경제가 역사상 최고의 고성장을 구가하던 시기와 겹쳐 나타났다. 14억명이 넘는 인구가 살고 있는 거대한 대륙이 꿈틀대자 전 세계 경제가 들썩였다. 철강과 석유화학 제품을 비롯한 주요 원자재 가격들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기 시작하더니 거의 모든 상품 가격들이 연쇄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경기 관련 지표 가운데 변동성이 높기로 소문난 BDI(발틱 건화물 지수)가 바닥권일 때 861P(2001년 10월 1일)에서 최고 1만1440P까지 솟아올랐다. 폭증하는 해상운송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자 뱃삯이 그토록 무섭게 치솟았던 셈이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떠맡기 시작하자 모든 자원이 심각한 공급 부족에 빠졌다. 물건을 실어 나를 배가 부족해지자 수리 조선소에서는 낡은 중고선을 고치기 바빴고, 그걸로는 폭증하는 해상운송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이내 새로운 배를 건조해달라는 주문이 쇄도했다. 조선소마다 수년 치 일감이 쌓이기 시작하자 수십 년간 폐쇄되었던 도크가 새롭게 문을 열었고, 전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도크 건설 프로젝트가 잇따라 발표됐다. 이른바 중후장대 산업에서 역사상 유례가 드문 대호황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일러스트=이미지투데이
/일러스트=이미지투데이

​거대한 밀물처럼 밀려드는 새로운 시대 조류에 일찌감치 뛰어든 기업들은 예전에는 상상도 하기 어려웠던 엄청난 호황을 구가했다. <베니스의 상인>을 쓴 천재 시인 셰익스피어는 주식 투자 격언으로 삼아도 좋을 만큼 멋진 문장들을 여러 작품 속에 남겨 놓았는데, 줄리어스 시저에 나오는 다음 대목이야말로 그 당시의 투자자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투자 지침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인간사에는 조류라는 것이 있어
시류를 잘 붙잡으면 큰 행운으로 이어질 수 있소;
놓치게 되면 앞으로 헤쳐가야 할 운명은
얕은 여울에 처박혀 비극으로 점철될 것이오.
먼 바다를 향해 나아가려면,
지금 밀려들어오는 만조를 붙잡아야만 하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모험은 실패할 것이오.

-셰익스피어 <줄리어스 시저> 4막 3장 중에서

/정리=오인경
/정리=오인경

이 특별한 시기에 ‘시대 흐름’을 주도했던 수많은 기업이 적게는 수십 배, 많게는 100배가 넘는 엄청난 주가 상승세를 시현했다. 조선, 해운, 석유화학 플랜트, 풍력 장비 업체들의 주가 상승세는 실로 대단했다. 이런 주식들을 요즘 한창 유행하는 일시적인 테마주와 같은 잣대로 평가할 이유는 없다. 그야말로 시대의 흐름에 제대로 올라탄 중국 경기 호황 ‘찐’ 수혜주들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역사상 유례없는 중국 경제의 호황기는 뜻밖에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한순간에 내리막길을 맞았다. 급기야 리먼 브러더스를 비롯한 수많은 금융기관이 파산하는 등 ‘공황에 버금가는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휩쓸었다. 끝없이 이어지리라 믿었던 좋은 흐름이 갑작스레 썰물로 뒤바뀌자 가장 큰 수혜를 봤던 기업들의 주가가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2007년에 코스피가 고점을 기록하던 무렵의 시가총액 상위 20개를 살펴보면 POSCO, 현대중공업, 두산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소위 ‘Heavy Industry’ 기업들이 대거 상단에 포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대중공업이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절반에 육박했을 정도였으며, 두산중공업은 SK텔레콤, 현대차, LG전자, 삼성SDI, LG화학 등을 모조리 따돌리고 시가총액 7위에 당당히 자리 잡고 있다.

/그래픽=오인경
/그래픽=오인경

톱20 차트에는 진입하지 못한 몇몇 기업의 위상도 대단했다. 대우조선해양(23위), STX팬오션(32위), 현대미포조선(34위) 등은 LG화학(37위), 삼성SDI(78위) 등을 멀찌감치 따돌릴 정도였으니 말이다. 몇몇 기업들은 당시 간접투자(펀드) 시장을 주도하던 모 자산운용사에서 얼마만큼 그 종목을 선호하느냐에 따라 시가총액이 급상승하는 기현상까지 빚어졌다. 두산중공업(7위), 동양제철화학(38위), 대림산업(46위), 대한전선(70위) 등이 특정 자산운용사의 편애(?) 때문에 도드라진 고평가를 받았던 대표적인 사례였다. 한때 특정한 종목들만 독야청청 주가가 계속 오르는 모습에 심한 좌절감을 느낀 고액자산가가 참다못해 일생일대의 실수를 저지른 경우도 있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너무나 인기가 없었던 전통 우량주들인 삼성전자, 삼성SDI, LG화학 등을 한꺼번에 모조리 처분하고 특정 자산운용사에서 편애하는 종목들로 싹~ 갈아타는 바람에 불과 몇 개월 만에 주식 평가액이 5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낭패를 겪은 것이다. 금융위기가 닥치자 가장 가파르게 오른 종목들이 가장 빠르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특정 종목군만의 세상이다 싶을 때가 바로 주가가 피크인 경우가 많기 때문임이 다시 한번 드러났던 셈이다.

​이제부터는 버블 시기의 주가 상승을 주도했던 몇몇 대표적인 종목들을 살펴볼 차례다. 두산중공업은 한때 시가총액이 19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 절정의 종목이었다. 두산중공업이 TV 광고를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해수 담수화 플랜트’ 사업이 왜 그토록 매력적으로 비쳤을까. 지금 뒤돌아봐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우조선해양도 저점에서 20배 넘는 상승을 보였지만 한 번 꺾이고 나서는 기나긴 하락세를 피할 수 없었다. 특정한 업종들은 저마다 고유의 특성 때문에 산업 사이클이 다르기 마련인데, 조선업종의 사이클이 가장 긴 편이다. 호황일 때 대거 만들어진 선박들은 평균 선령(통상 25년)을 다 채울 때까지 바다에 둥둥 떠다니게 마련이다. 조선 경기가 한번 찾아온 호황기를 지나면 다시금 호황기를 맞기까지는 실로 오랜 세월이 필요한 만큼, 조선업종에 대한 투자는 극히 신중할 필요가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고유가 시대가 도래하면서 석유화학 플랜트에 대한 유례없는 건설 붐에 힘입어 엄청난 주가 상승세를 구가했다. 이 종목은 2007년까지의 주가 상승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웠지만, 2008년의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에 또다시 전 고점을 넘어서는 놀라운 주가 상승 행보를 보였다. 2011년까지의 엄청난 주가 상승세는 기업 실적이 빠르게 악화하면서 이내 추락하고 만다.

현대미포조선의 시가총액은 바닥권에서 무려 175.5배나 상승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다. 수리조선을 전문적으로 영위하다 보니 경쟁 강도가 신조선 업체들에 비해 훨씬 느슨한 영향도 컸다. 가파른 주가 상승 이후에 나타난 하락 패턴은 다른 기업들과 별반 다른 점이 없어 보인다.

현대상선은 벌크선 위주인 대한해운보다는 변동성이 훨씬 작았지만 극심한 해운 경기 부침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그룹의 대북사업(금강산 관광)마저 좌초하면서 주가 하락이 더욱 심화한 측면도 있다.

대한해운은 극심한 불황일 때 시가총액이 고작 224억원에 불과했지만, 밀려드는 조류를 일찍 간파한 덕분에 호황이 절정에 달했을 무렵에는 시가총액이 무려 3조3000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포스코의 철광석 등을 운반하는 등 벌크선 위주의 해상 운송업을 영위하는데, 뱃삯이 터무니없이 낮을 때 대규모로 용선을 한 덕분에 한때 연간 영업이익이 수천억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호황을 누렸다. 경기가 꺾이고 해운 운임이 급락하자 대규모 용선이 오히려 독이 되어 실적 악화가 가중되는 악순환에 빠졌다. 주가가 고점에서 단기간에 많이 하락했다고 해서 반등을 노리고 투자했다가는 큰코다치기 쉬운 게 바로 해운업종 주식들이다. 업종 자체가 변동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태웅은 ‘풍력발전 설비’의 대표주자였다. 높은 수익성과 희소성 때문에 129억원에 불과하던 시가총액이 한때 2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가파른 상승 뒤에 찾아오는 하락은 익숙한 패턴 그대로다.

다음에는 제약·바이오 업종에서 자주 발생했던 엄청난 버블과 폭락 사례들을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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