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떠나는 ‘세계의 공장’… 중국은 어디로 가는가 [오인경의 그·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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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떠나는 ‘세계의 공장’… 중국은 어디로 가는가 [오인경의 그·말·이]
  • 오인경 후마니타스 이코노미스트
  • 승인 2023.07.3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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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빅브라더’ 스타일에 외국인 투자 감소·이탈 가속…‘죽의 장막’ 회귀 조짐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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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올해 7월 1일부터 시행한 반간첩법이 걱정이다. 어느 국가인들 체제를 위협하는 간첩 행위에 대해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 놓지 않은 경우가 없을 테지만, 이번에 중국에서 마련한 법률은 여러 측면에서 중국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번에 시행된 반간첩법의 핵심은 간단하다. 국가 안보와 이익에 관한 문건이나 데이터 등에 대한 정탐·취득·매수·불법 제공 행위를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개정 법률은 중국 당국이 간첩 행위로 규정할 수 있는 잣대가 자의적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스마트폰 등으로 무심코 촬영한 사진이나 인터넷으로 검색한 지도나 통계 자료 등이 자칫하면 간첩행위로까지 내몰릴 수 있다는 얘기다.

​주중 한국 대사관은 지난달 말 "중국 국가 안보 및 이익과 관련된 자료, 지도, 사진, 통계자료 등을 인터넷에서 검색하거나 스마트폰·노트북 등 전자기기에 저장하는 행위, 군사시설·주요 국가기관·방산업체 등 보안 통제구역 인접 지역에서의 촬영 행위, 시위 현장 방문과 시위대 직접 촬영 행위, 중국인에 대한 포교, 야외 선교 등 중국 정부에서 금지하고 있는 종교활동 등에 유의하라"는 내용의 공지문을 냈다. 미중관계가 수교 이후 최악의 상태인 데다가 한미일 3국간의 동맹 강화와 중국 견제 분위기가 맞물리면서 각국 정부는 중국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최근 3박 4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한 옐런 미 재무장관도 양국 회담에서 반간첩법을 주요 이슈로 삼을 정도다. 중국 외교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모든 국가는 국내 입법을 통해 국가 안전을 수호할 권리가 있으며, 이는 각국에서 통용되는 관행"이라고 간단히 요약한다. "법과 규정을 준수하는 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이면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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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 수호와 직결되는 국가보안법 등이 강화될수록 그 사회는 도리어 체제가 튼튼하지 못하고 불안한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걸 반증하는 경우가 많다. 시진핑 집권 이후의 중국, 3대에 걸친 세습정권을 유지하는 북한, 푸틴이 군림하는 러시아 지배 체제가 바로 그렇다. 중국은 공산당 혁명을 거친 이후 오래도록 1당 독재 체제가 통치하고 지배하는 극도로 폐쇄적인 나라였다. 중국과 매우 가까운 우리나라 사람들이 드넓은 국토와 방대한 인구를 지닌 이웃나라 중국을 자유롭게 여행하기 시작한 지도 고작 31년에 불과하다. 한중 관계는 한때나마 한미 관계와 견줄 만큼 중요하고도 친밀한 관계였다. 그토록 가까웠던 양국 관계는 북한 핵문제 해법을 둘러싼 미중 사이의 갈등, 사드 배치에 따른 한한령 등 경제 보복, 트럼프 정부에서 시작된 G2 패권 경쟁과 대중국 무역규제 등으로 급격히 식어버렸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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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중국 내에서는 개정 방첩법이 큰 이슈가 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중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운 한미일 등은 자국민 보호에 심각한 위협이나 되지 않을까 몹시 긴장하는 분위기다. 중국과 북한 등 1당 지배체제의 공산권 국가에서 자의적인 인신 구속 등 인권이 침해받는 경우는 너무나 많아서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다. 북한 정권에 대한 적대 행위 혐의로 구금된 22세 청년 오토 웜비어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는 17개월 동안 북한에 억류되었다가 혼수상태로 미국으로 돌아왔지만 끝내 사망했다.

​국가가 개인의 자유로운 활동을 고도로 감시하고 억압하고 통제하는 사회가 얼마나 끔찍한가를 생생하게 그려낸 소설이 바로 조지 오웰의 『1984』였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함께 디스토피아 소설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그 소설이 오늘날의 중국, 러시아, 북한 사회와 오버랩되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조지 오웰이 그린 소설 속의 풍경들과 공산권 통제 국가들의 사회상이 너무나 닮아 있기 때문이다. 『1984』의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텔레스크린을 통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는 사회를 몹시도 견디기 힘들어한다. 그가 체제에 저항하기 위해 시도하는 최초의 반항은 몰래 일기를 쓰는 일이었다. 1984년 4월 4일에 그가 조심스레 써내려간 첫 문장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빅 브라더를 타도하자

윈스턴 스미스가 근무하는 부서는 이름하여 진리부 기록국이었다. 신문, 정기간행물, 팸플릿, 포스터, 전단 등 온갖 기록물을 당국의 취지에 맞게 수정하고 날조하는 게 그의 주된 업무였다. 윈스턴의 반체제 의식은 사무실 복도에서 가끔씩 마주치던 줄리아라는 여자를 만나면서 한층 탄력을 받게 된다. 빅 브라더가 지배하는 사회는 남녀 간의 자유로운 연애까지도 철저히 통제한다. 감시의 눈을 피해 비밀 쪽지를 주고받으며 연인 관계로 발전한 두 사람은 그들만의 비밀 공간에서 밀애를 즐기지만 이내 사상 경찰에 체포되고 만다. 감방에 갇혀 모진 전기 고문을 당하는 동안 윈스턴은 체제를 인정하라는 온갖 협박과 회유에 끝끝내 저항하다가 악명 높은 101호실로 끌려간다. 모진 전기 고문과 세뇌교육 끝에 정상적인 사고 능력까지 망가진 윈스턴은 폐인이 되어 풀려나 술로 허송세월을 보내다가 끝내 증발되고 만다.

조지 오웰. /사진=위키백과
조지 오웰. /사진=위키백과

소설 『1984』는 고도로 정보화된 미래 사회에 대한 암울한 예언이나 경고를 담은 상징적인 작품이 되었다. '고도로 억압되고 통제된 감시 사회'는 '인간의 얼굴을 짓밟고 있는 구둣발'이 세상을 지배하는 사회다. 조작과 날조, 감시와 통제, 억압과 처벌로 유지되는 끔찍한 사회는 인간이 고안한 정치체제 중에서도 최악의 지배 체제다. 『역사의 종언』을 쓴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소련과 동유럽에서 사회주의가 실천되는 과정에서 파생된 가장 참담한 결과가 '시민사회의 철저한 파괴'라고 주장했다. 오늘날 '시장 경제와 민주주의 둘 다 위험한 상태'에 놓인 국가를 꼽으라면 중국도 피해가지 못할 것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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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달 11일 중앙전면심화개혁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면서 "더 높은 수준의 개방형 경제 체제 건설이 중국의 주도적이고 전략적인 조치"라고 밝혔지만, 현실은 정반대인 듯하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시진핑 집권 이후 외국 기업에 대한 불시 조사와 기업인 구금 사례가 증가한 것이 외국인 투자를 떨어뜨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 경제학자들은 "방첩법 시행에 따라 올해 중국으로 들어가는 투자가 상당수 취소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때 '세계의 공장'이었던 중국의 열기는 차츰 식어가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 공장을 베트남이나 인도 등으로 발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애플은 이미 에어팟과 아이패드를 베트남에서 생산 중이며 아이폰 생산기지도 베트남으로 옮길 계획이다.

​시진핑 주석은 최근 공식 석상에서 "당이 사이버 공간 업무를 지도하고, 인민을 위해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이버 보안이 보장되지 않으면, 국가 안보를 수호할 수 없다"면서다. 이와 관련해서 어느 옥스퍼드대 교수는 "중국의 사이버 검열 목표는 강력한 공산당의 이데올로기적 지배가 계속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정확히 지적했다. 등소평이 오래도록 '죽의 장막'에 갇혀 있던 중국을 마침내 개혁과 개방으로 이끌었던 시대가 언제 있었나 싶을 만큼 중국은 점점 더 과거로 회귀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런 느낌이 드는 원인이 결국 시진핑의 통치 스타일 때문이라면, '군주들이 가장 위험한 인물'이라고 갈파한 적이 있었던 애덤 스미스의 주장이 새삼 증명되는 셈이다.

​모든 정치 이론가들 중에서 군주(君主)들이 가장 위험한 인물들이다. 그들은 이러한 오만에 매우 익숙해져 있다. 그들은 자신의 판단이 무한히 우월하다는 것에 대하여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개혁적인 황제나 국왕들이 자신들의 통치하에 있는 국가의 체제에 대해 생각할 때, 그들은 자신들의 의지를 실행하는 데 반대되는 장애물들만큼 잘못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플라톤의 신성한 잠언을 경멸하면서, 국가가 자신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지 자신들이 국가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애덤 스미스, 『도덕감정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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