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능이 중요한’ 레고랜드 사태 교훈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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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능이 중요한’ 레고랜드 사태 교훈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2.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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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레고랜드와 부동산 PF, 그리고 금융시장 불안.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 가지 단어가 강원도에서 한 사건에 어울렸다. 강경 보수 정치인으로 유명했던 김진태 강원지사가 예상치 않은 방법으로 전국 매스컴을 탔을 뿐 아니라 가뜩이나 경제 문제로 어려운 윤석열정부에 큰 상처를 준 것이다. 급기야 기획재정부와 금융당국이 서두의 세 가지 단어가 어울리며 초래한 금융시장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서 막대한 자금을 동원하며 발 벗고 나섰다.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현 여당 인사인 김진태씨가 올해 대선과 함께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현 야당 소속으로 3연임을 한 전임 최문순 강원지사를 누르고 7월 취임했다. 이후 그는 레고랜드 테마파크 건설로 발행한 ABCP 2050억원에 대한 채무 보증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지난달 28일 선언했다. 이 건설 사업은 전임 지사가 추진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부진으로 회생절차에 들어간 사업이다. 강원도가 부도를 선언한 단순한 추정은 현 정부 집권 초반 강경한 전 정권 지우기 분위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즉 김진태 지사가 먼 지방 행정에서 손쉽게 중앙 정부 눈에 띄는 행보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레고랜드 테마파크는 강원도 지방정부가 설립한 강원도중도개발공사가 진행한 건설 프로젝트로, 사실상 지방정부가 지급을 약속한 보증 이행을 하지 않고 부도 처리하기로 해 지방정부 추진 건설 사업에 대한 금융시장의 신용을 추락시켰다. 권력 핵심부에 본인 시그니처로 이 사건을 활용하려 했으나 금융을 모르는 검사 출신 정치인은 신용에 민감한 부동산 금융시장에 불안이라는 불을 질렀다.

부동산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융이 부동산 PF다. PF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의 약자로 특정 사업에서 소요되는 자금 조달과 운용을 총칭하며, 부동산 PF는 브리지론, 본 PF, 보증 등을 말한다. 특히 ABCP는 자산담보부기업어음(Asset Backed Commercial Paper)의 약자로 기업이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상업어음에 부동산, 채권 등의 담보를 제공한 유가증권이며, 건설 시행 과정(착공 전)에서 브리지론을 위해 주로 발행한다. 주로 증권사 고객에게 금융 상품으로 판매하고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이용하는 단기자금 조달 수단이며, 부동산건설 과정에서 필수적 자산인 부동산, 대출 채권 등을 증권화하는 ‘유동화’ 과정이 포함되어 유동화 증권이라고 한다.

건설 프로젝트의 위험 회피를 위해 통상 특수목적회사(Special Purpose Company)라 불리는 서류 회사를 이용해 발행하며, 이때 고객 유인 수단으로 금융회사나 건설사가 보증을 서는데 이를 신용 보강이라고 한다. 금융시장에서는 대한민국 건설 역사가 시작한 이후 줄곧 지방정부의 채권이나 보증을 국가나 다름없이 무위험에 가까운 신용도로 평가했다. 지방정부도 지방 세금 징수권과 중앙 정부의 교부금 등을 담보로 한 이 무위험 신용 때문에 저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지방정부 인프라 건설 사업을 집행한다. 따라서 지방정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자료1. /출처=기획재정부
자료1. /출처=기획재정부

레고랜드 사태 이후 지방자치단체 보증 ABCP의 만기 상환에 대한 차환은 사실상 정지되며 충북 음성군과 전북 완주군 보증 ABCP에 이어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의 PF 자금 7000억원 차환 불발로 번지자, 지난 23일 기획재정부 주관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회사채 및 단기자금 시장 안정화를 위한 조치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채권시장안정펀드 재가동을 포함하여 50조원 이상의 긴급 유동성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자료2. /출처=한국은행
자료2. /출처=한국은행

주목할 것은 김진태 지사가 부도 선언을 하기 일주일 전인 지난달 22일 금융통화위원회의 금융안정회의는 부동산 PF의 불안을 예견했다는 점이다. 관련 보고서에는 중앙은행 기준금리 인상이 가계·기업, 자산시장, 금융기관 등 주요 부문별로 미치는 영향을 중점 점검 내용을 담았다. 지난 6월 말 기준 PF 대출 잔액은 112조2000억원으로 보험사, 여신전문금융회사(캐피탈) 등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2014년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자료3-1,2,3. /출처=한국은행
자료3-1,2,3. /출처=한국은행

또한 PF 유동화 증권과 증권사 보증 규모가 급격히 늘었는데, 주택 가격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담보가치가 훼손하며 브리지론 등 PF 대출의 부실 위험이 늘어났고 특히 증권사는 유동성, 신용 위험에 노출되었다고 금통위는 지적한다. 한국은행의 공개적인 경고가 있었음에도 강원도는 어찌된 일인지 부도 선언으로 금융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러자 여차 잘못하면 김진태 지사가 무심코 만든 불씨가 전 금융권으로 확산할 위험이 있기에, 경제 무능론으로 시달리는 정부는 비상조치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국민이 예의 주시할 것은 금융당국이 동원하는 금융회사의 돈은 결국 국민 주머니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금융회사가 예금 등으로 조달하는 자금은 국민의 것이며, 이 조달된 자금이 이번 같은 한심한 정책 실패에 쓰인 뒤 회수가 불가능하면 어떠한 명목이든지 돌고 돌아 국민의 부담으로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과거 필자의 경험에도 사회 고위층이라고 특별히 금융지능이 높은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국민의 것을 무책임하게 마음대로 쓰고 낭비하는 것을 특권이라며 자랑스러워하는 용감한 권력자가 많아질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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