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규모 ‘FTX 파산’은 뉴노멀 전조?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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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규모 ‘FTX 파산’은 뉴노멀 전조?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2.11.15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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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1. /출처=코인데스크
자료 1. /출처=코인데스크

지난주 내내 외신 경제면은 ‘FTX’라는 미국의 가상자산 거래소 파산으로 시끄러웠다. 42조원(320억달러) 가치로 추정하는, 미국에 있는 세계 3위 규모 가상자산 거래소가 불과 1주일 사이에 파산하고 만 것이다. 얼마만 한 규모인지 일반인은 감이 잘 안 올 텐데, 지난주 말 기준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시가 총액 합계가 약 39조원인 것을 고려하면 이번 금융 사고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가상자산 정보를 제공하는 코인데스크는 이 소식을 전하면서 1929년 대공황 당시의 뱅크런(bank run) 장면 사진을 같이 게재했다. 뱅크런은 은행이 파산할 것을 걱정한 예금주가 한꺼번에 몰려들어 자기 돈을 찾아가는 사태를 말한다. 은행은 고객 예금에서 최소 비율만 보관하고 대출로 운용하는 것을 법으로 허락받은 금융업이다. 뱅크런은 은행에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는데, 최후의 대부자인 중앙은행이 없으면 은행은 도산한다.

자료 2. /출처=코인데스크
자료 2. /출처=코인데스크

아이러니하게 FTX의 도산은 코인데스크의 지난 2일 보도에서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다. FTX 자회사의 재무제표 불투명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코인데스크 보도 이후, 세계 최대 거래량을 자랑하는 중국계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가 FTX의 시장 신뢰를 무너뜨리는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이 보도로 바이낸스는 FTX가 발행한 코인을 시장에 매도한다고 발표한 후 FTX가 위기에 처하자 곧 FTX 인수를 발표했다가 하루 만에 철회했다. 시장에서는 이 사건을 미국의 중국에 대한 제재와 비교하여 보거나, 중국계와 미국계 코인 거래소의 과도한 경쟁 시각에서 보기도 한다. FTX는 130여개 관계사를 거느린 금융 그룹으로 11일(현지 시간)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다. 외신에 따르면 부채는 최대 66조원, 채권자는 10만명이며 역대 최대 파산 신청 규모로 알려진다.

FTX 파산 뉴스로 외신이 뜨거운 만큼 국내 언론도 이 사건을 보도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사회면에 나오는 사건 사고 정도로 취급하는 듯하다. 대부분 독자도 이 사건이 낯설 것이다. 사건에 등장하는 가상자산 관련 용어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먼 미국 땅에서 일어난 금융 사건이 국내 일반인에게는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불확실성에 관심을 가져온 필자에게 FTX 도산은 여러 기지로 공포감을 전해주기에 충분했다. 공포의 정체는 우리는 생각보다 취약한 금융 시스템에 살고 있으며, 아마 자주 뒤통수를 맞을지 모른다는 데 있다. 왜 사람들은 예금자 보호 또는 금융소비자 보호 장치가 설계되어 있지 않은 가상자산에 그리 열광하는 것일까?

필자가 현장에서 금융소비자를 상대로 자산관리 상담을 해 본 경험에 의하면, 대체로 사람들은 미지의 상태에서 용감해지는 경향이 있음이 틀림없었다. 금융에 있어 ‘안다’라는 것은 위험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며, 모르는 사람일수록 기대 수익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일반적인 금융상품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여기에 가상자산은 낯선 기술적 지식도 알아야 하니 가상자산을 충분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투자자는 그리 많지 않다는 생각이다. 자동차를 운전한다고 자동차 공학을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상자산에 관해서는 최소한의 지식은 알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료3. /출처=한국은행
자료3. /출처=한국은행

더군다나 가상자산은 일부 마니아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생각보다 우리 생활에 가까이 다가올 전망이다. 필자의 지난달 1일 칼럼에서 ‘CBDC’에 관해 언급한 것처럼 세계 각국 중앙은행은 가상자산을 화폐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7일 한국은행은 CBDC 모의실험 연구사업 2단계를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한은은 10개월간 수행한 모의실험에서 오프라인 지급 결제, 스마트 계약을 활용한 디지털자산 거래, 국제 송금을 가상 환경에서 테스트했고 현실 적용 실험 계획도 보고했다. 이미 스마트폰 보급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전 국민이 일상 금융 생활을 위해 디지털 지갑을 가져야 하는 때가 머지않은 것 같다.

이제 전 국민이 가상자산에 관한 기본적인 내용을 알아 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먼저 기초용어부터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언론 기사에서 보면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을 놓고 가상화폐, 암호화폐 등 다양한 용어를 혼용하는데 특정금융정보법에서는 ‘가상자산’이라는 용어로 규정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규제가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가상자산은 화폐로의 기능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가치축적 또는 투자수단으로서 기능을 규제당국이 대체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여러 가지 이유로 가상세계의 화폐 기능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CBDC가 담당할 것이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가상자산은 독립적인 자체 거래 시스템을 가진 ‘코인’과 거래 시스템을 빌려 쓰는 ‘토큰’으로 구분한다. 비트코인은 전자의 사례이고, 이더리움은 후자에 속한다. 이들 가상자산의 불안정한 가치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 스테이블 코인이며, 이들은 가상세계의 거래 목적을 위해 가치를 안정한 가상자산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대부분 담보 자산 보유로 가치를 안정시키는데, 테라와 루나는 담보 없이 차익거래를 통해 일물일가의 경제적 원리를 이용한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스테이블 코인을 개발했으나 가치 안정에 실패하며 파산했다. 이외에도 가상자산과 관련하여 블록체인 작동 원리와 스마트 계약, 디 파이(Defi), NFT, 디지털 지갑 등 기초적 용어의 개념에 대한 이해가 금융소비자에게 필요한데, 이를 위해 시중 도서보다는 KB금융 경영연구소에서 7월과 9월에 발표한 디지털자산 보고서를 참고할 것을 권한다. 불필요한 군더더기 없이 금융소비자가 알아야 할 내용을 얻을 수 있다.

테라와 루나에 이은 FTX 파산은 가상자산의 규제 필요성을 부각하는 사건임이 틀림없다. 또한 지난해 이후 비트코인 선물, ETF 등을 통해 제도권 기관투자가도 가상자산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담기 시작했는데, 이 때문에 일부 금융 전문가는 제도권으로 가상자산 불안의 영향이 확산할 수 있으며, 특히 심리적인 불안 파급효과가 투자자의 위험 선호를 약화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사실 2008년 금융위기, 2019년 이후 DLS 등 사모펀드 사태 등을 보면 규제받는 금융 시스템도 안정성, 도덕성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비약인지는 모르지만, 범위를 넓혀 세월호 참사와 10·29 참사까지 고려하면 최근 들어 과연 국가를 포함한 우리 주변 ‘시스템’이라는 것의 안정성을 믿을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도 든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고도로 발전한 결과는 유토피아가 아니라 시스템의 불안정과 이에 따른 신뢰의 상실 시대를 가져오고 말았다. 더군다나 기후마저 극단적 사건의 횟수가 늘어나면서 자연의 시스템도 인간을 위협하는, 우리가 사는 세상은 불안정이 뉴노멀인 시대가 되었는지 모른다. FTX는 지엽적인 가상자산 사고이지만 우리 세상을 움직이는 시스템 불확실성의 전조일 수 있다. 안전과 안정에 최우선 가치를 두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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