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 국민의 ‘고통지수’는?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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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 국민의 ‘고통지수’는?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2.11.21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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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필자 기억에 1991년 개봉한 영화 <미저리>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잘 나가던 소설가 폴은 미저리 체스틴이라는 여성이 주인공인 마지막 소설을 탈고하고 여행을 가다가 자동차 사고를 당한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자 다리가 부러지고 어깨도 심하게 다친 상태로 꼼짝할 수 없이 침대에 구속된 상태였다. 평범한 일상의 모습을 한 여주인공 캐시 베이컨이 건강을 회복한 소설가 폴의 발을 침대에서 망치로 가격하던 장면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소름을 돋게 한다.

50년 전 미국 경제학자 아서 오쿤(Arthur Okun)은 흥미로운 경제 지표를 개발해 발표한다. 실업률과 소비자 물가지수로 측정한 인플레이션율을 합계한 수치를 ‘미저리’(misery) 지수(국내에서는 경제고통지수라고 번역한다)라고 명명했다. 인플레이션은 화폐가 교환가치를 상실하는 현상이다. 인플레이션은 광범위한 해악으로 그 해결은 오랜 경제학의 지상과제다. 인플레이션은 고정적 자금흐름에 생활을 의존하는 대부분 국민의 삶을 무너뜨린다. 명목화폐를 보지 못한 애덤 스미스가 예측할 수 없었던 ‘보이지 않는 악마의 손’이다. 또한 1930년 뼈아픈 대공황을 경험한 미국인 기억에 대량 실업은 돌이키고 싶지 않은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1980년대 이후 금융이 세계를 지배하기 이전까지의 실물 경제 시대에는 실업과 인플레이션, 두 가지 경제 지표는 관리가 안 되면 국민에게 치명적 피해를 주는 대표적 경제 지표로 인식하고 있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고통지수에 경제학의 국민에 대한 애정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상사는 단순하지 않다. 경제학은 정치 속에서 생명력을 찾는 경우가 많다. 1960년대 말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낸 오쿤이 개발한 경제 고통 지수는 1971년 월스트리트저널에 처음 인용되었다. 이 지수는 이후 대통령 선거에서 정치적 무기로 활용하곤 했다. 1972년 대통령 선거에서 닉슨을 견제하는 무기로, 1980년에는 지미 카터가 로널드 레이건을, 그리고 다시 아이러니하게 제럴드 포드가 지미 카터를 비난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국민의 고통은 계량화를 통해 정치 도구화했다.

자료1. /출처=세인트루이스 연방 준비은행
자료1. /출처=세인트루이스 연방 준비은행

최근 미국 중간 선거에서 이 미저리 지수가 다시 주목받았다. 미국에서 경제 고통지수는 지난달 말 현재 11.4%였다. 인플레이션율 7.7%, 실업률 3.7%를 합계한 결과다. 자료에서 보듯이 미국의 경제고통지수는 중동사태와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친 1980년 (21%) 정점을 찍은 이후 내림세였다가 1990년과 2011년 12%를 기록했고, 2019년에는 5% 수준까지 하향 안정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영향으로 실업률이 치솟으며 2020년 4월 고통지수는 일시적으로 15%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하락했다가 올해 2월 이후 인플레이션이 악화하자 고통지수는 다시 상승했다. 이 고통지수는 2011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 고통이 증가한 만큼 최근 미국 의회 중간 선거 전에 공화당이 압승을 거둘 거라는 전망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중간 선거 결과는 아직 진행 중이지만 공화당에 다소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왜일까?

2001년 대학의 앤드루 오스왈드(A ndrew Oswald) 교수는 미국과 유럽의 30만명을 대상으로 행복에 관한 설문 조사를 시행했다. 조사 결과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이 사람에게 주는 충격은 균등하지 않았다. 1%포인트의 실업률 증가는 1.97%포인트 인플레이션율 상승과 사람 행복에 같은 충격을 준다. 이후 2014년 조사에서는 비율이 1대 5로 더욱 커졌다. 이것은 고통지수를 산출할 때 실업률에 약 5배만큼 가중해야 한다는 것이며, 즉 지난달 고통지수를 이 기준으로 인플레이션율을 가중하여 재산출하면 고통지수는 5.2%이다. 고통지수 15%는 과대평가됐고 공화당이 생각했던 만큼 국민 고통이 크지는 않았으며 국민은 민심을 투표로 보여줬다.

자료2. 한국민 고통지수=조수연 편집위원 작성
자료2. 한국민 고통지수=조수연 편집위원 작성

존스홉킨스대학교의 응용 경제학 교수 스티브 한케(Steve H. Hanke)는 고통지수에 ‘대출금리’를 추가하고 실질성장률을 차감하여 국제 비교를 위한 고통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1980년 이후 ‘세계화’(globalization)가 진행되며 금융자본이 세계 경제를 지배한 이후 금융은 국민의 일상생활에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서 고통지수에 대출금리를 포함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특히 가계대출이 위험 상태로 평가하는 한국경제는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개념을 응용해 본 칼럼에서는 실업률에다가 서민들에게 충격을 주는 물가인 ‘생활물가지수 상승률’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포함한 새로운 한국경제의 고통지수를 처음으로 산출했다. 2001년 이후부터 울해 9월까지 분석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으로 한국 국민에게 고통을 느끼게 할 고통지수는 13.45%로 2008년 15.5%를 기록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 발발 전인 2019년 고통지수는 6.74%였는데, 최근까지 약 2배 악화한 것이다. 세부적으로 실업률은 지난 9월 2.4%로 2021년 3.7%에 비해 낮아졌으나, 생활물가는 2019년 0.4%에서 올해 6.26%로 급등했으며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2020년 2.50%에서 올해 4.79%로 급등했다.

2020년부터 생활물가 악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여파로 인한 한국은행 금리 인상이 국민에게 직접적 충격을 전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급등을 가져오자 서민 일상은 고통을 가중하는 상황이다. 국민의 경제적 고통은 시작한 지 이미 오래전인데 10·29 사태로 수많은 청년이 죽어가는 등 국민 인명 경시 풍조까지 목격하면서 경제적 고통이 정신적 황폐화로 변해가는 중일 것이다. 아직도 정치권은 국민의 고통에 아랑곳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 사회불안이 닥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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