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최대 위험은 ‘유럽 혹한과 에너지 위기’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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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최대 위험은 ‘유럽 혹한과 에너지 위기’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2.11.10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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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에 접어들면서 내년도 세계 경제를 내다보는 국제기구, 경제연구소의 전망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매년 이맘때 필자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위험’과 관련한 보고서 챙겨 보기다. 위험을 아는 것이 기대 수익률 추정보다 중요한 것은, 과학적 포트폴리오 관리 및 자산 가격 추정이론이 모두 미래 위험 값 추정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사실 과학적 추정이 엄청나게 복잡한 수학 방정식과 확률 함수를 이용하는데, 여기에 적용하는 변수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위험의 확률과 크기에 대한 추정치다. 결국 경제 전망 또는 예측이라는 것이 우리 주변의 위험을 경제 전문가라는 사람이 주관적으로(또는 집단적 의견 청취를 통해) 평가하고 이를 분산과 확률값으로 평가해 시뮬레이션 모델에 입력하는 것에 불과하다. 물론 예측 모형을 구축하고 추정하는 작업도 막대한 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위험의 중요성은 손실과 수익의 대칭성 착각에서 직접적으로 이해하기 쉽다. 즉 투자과정에서 50% 손실이 발생한 후 원상복구를 하기 위해서는 50%가 아닌 100% 수익률이 필요하다. 투자 평가에서 손실과 수익이 비대칭적이지 않고 대칭이라는 것은 투자자의 흔한 착각이다. 이 때문에 투자 관리에서 손실 관리가 중요하고 이는 곧 위험 관리와 연결된다. 경제적 의사 결정이나 투자를 하는 독자는 항상 주변의 위험을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아무나 써대는 보고서는 세상 위험에 섣부른 ‘작성자 위험’을 추가하는 것이니, 투자자는 반드시 골라서 참고할 필요가 있다. 국내 공신력 있는 기관 중 국제금융센터는 매월 <글로벌 리스크 워치>를 발간하고 연간 세계 전망 보고서에도 위험을 중심으로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투자자는 놓치지 말고 참고하면 좋겠다. 또 국제적 공신력이 있는 위험 보고서로는 세계경제포럼이 매년 초 발간하는 <글로벌 위험 보고서>가 있는데 100쪽이 넘는 분량으로 전 세계적인 조사를 통해 작성한다. 아쉽게도 국문은 발행하지 않으니 직접 번역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필자는 매년 이 보고서를 칼럼으로 해설하고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자료 1.
자료 1.

올해는 마음에 쏙 드는 위험 분석 보고서가 눈에 띈다. 이코노미스트 산하 세계적 경제 분석 기구인 EIU가 <2023년 리스크 전망 : 세계 경제를 재구성할 수 있는 위험 시나리오>라는 제목으로 10가지 위험을 선정하고 각각 문장으로 제시했다. 문장으로 표시한 것은 사람들 사이에서 전해지는 위험은 이야기 형식(내러티브)으로 확산한다는 행동 경제학자 로버트 실러 교수의 이론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각 위험 문장은 발생확률과 충격의 크기를 정성적으로 평가한 점도 눈길을 끄는데 이는 위험의 계량화 작업자를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자료2.
자료2.

EIU가 선정한 이야기식의 10가지 중 발생 가능성이 매우 큰 위험은 ‘인플레이션과 결합한 사회적 위기’이고 ‘혹한과 유럽 에너지 위기’와 ‘ 극단적 기후’의 후폭풍이 뒤를 이었다. 또한 일단 발생하면 충격이 매우 큰 위험은 자료에서 주황색으로 표시한 ‘중국 대만 양안 위기’ ‘변종 바이러스’ ‘사이버 전쟁’ ‘중국 완전 방역’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확산’ 등 6가지다. 이 가운데 ‘전쟁 확산’은 발생 가능성은 작으나 충격은 매우 커서,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주장하는 ‘블랙 스완’(black swan)형 위험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 같은 10가지 위험 문장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은 2023년 투자자의 위험 관리에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먼저 가장 유의할 위험 세 가지부터 살펴보자. 첫째 위험 문장은 ‘추운 겨울이 유럽 에너지 위기를 악화한다’이다. 이 위험은 발생확률도 높고 그 충격도 매우 큰 것으로 EIU는 평가하고 있다.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에 혹한이 찾아오면 유로존 GDP는 2023년 0.4% 줄어들고 2024년까지 경기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유럽 각국의 자국민 보호를 위한 움직임으로 여유 에너지의 국가 간 이동 차단 등이 발생하면 유럽 결속이 붕괴할 위험도 있다는 평가다. 유럽 경제의 붕괴가 세계 경제 미칠 영향은 더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둘째 위험 문장은 ‘극단적 기후가 국제적 상품가격 폭등을 부추기고 세계 식량 위기를 초래한다’이다. 지금까지 산발적, 지엽적이던 극단적 기후 사건이 2023년에 빈도가 증가하며 동시, 장기적 사건으로 성격이 바뀔 수 있다. 여기에 러시아, 우쿠라이나 전쟁이 식량 가격 상승과 식량 및 비료 부족을 초래할 위험이 있어 식량 안보가 전 세계적 이슈로 등장할 전망이다. EIU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세계 인구 중 약 5억명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산 밀에 식량을 의존하고 있다.

위험 내러티브 셋째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사회적 불안을 촉발한다’라는 것이다. EIU는 이 위험을 가장 발생확률이 높으나 충격은 보통 수준으로 평가했다. 2022년에 8%대 높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이는 199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인플레이션이 임금 상승률보다 높으면 서민 가계 소득이 줄고 노동 저항 등이 발생하며 사회적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미 인도, 에콰도르, 아르헨티나에서 인플레이션 저항이 발생했다고 EIU는 지적한다.

나머지 내러티브는 ▲중국과 대만의 직접 충돌 돌발과 미국 군사 개입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종 또는 다른 감염병이 세계 경제를 다시 경기 침체에 빠뜨린다 ▲국가 간 사이버 전쟁이 주요국 경제의 인프라를 교란한다 ▲서방세계와 중국의 관계 악화가 세계 경제를 완벽하게 탈동조화로 몰아넣는다 ▲공격적 통화 긴축이 세계 침체를 초래한다 ▲코로나 완전 방역 정책(zero-COVID policy)의 중국 경기를 침체시킨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의 세계 대전 확산 등이다.

복잡함을 피하려고 데이터, 차트 등은 포함하지 않았다. 독자 여러분은 위험을 표현한 내러티브를 읽고 기억에 남기는 것만으로도 2023년을 안전하게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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