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대망상’에 빠진 주식투자 주의보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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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대망상’에 빠진 주식투자 주의보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2.11.01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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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미국은 물론 한국 주가가 계속 출렁이고 있다. 미국 S&P500 지수는 월간 등락률 기준으로 올해 1월 마이너스 10% 급락 후 반등, 6월 마이너스 13% 급락 후 반등에 이어 9월 마이너스 13% 하락 후 10월은 5.2% 반등하는 주가 등락 드라마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 코스피도 1월과 2월 각각 5, 3% 하락 후 반등했고, 4월과 6월 각각 9, 8% 하락 후 다시 7월에 9% 반등한 데 이어 8월과 9월 13% 이상 하락 후 10월은 9% 반등하는 흐름을 보였다. 미국 주식시장 못지않은 출렁임을 보이며 투자자 심리는 방향을 잃고 극도로 혼란스럽다.

/자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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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항구적인 구조 변화를 가져올 타격을 준 코로나19와 대부분 선진국의 전례 없는 비상 대응 이후 20년 이상 낮은 수준에서 유지하며 일상사(Normal)가 된 인플레이션이 용틀임하기 시작했고, 이에 놀란 미국 연준의 정책 금리 인상과 통화 긴축 정책은 금융시장에 큰 파문을 일으키기 충분했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투자자의 투기 욕구를 채워주던 부동산부터 하이일드 채권, 암호자산, 금, 원유 등 대부분 자산의 올해 투자 성과 악화가 주식과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이처럼 위험자산 가격 부침이 심해지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사람들이 있다. 어두운 경제 상황과 투자자의 공포 심리를 재료로 이른바 ‘전망’이라는 이름으로 보고서를 파는 시장 전문가들인데 한 무리는 극한의 금융시장 붕괴를 파는 ‘닥터 둠’(Doom)이고, 닥터 둠 이후 출현하는 다른 무리는 바닥 확인과 반등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파는 ‘매매 회전율 조장자’다. 한두 달 전부터 SNS는 물론 지상파 경제 방송에서도 꼭 부음 알림처럼 어김없이 닥터 둠 얼굴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대범하게 ‘사정’(司正)에 전력투구하며 정치 뉴스를 양산하는 정부 탓인지 금융시장 붕괴 경고가 여론에서 그리 두드러지지 않는 상황이다.

주식시장 월간 수익률 추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투자자들은 공포에 따른 매도 이후에는 어김없이 매수를 반복하고 있다. 이 기간이 10개월 동안이나 반복해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반복된 매도는 수많은 경제·금융 지표의 악화로 이해할 수 있지만, 반복하는 매수에 관한 설명은 쉽지 않다. 가장 낯익은 설명은 ‘학습효과’(learning effect)이며 최근에는 학습효과를 뒷받침하는 투자자 행태로 ‘FOMC’와 ‘TINA’가 외신에 자주 등장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뉴욕 주식시장은 저금리를 통한 장기적인 상승세 지속과 2008년 금융위기나 가장 최근의 코로나 폭락 이후 급등세를 통해 주식시장 불패에 대한 학습효과는 투자자 마음속에 신념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신념이 이번 기회를 놓치면 깊어지는 부의 불평등에서 회복 불가능한 패자가 된다는 심리인 ‘기회 상실 공포’(Fear of Missing Out)와 그래도 오랜 세월 상승세를 보여준 ‘주식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There Is No Alternatives) 심리를 부추기며 주식시장의 반복된 저가 매수(buy the dip)를 초래했다.

/자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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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저명한 칼럼니스트 제이슨 츠바이크(Jason Zweig)의 흥미로운 글이 올라왔다. 그는 <투자의 비밀>(Your Money & Your Brain)이라는 책으로 국내에 소개된 금융 칼럼니스트인데, 이 책은 신경경제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관점에서 투자자 심리와 행동을 분석해 흥미로웠다. 지난달 28일 WSJ 칼럼 제목은 <주식이 다음에 어떻게 될지 알 때 해야 할 일>(What to do when you know what stocks will do next)이다. 언뜻 들어서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제목이다. 이 칼럼은 지난달 13일(뉴욕시간) 하루의 S&P500 주가 동향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한다.

/자료3. 출처=INVESTING.COM
/자료3. 출처=INVESTING.COM

이날 미국 노동부는 소비자물가를 발표했다. 9월 미국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8.2% 상승했다. 이 뉴스는 투자자에게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를 줄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하루 전에 이러한 인플레이션 지표를 알았다면 어땠을까? 그 뉴스에 패닉을 확신하는 변덕스러운 시장 때문에 당신은 주식이 망가질 수 있다는데 투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날(10월 13일) S&P500은 개장과 함께 2% 이상 폭락했다가 3% 가까이 폭등하며 기록적인 일일 변동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지난 주말까지 9% 더 상승했다. 투자자에 이미 불가피하다고 알려진 11월 예정 미국 통화정책 회의의 0.75% 금리 인상을 더욱 악화할 만큼 그 뉴스가 악재는 아니며 최악은 피한 것으로 판단했다.

결국 오늘에 ‘내일 뉴스’를 아는 것조차 확실한 돈 버는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라는 교훈을 남긴다. 최신 뉴스, 즉 최신 ‘확실성 환각’(illusion of certainty)을 따라 뇌동 매매하는 것보다 장기적인 투자 플랜을 세우고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제이슨 츠바이크는 지적한다. 증권시장에서 흔히 하는 말처럼 투자자는 불확실성을 싫어한다지만 투자자는 오히려 확실성을 경계해야 한다. 7월 말에 있었던 대표적인 확실성 환각은 미국 연준이 ‘올해 금리를 올린 후 2023년에는 급격히 내릴 것’이었다. 그러나 8, 9월 연속 하락 후에는 믿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1월에도 시장 전략가 대부분은 여론 조사에서 S&P500이 6~11%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10월까지 현실은 마이너스 18%를 기록 중이다.

당신이 확실하다는 환각을 좇을 때 다음에 무엇이 일어날 것이지 상상하기 쉬우며 또한 그때 당신 혈관에 아드레날린이 분출하며 단기적 이익을 추종하기 쉽다. 신경과학자 딘 버넷은 인간의 뇌에서 “현실은 어쨌든 과대 평가된다”라고 지적한다. 구체적으로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현상을 인식하는 ‘환각’(illusion)과 명백히 사실이 아닌 것을 무조건 믿는 ‘망상’(delusion)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일종의 정신병적 증상이라고 한다.

인간의 뇌에는 오랜 기간 생존을 위해 ‘투쟁-도피 반응’(fight-flight response) 시스템이 설계되어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연관성 없는 것 사이에서 연관성을 찾는 ‘아포페니아’(apophenia) 기능이다. 생존 본능이 작용하는 무모한 예단, 추정은 확실성 환각과 관련되어 합리적 판단과는 거리가 멀다. 투자자는 확실성 환각을 일으키는 모든 것, 특히 자기가 미래를 예측한다고 현혹하는 전문가를 경계해야 한다. 그들은 정지한 시곗바늘을 가지고 오늘 한번 시간을 맞췄다고 주장하는 망상 환자라고 보면 틀림없다. 세계 최고 역량의 물리학자와 수학자가 만든 ‘롱텀캐피털펀드’의 파산 사례는, 미래는 인간의 지혜로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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