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울음에 묻힌’ IMF의 내년 경제 전망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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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울음에 묻힌’ IMF의 내년 경제 전망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2.10.1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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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지난 6일(미국 동부 시간) IMF(국제통화기금)와 세계은행이 개최하는 2022 연례회의에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 IMF 총재는 기조연설을 통해 IMF는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을 국내 언론은 수치 중심으로 가볍게 보도하고 있으나, 필자가 판단하기에 주목할 부분은 IMF 총재의 경고에 담긴 정성(定性)적인 경제 평가 내용이다.

IMF는 세계 경제·금융위기의 첨병이자 방위군으로 최고의 경제와 금융 전문가들이 각국 정부가 제공하는 고급 정보를 기반으로 일하는 곳이며, 이들의 분석은 미국 정부나 연준, 노벨 경제학상 수상 학자 등을 제외하면 가장 신뢰할 수 있고 영향력 있다. 어설픈 경제전문가나 이해관계에 얽힌 애널리스트 얘기를 듣는 것보다는, 게오르기에바 총재 입을 빌려 내놓는 IMF의 얘기를 자세하게 짚어보는 것이 금융소비자에게 백번 도움이 될 것이다.

IMF 총재의 이번 연설은 다른 어느 때보다 절실한 호소를 담았다는 느낌이다. 연설 제목은 <한층 깨지기 쉬운 세계를 헤쳐나가기>(Navigating A More Fragile World)였다. 여기서 ‘세계’는 물리적 지역이 아닌 추상적으로 곧 닥칠 미래라는 뜻일 것이다. 또한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연설문 시작에서 세계 경제는 ‘격랑 위의 배’(A ship in choppy waters)라고 비유했다. 연설문 서두부터 걱정이 가득하니 곧 예정된 IMF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은 큰 폭의 하향 조정이 예상된다. IMF는 올해 전망을 4월 3.6%에서 7월에는 3.2%로 이미 조정했다. 지난해 세계 경제는 팬데믹 충격에서 회복하며 6.1% 성장했다. 애초 IMF는 백신이 공급망 장애를 완화하고 생산 재개를 촉진하면서 이러한 성장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3개월 만에 그 낙관은 깨지고 말았다. 지난 3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세계는 충격의 연속이었는데, 코로나19 이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 세계 기후 재앙이 이어지며 연속된 충격으로 세계 경제 성장에 관한 낙관이 깨졌다. 연속, 복합적 충격은 에너지와 식량 가격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물가 상승을 가져왔고, ‘생계 비용 위기’(cost-of–living crisis)를 가져왔으며 게다가 지정학적 분열이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IMF 총재는 현재 상황을 정리했다. 이에 따라 세계 경제는 근본적 변화를 경험하는 중이라고 지적한다. 즉 저이자율, 저물가, 국제적인 경제 협력에 대한 ‘규칙 기반 체계’(rule-based frame work)로 특징짓는 ‘상대적 예측 가능성’(relative predictability)의 세계로부터 더 큰 불확실성과 경제적 변동성, 지정학적 충돌, 더 잦고 치명적인 자연재해로 각국이 정상궤도를 자주 이탈하는 더욱 취약한 세계로 이행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IMF 분석에 따르면,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기보다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IMF 총재는 에너지와 식량의 고물가와 이를 잡기 위한 금융긴축, 그리고 길어진 공급 제약이 모든 선진국의 성장을 둔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유럽은 러시아의 가스 공급 감소로 충격이 심각했고 중국도 부동산 시장 침체, 팬데믹 관련 교란으로 고통받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이 가처분소득과 소비 수요를 위축시키고, 고금리가 투자 지연을 가져오며 성장이 추세적으로 둔화하는 중이다. 이러한 상황은 수출 수요 감소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에 고스란히 충격으로 전해지며 에너지와 식량의 고물가는 이들 국가에 엄청난 부담을 낳는다.

이 같은 세계 경제 상황이 이번에 발표할 IMF의 성장 전망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며, 지금부터 2026년까지 독일 경제 규모에 버금가는 약 4조달러의 세계 GDP 감축을 IMF가 예상하는 이유다. IMF 총재는 앞으로 상황이 좋아지기보다는 더욱 악화할 것으로 판단했다. 전쟁과 대유행 병에 따른 불확실성이 극도로 커진 상태에서 더욱 많은 경제 위기가 있을 수 있다. 결국 과다한 정부부채와 주요 금융 시장의 유동성 우려를 포함한 이전 취약성에 의해 급격하고 불규칙한 자산 가격 재평가가 증폭하며 금융 안정 위험은 커지는 중이다.

지상파, 경제·증권 방송, 그리고 소셜미디어에서 경제전문가의 전망과 예측이 넘쳐난다. 풍부한 경제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어설픈 경제전문가의 무책임하거나 이해관계에 얽힌 엉터리 전망과 예측이 대부분이다. 경제 또는 자산 가격의 전망·예측은 정말 고도의 전문가 집단이 집단 지성으로 제시해도 틀리기가 십상이다. 오죽하면 세계 최고 경제전문가 집단인 미국 연방준비제도도 지난해 물가 예측이 틀려 잘못된 통화정책으로 나라를 곤경에 빠뜨렸다는 비난을 받는 지경일까.

경제와 금융 전망은 되도록 최고 권위의 기관 또는 전문가의 얘기를 자세히 유의해서 볼 필요가 있으나 국내 언론은 물론 금융소비자들은 쉽게 지나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을 강조하고 금융소비자가 경제적 판단에 반영하도록 안내하는 곳도 없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IMF의 경제 전망은 단연 ‘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주변 닭들의 시끄러운 비명에 학의 노래는 잘 들리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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