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한국에 기회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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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한국에 기회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2.10.1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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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도체·배터리·자동차 추천한 프랭클린 템플턴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지난주까지 코스피 지수는 연초 이후 25%나 하락했다. 한국 개인투자자가 애국 투자 상징(?)으로 여기는 삼성전자도 연초 이후 28% 하락했는데 이 때문에 공매도 폐지 논쟁이 한창이다. 그런데 언론이 서학 개미라고 명명한 미국주식 투자자들의 종목 사정은 더 심각하다. 연초 이후 테슬라는 41% 하락했고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아끼는 주식, 애플은 그래도 사정이 좀 나았어도 22%나 하락했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개명한 메타플랫폼과 우리에게 친숙한 넷플릭스는 마이너스 62% 내외를 기록 중이어서 해외 투자자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야말로 개인투자자는 국내외 어디에도 숨을 곳이 없는 상황이다.

자료1. /출처=KIET
자료1. /출처=KIET

이런 가운데 민생 현안을 외면한다는 평가를 받는 국내 정치권의 혼란과 함께 개인투자자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지난 8월 16일 전격 통과하자, 앞서 8월 3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윤석열 대통령이 면담하지 않고 패싱하며 결정적 실기를 한 점 등 정부의 미온적이고 미숙한 대처와 앞으로의 부정적 영향을 놓고 여야의 정치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산업경제연구원(KIET)도 9월 자동차와 이차전지 산업을 중심으로 영향을 분석하며 미국 내 생산 기반 부재로 전기차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는 국내 자동차 산업 피해를 예상했다.

자료2. /출처=국제금융센터
자료2. /출처=국제금융센터

한편 OECD에 이어 IMF는 지난 11일, 내년 세계 경제 전망은 물론 한국경제 전망도 하향 조정했다. 미국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막대한 달러 지원을 경제에 쏟아부었다. 그 덕에 경제 봉쇄 완화가 시작되자 수요 회복과 지연 소비 효과가 나타났고 공급망 회복 지연, 에너지 가격 및 원자재 가격 상승이 동반하며 물가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스 등 에너지 공급 차질, 곡물 수출 중지 등 원자재공급으로 인한 물가상승 요인이 발생하며 물가 상승세는 걷잡을 수 없이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결국 미국 연준은 비상 상태에 접어들며 정책 금리를 3월부터 9월까지 공격적으로 인상했다. 그러나 물가 상승세는 9월까지 8% 이상 수준에서 내려오지 않았으며, 0% 수준에서 3%를 넘은 정책 금리 인상도 내년 초에서 일정을 당겨 연말까지 5% 내외까지 급격하게 더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경기 후퇴’(recession)는 우려로만 끝나지 않을 확률이 높다. 한국과 같은 수출 주도 국가는 세계 경제, 특히 선진국 경기가 꺾이면 치명적이다. 이러한 전망을 반영하며 한국 주식시장은 하락세를 보였고 투자심리도 좋지 않은 편이다.

자료3. /출처=프랭클린 템플턴
자료3. /출처=프랭클린 템플턴

이런 가운데 개인투자자에게 장마철 먹구름 사이 한 줄기 햇빛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펀드로 유명한 글로벌 금융투자회사 프랭클린 템플턴이 지난주 한국 증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담은 보고서를 게시했다. 자료에서 보는 것처럼 보고서 제목은 <성장, 수출, 공급망 다변화에서 한국 주식을 추천>이었다. 특히 이 보고서가 주목한 것은 국내에서의 비난과는 달리 바이든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결국 한국경제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자료4. /출처=프랭클린 템플턴
자료4. /출처=프랭클린 템플턴

이런 주장을 하는 프랭클린 템플턴(이하 FT)은 지난 6월 말 기준 관리·운용 중인 고객자산(Asset Under Management)이 1.4조달러인 글로벌 금융투자회사이다. 찰스 슈와브, BOA 등과 글로벌 자산관리 시장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북미 자산관리(Asset Manager) 전문 회사로 분류되는 회사다. MSCI 기준 선진국 지수가 아닌 신흥국 지수에 머물러 있는 한국 주식에 글로벌 기관투자가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FT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수출 주도 경제로 세계 거시경제 상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세계 경제 GDP에 충격을 주므로 한국 수출은 상승하는 미국 이자율에 민감하며, 이로 인해 원화와 한국 주식시장은 다른 신흥국보다 올해 더 심각한 약세를 보였고, 원화 약세는 당분간 지속할 수 있다고 FT는 봤다.

그러나 FT는 원화 약세는 근본적으로 한국 수출업체에 경쟁력 강화요인임을 강조하며 2023년 미국 이자율이 정상화하고 세계 경제 성장이 개선되면 한국 증시 기조는 긍정적으로 바뀔 것으로 본다. 또한 FT는 IMF나 OECD 전망과는 달리 한국경제가 저실업, 저물가와 함께 2023년 2.5%로 안정적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원화 약세는 반도체 수출 둔화, 에너지 수입국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 영향에 따른 무역 적자의 결과였으나 다시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고 세계 경제 성장이 회복하면 한국경제 무역 수지는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분석한다.

한국은 성장 중심의 수출 주도형 경제이며 아시아 다른 시장과 차별되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과거 금융위기에 한국 재벌이 보인 방어적 경영 관리 경향을 FT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근 변동성이 큰 기간에도 재벌은 현금 비중을 늘렸고, 그 결과 재벌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 증시의 부도, 유동성 위험은 매우 낮다고 봤다. 또한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 국가와 비교해 한국은 높은 1인당 GDP에도 불구하고 협소한 시장과 국소적 투자 기회,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소비시장의 성장 제약 문제가 있다. 이로 인해 글로벌 기관투자가 입장에서 볼 때 세계 경제회복 시에 국내 증시에서는 수출 산업이 유망하며, 특히 한국 산업별 경쟁력을 고려할 때 메모리 반도체, EV 전지와 자동차 산업을 FT는 추천했다. 현재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오히려 공급망 다변화 속에 미국에서의 시장을 키울 가능성으로 이들 한국 산업에 유리할 것으로 본다.

자료5. /출처=프랭클린 템플턴
자료5. /출처=프랭클린 템플턴

국내에서 경제적 사건임에도 정치 관점에서 논란이 많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중국 외부로 공급망 다변화를 의미하므로 한국 기업에 잠재적 수혜를 줄 것으로 FT는 전망했다. 중국 기업의 공백을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한국 기업이 차지할 여지가 크며, IRA에서 명시한 중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제한은 중국 기업의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현재 IRA는 규제와 시행 조항이 명확하지 않아 한국 기업이 현재의 설비 내용을 전환하면 IRA 관련 보조금을 받을 재량권이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IRA는 자동차의 전기화를 권장하며 미국 투자, 지역화, EV 채택을 촉진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은 세계적 핵심 광물의 중국 지배적 지위를 인정하며 IRA에서 중국 광물 사용을 전면 금지한 것이 아니고, 단계적 제한 조치를 적용했다. 따라서 한국의 배터리 산업은 주요 부품 조달 다원화로 새로운 기회를 차지할 수 있으며, 한국 기업들은 미국과 북미에서 ‘주요 선도자로서의 이익’(substantial first-mover advantage)을 누릴 것으로 FT는 전망했다.

FT는 앞서 재벌의 보수적 경영을 한국 증시의 안정성 원인으로 평가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불투명한 지배구조로 ‘한국 저평가’(Korea discount)의 원인이라는 점도 지적하며 윤석열정부의 적극적 규제를 기대했다. 그러나 현 정부의 친기업적 행보에 비춰 재벌 규제가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어찌 됐든 글로벌 기관투자가 프랭클린 템플턴이 내년 이후 한국 증시의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는 것은 개인투자자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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