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잡는 법 아닌, 빚 90% 탕감’ 새출발기금 강행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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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잡는 법 아닌, 빚 90% 탕감’ 새출발기금 강행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8.29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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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조정 한도 ‘15억원’ 낮춰 10월부터 신청 시작… “이자율 낮춰 스스로 갚아나가게 해야”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 지난 26일 새출발기금 추진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권대영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 지난 26일 새출발기금 추진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15억 빚내는 사람이 소상공인?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걸 굳이 하려는 이유가 뭔지?”

끝없는 논란 속에 윤석열정부가 밀어붙이는 새출발기금의 채무조정 한도에 대해 한 누리꾼의 반응입니다. ‘채무조정’이란 현재의 소득으로 빚을 정상적으로 갚을 수 없는 채무자에게 연체이자나 원금 일부를 감면하는 제도입니다. 2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10월 시행되는 30조원 규모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채무조정 프로그램 ‘새출발기금’의 실행 방안이 나왔습니다.

먼저 새출발기금 신청 대상은 지난 6월 말 기준 ‘금융권에서 대출만기 연장 또는 이자 상환 유예 지원을 받고 있거나, 손실보상금 또는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을 수령한 개인사업자와 소상공인’입니다. 이 가운데 90일(3개월) 이상 연체한 ‘부실차주’는 원금을 최대 90%까지 감면받을 수 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새출발기금 설명 자료. 최대 90% 원금 감면이 이뤄짐에도 60~80% 원금조정이 지원된다고 적혀 있다. /자료=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새출발기금 설명 자료. 최대 90% 원금 감면이 이뤄짐에도 60~80% 원금조정이 지원된다고 적혀 있다. /자료=금융위원회

또 ‘부실우려차주’ 가운데 30~90일 사이 연체자는 3~4%로 금리를 감면을 받을 수 있고, 30일 이내 연체자는 9%가 넘는 금리 분에 대해서만 9%로 금리로 조정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금융위는 90% 원금감면은 기초생활수급자, 중증장애인, 만 70세 이상 저소득자 등으로 제한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원금조정도 자산을 넘는 부채에만 60~80% 이뤄진다고 덧붙였습니다.

금융위는 이번 실행 방안을 내놓으면서도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겠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지난달 14일 민생안정 대책이 발표된 뒤부터 ‘빚 탕감’ 논란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90%까지 빚을 없애준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 ‘영끌’족과 가상화폐 투자실패자들을 위한 대책이며, 고의로 상환을 연체하는 차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터져 나왔습니다.

금융위는 부실차주 등 새출발기금 기준점을 공개하면 본인 점수를 맞춰 조정할 가능성이 있어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료=금융위원회
금융위는 부실차주 등 새출발기금 기준점을 공개하면 본인 점수를 맞춰 조정할 가능성이 있어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료=금융위원회

이에 따라 채무조정 이후에도 허위서류 제출과 고의 연체 등이 발견되면 채무조정을 무효화하고 신규 신청을 금지합니다. 부실우려차주 세부 기준을 밝히지 않은 것도 그 일환이라는 게 금융위의 설명입니다. 부실우려차주는 ▲폐업자나 6개월 이상 휴업자 ▲추가 만기 연장이 어려운 자 ▲신용정보관리 대상자 ▲신용평점 하위자 ▲고의성 없이 상당 기간 연체자입니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지난 26일 새출발기금 브리핑에서 “기준점을 공개하면 본인 점수를 맞춰서 조정할 가능성이 있어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라며 “모든 제도가 그렇듯이 지원대상을 넓히면 사각지대는 없어지겠지만 대상이 안 되는 사람이 들어올 수 있는 맹점도 있어 이를 최소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금융위는 다음 달 별도의 콜센터를 출범하고, 새출발기금 이용에 대한 상세한 안내를 진행한 뒤 10월 중 채무조정 신청 접수를 시작할 계획이다. /자료=금융위원회
금융위는 다음 달 별도의 콜센터를 출범하고, 새출발기금 이용에 대한 상세한 안내를 진행한 뒤 10월 중 채무조정 신청 접수를 시작할 계획이다. /자료=금융위원회

금융위는 이와 함께 고의·반복 채무조정 예방을 위해 기금 신청 횟수를 1회로 제한했습니다. 다만 부실우려차주가 기금 이용과정에서 부실차주로 전환될 경우는 추가 조정을 할 수 있습니다. 부실우려차주의 채무조정도 6개월이 지난 대출에 대해서만 이뤄지며, 부실차주는 6개월 이내 신규대출이 총 채무액의 30%를 넘으면 지원받을 수 없습니다.

채무조정 한도도 25억원에서 15억원(담보 10억, 무담보 5억원)으로 조정됐습니다. 유사한 채무조정제도인 신용회복위원회 워크아웃과의 형평을 고려한 조치입니다. 워크아웃의 한도 역시 15억원이기 때문입니다. 금융위는 다음 달 별도의 콜센터를 출범하고, 새출발기금 이용에 대한 상세한 안내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이어 10월 중 채무조정 신청 접수를 시작합니다.

‘베일 벗은 소상공인 새출발기금… 대출금 최대 90% 감면’ 기사에 달린 댓글들. /출처=네이버 포털뉴스 갈무리
‘베일 벗은 소상공인 새출발기금… 대출금 최대 90% 감면’ 기사에 달린 댓글들. /출처=네이버 포털뉴스 갈무리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성실 채무 상환자뿐 아니라 일반 직장인들과의 형평성을 따지며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의 도덕적 해이 방지책 강화에도 ‘죽어도 내 혈세가 영끌족을 위해 쓰이는 건 안 된다’라는 것입니다. 아울러 물고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라고 조언합니다. 원금 탕감이 아닌 빚을 갚을 수 있는 지원책을 주문하고 있는 것입니다.

“죽어라 일해서 빚 갚는 사람들이 XX로 보이냐. 어떻게 이딴 정책을” “그러니까. 가게 하면서도 XX 열심히 투잡 쓰리잡 부업 뛰며 아등바등 매달려서 유지해온 사람들을 쉽게 대출받은 사람들보다 모자라게 만들어버리네” “그 돈으로 수원 세 모녀 같은 사람들이나 구제해 주면 납득이나 가지. 이건 뭐 하는 짓인지 원” “국회의원분들이 자기 사유재산 기부해서 기금 만들고, 그 돈으로 탕감해주겠죠. 설마 국민 혈세를 쓰겠어요. 국민들에게 무슨 봉변을 당하려고. 혈세 건들기만 해봐. 아주 그냥” “5년 이상 착실히 이자만 갚고 원금을 오래 못 갚는 자영업자를 돕는 게 차라리 낫지. 연체자만 혜택? 미쳤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나라네. 일반 회사원들은 세금 내주는 기계냐??” “회사원만 봉이야 이 나라는. 세금만 왕창 떼고” “그렇게 문제가 많다고 다들 난리인데 결국 꾸역꾸역 추진하는 건 왜 그런 건지 참. 누굴 위한 정부인가” “이 정부는 눈과 귀를 쳐 닫았구먼. 국민80% 반대하는 정책을 꾸역꾸역 밀어붙이냐. 열심히 살아온 사람은 호구구나” “이자율 1%로 낮춰만 줘도 스스로 갚을 여력이 생기는데” “차라리 파산신청, 개인회생 신청 등 기존 절차를 잘 이용할 수 있게 지원해라” “대출을 해줘서 빚을 갚게 해주는 방식이 아니라, 빚을 90% 탕감해준다고! 무이자 대출을 해줘서 빚을 갚아나가게 만드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나”.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빌려준 자금인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두 달도 되지 않아 1조4367억원 증가했다. /자료=금융투자협회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빌려준 자금인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두 달도 되지 않아 1조4367억원 증가했다. /자료=금융투자협회

한편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9조3050억원이었습니다. 주가 하락에 따른 반대매매로 6월 말 17조원대(17조8683억원)까지 내려갔다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1조4367억원 불어난 것입니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회사가 투자자에게 보유 주식이나 현금을 담보로 빌려준 자금을 뜻합니다. 이른바 ‘빚투’(빚내어 투자) 규모입니다.

국민 10명 중 7명은 청년 채무 조정 정책이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데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미디어리얼리서치코리아
국민 10명 중 7명은 청년 채무 조정 정책이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데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미디어리얼리서치코리아

지난달 25일 미디어리얼리서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빚 없이 살던 사람들에게 청년 채무조정 정책이 역차별이 될 수 있는지’라는 질문에 ▲매우 동의한다(34.8%) ▲동의한다(33.0%) ▲보통이다(21.0%) ▲동의하지 않는다(6.5%)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4.7%)는 순으로 응답했습니다. 국민이 원하는 건 ‘차별도, 역차별도 없는 정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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