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라면값 올린다는 다음 날, 금통위는 ‘아기 걸음마’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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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라면값 올린다는 다음 날, 금통위는 ‘아기 걸음마’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8.25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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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24년 만에 최고치 전망에 기준금리 0.25%p 인상… 라면값마저 올라 서민 가계 비상등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라면업계 1위인 농심이 다음 달 가격인상을 예고해 최근 물가상승세를 더욱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라면업계 1위인 농심이 다음 달 가격인상을 예고해 최근 물가상승세를 더욱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이제 뭐 싸게 사서 먹을 음식이 없네. 이제 풀이라도 뜯어 먹고 살아야 되나. 음메메~~~”

어제(24일),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라면값을 올린다는 소식에 댓글이 셀 수 없이 달렸습니다. 라면업계 1위 농심이 1년 만에 또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 든 것입니다. 농심은 다만 “소비자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감안해 추석 이후로 (가격 인상을) 늦췄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설명에도 이번 라면값 인상은 최근 물가 상승세를 더욱 자극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농심의 라면값 인상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인 2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내디뎠습니다. 올해 들어 4, 5, 7월에 이어 사상 처음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입니다. 이날 금통위 결정은 연간 물가가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5%’를 넘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5월 5.4%로 5%대를 넘어선 뒤, 6월 6.0, 7월 6.3% 등 두 달 연속 6%대를 기록했습니다. 이어 이번 달과 라면값마저 오르는 다음 달에는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여기에 소비자가 앞으로 1년간 예상하는 물가 상승률인 기대인플레이션은 두 달 연속 4%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8월 금통위는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이유로 소비자물가와 앞으로 1년간 예상 물가상승률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을 제시했다. /자료=한국은행
8월 금통위는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이유로 소비자물가와 앞으로 1년간 예상 물가상승률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을 제시했다. /자료=한국은행

하지만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에도 ‘인상 폭’에 대해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미국과의 금리 역전 문제입니다. 이날 인상으로 이달 우리나라와 미국의 기준금리는 같아졌지만, 다음 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5~0.75%포인트 금리 인상이 예상됩니다. 또 11월과 12월 회의에서도 긴축 기조를 이어갈 것이 기정사실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은으로서는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과 원화 약세, 환율 변화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 등의 위험을 최대한 줄여야 합니다. 특히 미국의 7월 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통화 긴축 의지가 다시 확인된 지난 23일,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1345.5원까지 뛰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쫓아가는 게 아닌, 한국은행의 선제적 조치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한은은 25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기존 4.5%였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5.2%로 올려잡았다. 한은이 제시한 물가 상승률 전망치로는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자료=한국은행
한은은 25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기존 4.5%였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5.2%로 올려잡았다. 한은이 제시한 물가 상승률 전망치로는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자료=한국은행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도 작은 기준금리 인상 폭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결국 사고 치네. 1% 올려도 부족할 판에” “0.25% 올린다고 경기침체가 안 올 거 같냐? 어차피 경기침체는 올 거기 때문에 0.5% 이상 올렸어야 했다” “사상 첫 쪼잔한 금리 인상. 미국을 보고 배워라. 내릴 땐 한순간에 내리더만. 엄청 위급한 상황에서 0.25% 올렸다고 자기만족에 빠져있나. 그것도 올린 거냐. 정치인 부동산 달러 투기꾼 X들아. 투기꾼 방어 오지고요” “다음 달 연준 자이언트스텝이면 바로 0.5% 금리 역전인데 환율 괜찮은 거냐 ~ 지금 1335인데 1500원 가는 거 아니냐 ~ 금리 개폭등에 물가폭등 환율폭등 난리 나겠네”.

가계가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신용카드 사용금액을 더한 가계신용 잔액이 올해 6월 말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자료=한국은행
가계가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신용카드 사용금액을 더한 가계신용 잔액이 올해 6월 말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자료=한국은행

한편 농심은 다음 달 15일부터 신라면 등 라면 26개, 새우깡 등 스낵 23개 상품의 출고 가격을 인상합니다. 라면은 평균 11.3%, 스낵은 5.7%씩 올립니다. 봉지당 평균 736원에 판매되던 신라면은 편의점 기준으로는 1000원까지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원가 부담이 심해졌다는 게 농심의 설명이지만 서민 가계에는 큰 부담이 될 듯합니다.

이틀 전(23일) 한은 발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69조4000억원이었습니다. 석 달 새 6조4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2003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입니다. ‘가계신용’이란 가계가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신용카드 사용금액을 더한 것입니다. 서민에게 ‘라면 한 봉지 1000원’의 무게는 다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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